Part 1. 나는 SM카지노다. 하늘의 별을 따는 자들.
"상위 1%의 오피스 성공 아이콘"
모두가 퇴근할 때 늘 남아 있었다. 남들이 한 개 할 때 두 개를 한다. SM카지노는 인생의 전부다. 최우선도 당연히 SM카지노. SM카지노를 위해 산다. 성공하고 싶다. 상사의 일은 곧 나의 일이다. 상사 모시듯 부모를 모셨다면 이미 효와 예의 아이콘이 되었을 것이다. 주변 동료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이겨낸다. 누가 나락가든 상관없다. 이 바닥 원래 치열한 거니까..
술과 접대로 얼룩진 나날을 보낸다. 그 와중에도 실적을 내려고 물 불 안 가리며 SM카지노 위해 앞장선다. 대리, 과장, 차장 점점 승진한다. 팀장도 되고 부장도 된다. 후배들을 지도하는 위치가 되었다. SM카지노에서 대부분을 보내느라 자식이 어떻게 커왔는지 보지도 못했다. 자녀와 놀아준 시간보다 상사와 놀아준 시간이 훨씬 많다. 집사람 성격보다 상사 성격을 더 잘 안다. SM카지노에서 어느덧 20여 년 넘게.. 참 열심히도 살았구나.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이제 뭐가 남았지?
SM카지노! 오피스 게임의 별이다. 별을 달고 싶다. 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어느 정도 올라오면, SM카지노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간은 약 3년. 이때 못 되면 기회는 다음 세대에게 넘어간다.
중요한 시기다. 실적은 기본으로 받쳐줘야 한다. 어떻게든 쥐어 짜내야 한다. 방해되는 것들은 싹 다 제거해 버린다. 배터리 떨어져 징징대는 직원들. 그런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기 싫으면 나가. 어디 배터리 싱싱한 넘 없나? 저러니까 평생 노비 생활 못 면하지. 윗물은 생각하는 게 다르단 말이다.
옆 부서의 나락은 나의 행복이다. 경쟁은 둘 중 하나다. 내가 치고 올라가던가 남이 나락으로 떨어지던가. 실적만으로는 SM카지노에 올라갈 수 없다. 줄을 잘 서야 한다. 누가 동아줄일까? 실세인 부사장 끈을 잡아야 할까? 지금까진 실세였다만, 저 사람은 이미 할 만큼 했고 사장 못 되면 말짱 꽝이다.
지금은 영업 전무가 떠오는 태양. 말 그대로 제일 잘 나가지. 거기 줄 대는 사람 지금 한 둘이 아니잖아. 지금 거기 기웃거린다고 눈에 띌까? 고민이 많아진다. 그렇게 줄이 정해지면 일단 못 먹어도 고다. 그때부터는 충성을 다 바친다. 주인을 보면 꼬리를 흔든다. 주인 대신 짖는다. 주인을 대신해서 물어뜯는다. 늘 주인이 필요한 것을 생각한다.
손에 피를 묻히기도 주저하지 않는다. 언제든 악역이 될 수 있다. 나의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덕분에 여기저기 원성도 많이 듣지만 상관없다. 자본주의 냉정한 거니까.
매년 늦가을 낙엽이 질 때면, 오피스가에는 여러 소리소문이 들려온다. 누가 SM카지노 후보라더라. 누가 짐 싼다더라. 영전의 순간은 늘 깜짝쇼처럼 찾아온다.
"고부장. 내년 사업 계획을 좀 더 서둘러 줘야겠어. 세일즈 마케팅 본부 전체 계획이 필요하거든."
"네? 전 영업부장인데, 본부 전체 사업을 제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이 친구 소식이 늦군 그래. 자네 SM카지노 아니야? 내년부터 상무님 되는데 이제 본부장 준비해야지."
"네? 제.. 제가 사.. 상무.. 가 되었다구요?"
"우리 신임 세일즈마케팅 본부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곧 연락 갈 거야. 하하하."
