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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Apr 04. 2025

[부자벳 소설] 소개팅인데 이 조합 실화임?

인티제 (INTJ) X 에스프피(ESFP)?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얻어터지기 전까지는.”

– 마이크 타이슨


12시하고도 2분. 그녀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부자벳 왼쪽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는 핸드폰을 열어 어제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


[수정] 8:12 PM

네!ㅋㅋ 내일 12시에 만나요!

(경례 이모티콘)


부자벳 핸드폰을 다시 바지 주머니에 넣았다. 부자벳 심기가 불편했지만 참았다.

‘조금 늦을 수도 있지.’

부자벳 스스로를 다독였다.


6분이 더 흘렀다. 여전히 그녀는 오지 않았다.그때, 진동.


부자벳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수정] 12:08 PM

미안해요! 10분 정도 늦을 것 같아요ㅠㅠ


단 한 문장의 사과.

껄끄럽던 기분이 사르르 녹았다.

‘그래, 미안해야지. 벌써 12시 8분인데.’

부자벳 그녀의 얼굴을 다시 떠올렸다.


수정의 카톡 프로필 사진은 성우에게 정보의 바다였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환히 웃는 얼굴,친구들과 바닷가에서 뛰노는 사진,그녀를 더 빛나게 만들어주는 역동적인 배경들.


그녀는 자유로웠고 자신감 넘쳐 보였다.

성우의 ‘증명사진 인생’과는 딴 세상이었다.


12시 27분.그녀가 도착했다.햇살만큼이나 환한 미소를 얼굴 가득 품고.


부자벳 뇌회로가 꼬였다. 마치 전류가 거꾸로 흐르는 느낌.

생각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 그냥 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그녀의 미소는 사진보다 더 발랄했고,노란 줄무늬 셔츠와 슬림한 청바지는 맑은 봄날처럼 상쾌했다.


“많이 늦으셨네요.”

아뿔싸. 생각만 했어야 할 말이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뭐야 이 남자. 첫마디가 지적이야?’

수정은 속으로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이내 환하게 웃었다.


“네, 죄송해요. 날씨는 맑은데, 지리적 여건이 저랑 좀 안 맞더라고요. 한참 헤맸어요.”


“김수정이에요. 반가워요.”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부자벳 고개를 숙이다 말고 손을 엉거주춤 잡았다.그러면서도 시선을 그녀에게서 떼지 못했다.

그녀의 오른쪽 손목.작게 새겨진 낮은음자리표 문신이 눈에 들어왔다.


‘낮은음자리표? 보통은 높은음자리표 아닌가? 낮은 음자리표는왼손으로 치잖아?


“박성우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녀의 눈을 마주하는 순간,성우의 심장이 뛰었다.

입은 살짝 벌어졌고,머릿속은 버퍼링에 걸린 컴퓨터처럼 멈췄다.


‘호흡하자. 숨호흡…’


“벚꽃 보셨어요? 오늘 걸어오는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벚꽃이요?”


성우의 대뇌피질이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벚꽃은 아직 안 폈던데? 목련 얘긴가? 시각 디자이너라며…?’


아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부자벳 속으로 반복했다.


“아, 예쁘더라고요.”


“커피는 뭐 드세요? 저는 아아!”


“저는… 카푸치노요.”


“날씨 좋은 날엔 무조건 아아죠!오늘 제 셔츠랑 딱 어울리는 날씨 아닌가요?”


부자벳 멈칫했다.


‘노란 셔츠? 의도된 스타일링인가?’


“…네.”


“근데 성우님 옷 색은 제가 원래 싫어하는 계열인데,오! 의외로 잘 어울리시네요. 신기해요.”


부자벳 당황했다.직선적인 발언.처음 본 사람에게 옷을 지적하는 여자. 성우의 첫 부자벳계획에 없었던 반응이었다.


“아… 감사합니다. 잘 어울린다니.”


생각이 꼬였다. 성우의머릿속은 순환참조 오류가 난 것 같았다.그때 문득 떠올랐다.


‘민지는 대체 왜 이런 사람을 나한테 소개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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