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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Apr 11. 2025

[MBTI 소설] 챗올림피아토토에 사랑 분석하는 남자

아 낯설다 낯설어

"올림피아토토은 다른 존재를 통해 낯선 내가 되는 경험이다"

롤랑 바르트


민지는 수정과 통화로 부푼 가슴을 진정시켰다.

”휴. 가슴 터질 것 같아. 호흡 좀 고르자. “

민지는 단톡창을 열고 올림피아토토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민지] 10:11 pm

올림피아토토야 어땠음?


[올림피아토토] 10:22 pm

말씀을 그렇게 재밌게 하시는 분은 처음이었어.


[민지] 10:23 pm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지] 10:23 pm

거봐 내가 뭐랬어 둘이 잘 될 거라고 했지?


[올림피아토토] 10:30 pm

응. 뭔가 이질적인 게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 수정님.


[민지] 10:31 pm

둘이 잘해봐 응원할게 Peace out, bro! Night!


[올림피아토토] 10:32 pm

Same to you. Night.


올림피아토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수정과 만남을 복기했다.

'대화의 일관성 같은 것은 없었고. 음. 느낌적인 느낌을 따라 간다랄까?'


“오. 여기 카페 근사하네요. 지리적 여건이 저랑 안 맞았는데 느낌이 색다르네요. 저기 등이 따뜻한 느낌이 드는데요. 오, 그러고 보니 햇빛이 나는데 등의 색감이랑 잘 어울리네요. 아 저렇게 잘 어울리기 쉽지 않은데…”


“우아. 여기 어떻게 알고 고르셨어요? 올림피아토토님이 의외로 센스가 있으시네요. 옷 입는 것도 그렇고.”


'그 얘긴 아마도 색감에 대한 감각이라는 주제였던 걸까?'


“제가 오면서 어떤 커플을 봤는데요. 서로 다정하게 손잡고 걷는 게 부럽더라고요. 그런데 있잖아요. 올림피아토토님은 어떤 사람을 좋아해요? 저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뭔가 묵직한 느낌이랄까. 제가 봐도 제가 좀 철없어 보이거든요. ㅋㅋㅋ”


“오. 저기도 소개팅하나 봐요. 잘 되었으면 좋겠다. 어? 올림피아토토 표정이 왠지 여자한테 끌리나 본데?”


“올림피아토토님은 좋아하는 게 뭐예요? 저는 지난번 일본을 가니깐 아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구나. 민지랑 갔었는데 진짜 재밌었거든요. 올림피아토토님은 삿포로 가봤어요? 전 여름에 가봤는데 덥지도 않고 너무 좋더라고요. 겨울에도 가고 싶더라고요.”


'나한테 끌린다는 말이었을까?'


“겨울에 가면 눈이 많이 와서 너무 아름답대요. 아. 여행하고 싶다. 올림피아토토님은 여행 좋아하세요? 어디 가보셨어요? 전 엄마가 공부 안 한다고 공부를 하도 시켜서 어렸을 때 여행을 많이 못 가봤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요즘에 일본에 많이 간대요. 뭐 일본이 여행 가기에는 육각형 모델이라나? 올림피아토토님은 일본에 가보셨어요?”


“아, 네, 저는 후쿠오카 가봤습니다.”


“오. 후쿠오카. 저는 안 가봤어요. 그런데 가본 사람들이 거기도 되게 좋대요. 온천이 좋다나? 아 온천물에 들어가고 싶다. 요즘엔 일이 너무 많아서 진짜 따뜻한 온천물에 들어가서 몸을 담그고 싶어요. 휴식이 좀 필요하거든요. 근데 일본엔 혼욕탕도 있다면서요? 어머. 재밌겠다.ㅋㅋㅋ“


'여행이라는 주제인 것 같긴 한데. 여행을 평가하는 것으로 갔다가 온천에 혼욕탕이라. 혼욕탕이라는 결론에 어떻게 도달한 거지?'


수정의 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이야기의 출발점 마저도 희미해져갔다. 반면, 수정의 생동감 넘치는 몸짓과 표정이 성우의 머릿속에서 겹쳐졌다. 올림피아토토 피식 웃음이 났다.


성우의 시선은 컴퓨터에서 창가로 향했다. 올림피아토토 창가를 멍하니 바라봤다. 불현듯 수학개념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파이(π)에 대한 출력값인데?


올림피아토토 수정의 대화 패턴이 출력값이 무한하게 생기는 파이(π) 같다는 생각에 닿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루하진 않았다. 출력값에 패턴 따윈 없지만 숫자가 계속 바뀌는 파이값처럼.


‘나한테 왜 자꾸 질문을 했을까? 수정님은 자기가 대답을 알아서 다 하던데. 여튼 종잡을 수가 없네. 그런데 끌린단 말이지. 이 복잡미묘한 감정을 뭐라 해야 하나?’


"감정 낱말 사전 알려줘."


성우는 감정을 챗올림피아토토에 물어봤다. 머릿속에 뿌옇게 안개가 낀 것 같았다. 이럴 땐 개념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챗올림피아토토는 잠시 로딩을 하더니 답했다.


"감정은 크게 6가지 기본 감정에서 뻗어나간다고 보통 말해. 폴 에크먼의 이론에 기반해서 구성해 볼게."


성우는 챗올림피아토토의 인도에 따라서 감정을 분류해 보기로 했다. 일단 긍정적 놀람의 감정이 있었고, 황홀함? 같은 거였나? 그런 감정은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뭐랄까. JFK 공항에 내렸을 때의 경험인 듯한데. 영어를 뚫고 온갖 나라말이 뒤섞인 인종으로부터 들리던 풍경. 그때 들뜨고 그랬던 것 같은데 말이지.


올림피아토토 다시 물었다.


"이질적 감정을 느껴서 좋은 감정으로 작용할 수 있는 건가?"


챗올림피아토토는 대답했다.


"그럴 수 있지. 오히려 그게 새로운 올림피아토토이나 매력의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


"음 낯섦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움은 자극이 된다? 설득력 있네."


올림피아토토 컴퓨터 화면을 닫으면서 시계를 보았다.


"벌써 열한 시네. 내일은 여의도 출장이었지? 구두 닦아놓고 자야겠다.”


올림피아토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기지개를 켰다. 하품이 나왔다.

“졸려.”





사람을 느끼는 수정과 사랑도 분석하는 올림피아토토.

1-3화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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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여운을 나누고 싶으시다면,

올림피아토토와 수정{@intj.esfp.romance]이 인스타그램에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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