"아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SM카지노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더 SM카지노를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방에서 나오면 소식을 들은 직원들이 갑자기 상무님이라고 부른다. 적응이 안 된다. 부장님에서 상무님으로 호칭이 바뀌어 버린다. 정식 발령까지는 한 달도 더 남았는데 말이다. 뉴스에서도 이름이 뜬다. 대기업 SM카지노은 뉴스 기사에도 실어주는구나.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곧이어 HR에서 연락이 온다.
"상무님. SM카지노 승진 축하드립니다. 안내 차 찾아뵈려 하는데 언제 시간 괜찮으실까요?"
방도 생겼다. HR이 찾아와서 공손해진다. 팀장 때는 사람 한 명을 그렇게도 안 뽑아주더니..
SM카지노 연봉과 보너스 제도에 대해 알려준다. 우아.. 좋다. 일단 못 먹어도 최소 곱배기네? 법인카드 한도액도 훅 늘어난다. 품위 유지비도 별도로 나온다. 퇴직금도 곱배기랜다. 이거 좋아도 너무 좋다.
이제 다 되었나? 이게 끝이 아니다. 차를 고르라고 한다. 차도 3년에 한 번씩 신형으로 바꿔 준댄다. 주유도 공짜다. 휴양을 위해 SM카지노들 전용 리조트도 이용할 수 있다. 뭐가 참 많구나. HR이 안내를 끝내고 나간다. 혼자 방에서 입이 찢어진다.
다시 생각해 본다. 많은 것들이 바뀐다. 호칭이 바뀐다. 방도 생긴다. 근무시간 제약도 없다. 연봉부터 각종 복지가 엄청나다. SM카지노들만의 정기모임도 나오랜다. 명함이 바뀐다. 신분이 부르주아로 변한다. 더 이상 노비가 아니다. 이걸 성공이라고 한다. 그렇다. 이제 성공한 인생이다! 오피서들의 성공 아이콘이다. 모든 직장인들의 롤모델이다. "여보! 나 대기업 SM카지노 됐어!"
상위 1%. 말 그대로 별이 되었다. 일단 정신이 없다. 다른 SM카지노들부터 여기저기 전화, 문자, 메신저, 인사가 쇄도한다. 이제 뭐부터 해야 되지? 정신 차리고 체면과 품의도 생각하자. SM카지노은 SM카지노의 품격 아닌가?
방에서 나오면 팀장들과 직원들은 90도로 깍듯하게 인사한다. 인사 각도부터 달라진다.
"상무님 축하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으음.. 그래요. 그래요. 모두 잘들 해 보십시다. 허허"
갑작스러운 존댓말.. 말하고도 어색하다. 어흠..
엊그제만 해도 아랫것들한테 B급 용어만 찌껄였었다.
"야! 너 아메바야? 뇌에 주름 똑바로 안 잡아?"
"보고서 발로 쓰냐? 나가서 실업대열 합류하고 싶어?"
"내가 이런 빙신 모지리들 데리고 실적을 어떻게 내!"
"월급 받기 안 미안해? 안 되면 되게 해야 될 꺼 아냐!!"
흐음.. 그랬었나? 갑자기 잘 기억이 안 나네..
그건 그렇고.. 슬슬 새 판을 짜야한다. 팀장들 모두 집합! 보여주마. 이 SM카지노의 스티브 잡스 귀 싸다고 날릴 혁신과 피터 드러커도 울고 갈 경영 능력!
시작은 인선부터다. 팀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 새끼 개 새끼 남의 새끼 스캔부터 시작한다.
'그래. 마케팅 팀장은 늘 실력이 좋아서 라이벌이었지. 내 일에도 태클 많이 걸지 않았던가? 저 놈은 어디 지방 지사로 보내버려야겠군. 저 자리는 내 밑에서 고생 많이 한 조차장을 앉히면 되겠고..'
'영업 2 팀장은 어쩌지? 능력은 쳐져도 내가 필요할 땐 많이 협조했었지. 아직 더 쓸만하니까 내비두자..'
그렇다. 물갈이와 피의 보복. 그 서막이 시작된다.
처음 SM카지노이 되면 약 6개월 정도 오피서의 성공을 마음껏 만끽한다. 편한 게 팀장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손을 쓸 일이 없다. 알아서 시중들을 들어준다. 필요한 걸 말해야 챙겨주던 아랫것들이 이제부터는 눈치 하나로 챙겨주기 시작한다. 어디 맞혀봐라. 나의 마음을..
회의에 들어갈 때는 맨 나중에 들어가야 한다. 일부러 시계보다 5분 정도 지나서 급하게 온 것처럼 들어간다. 항상 상석은 알아서 비어있다. 들어가면 모두 기립하고 시작한다. 거래처를 만난다. 알아서들 숙인다. 노는 레벨이 달라졌다. 받는 명함이 달라졌다. 주변 인맥이 달라졌다. 이것이 상위 1% 성공한 오피서의 삶이다.
이제 실무자나 팀장급들과 말 섞을 일이 별로 없다. 엊그제까지 반말하던 동기가 갑자기 존칭을 쓴다.
"허허. 이 친구 괜찮다니까. 우리끼리 있을 때는 편하게 말해. 우린 동기 아닌가?"
"아.. 그렇지만 이제 SM카지노신데 감히 어떻게.."
"아 거 괜찮다니까 그러네! 허허허.."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속으로 생각한다. '그럼 그렇지. 니가 별 수 있겠냐? 이젠 급이 다르지.' 승리감이다.
SM카지노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다. 힘들지 않다. 머물고 싶어진다. 이제는 집보다 SM카지노가 편안하다. 그래. 체면 유지하려면 직원들도 신경 써 줘야지. SM카지노이니까.
"무슨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하나? 쉬엄쉬엄들 해요. 천천히 해도 누가 안 잡아먹어. 허허.."
"그래. 서과장 애는 잘 크고 있지? 요즘 시대는 SM카지노와 가정의 양립. 이게 참 중요하다네. 허허.."
사무실을 라운딩 하는 SM카지노들의 주요 멘트 되겠다. 그 이유는 '좋은 SM카지노'이라는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서다.
SM카지노은 직원들을 직접 쪼거나 하지 않는다. 그 위에 팀장들을 조용히 불러 극딜을 날릴 뿐이다.
"김팀장. 그 팀 요새 기강이 해이한 게, 아주 SM카지노에 법도가 무너졌더군. 마지막 기회야. 잘 좀 하자. 허허.."
팀별로 돌아가며 점심 식사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야 챙겨주는 것 같으니까. 거기서 하는 직원들의 얘기는 별로 와 닫지도 않고 기억나지도 않지만, 인자한 미소를 보여준다. SM카지노은 곧 SM카지노의 품격이니까. 직원들을 잘 챙기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다.
SM카지노. 오피서가 진화해 가는 마지막 단계. 성공한 오피서들의 롤 모델. 성공의 또 다른 이름 SM카지노.
SM카지노이 되는 순간 노비 신분이 주인으로 바뀐다. 노비의식이 주인의식으로 바뀐다. 버는 돈이 달라진다.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진다. 사는 집이 달라진다. 주변의 대접이 달라진다. 하루아침에 부와 명예, 권력을 손에 넣게 된다. 그야말로 그냥 좋은 거다.
대부분의 오피서들은 별의 순간을 기다린다. 별을 쫓아간다. 별을 따고자 힘차게 날아오른다. 그래서일까. 오피스 게임은 모두 별의 순간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그리고 마침내 별이 되는 자들은 탄생한다.
누구나 노려볼 수 있지만, 아무나 올라갈 수 없는 별의 자리. 오피스 세계관의 신. SM카지노이 되면 별을 땄다고 하던가? 아니다. 그 자체가 별이다. 스스로 빛이 나니까. SM카지노이란 그런 것이다.
P.S. SM카지노 되고 싶으면 봐야 하는 책 : 오피스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