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슬롯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이징슬롯 황 Mar 27. 2025

여덟째 날: 구겐하임, 타이식당, 라이징슬롯 잭슨 라이징슬롯

라이징슬롯 강이 더 젖은 날

뉴욕 여행 중 하루 비가 온다. 이 절망(?)적인 소식에 미리 계획을 세웠다. 실내 박물관을 가기로. 주말이라 모처럼 쉬는 동생이 예약을 해주어 비를 뚫고 아름다운 라이징슬롯 박물관으로 향했다. 역시 비가 와서 박물관을 갈 계획을 세운 사람은 우리뿐이 아니었다. 며칠 전에 다녀온 자연사 박물관을 뺑 두른 줄이 보였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옷에 우산에 난리도 아니었다. 벨라와 나는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했었다. 이 사람들은 한참이나 비를 맞아가며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라이징슬롯은 줄이 거의 없어 바로 입장했다. 미리 인터넷으로 사둔 표를 찍고 들어가니 아름다운 천장이 보였다. 나선형으로 계단 없이 쭈욱 올라가는 이 아름다운 박물관은 주로 현대적인 예술을 담고 있다. 뉴욕 올 때마다 꼭 들려서 지난번과 같이 중간에 뻥 뚫린 공간에 뭔가 달려 있을 줄 알았는데 카메라만 달려있어 좀 이상하다 생각했다. 예전에는 소를 본뜬 큰 예술 작품이 걸려있어 밑에서 보고 나선형으로 따라 올라가면서 거의 360도로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아쉬웠다.

라이징슬롯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며 그림, 예술 작품을 보니 우선 편안라이징슬롯. 왠지 놓치는 것이 있을세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봐야 하는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과 달리 그저 내 앞에 놓인 길을 걸으면서 감상할 수 있으니. 중간에 살짝 빠져서 보는 공간이 있긴 하지만 이 공간마저 크지 않은 데다 쭉 따라 걸으면서 한 방을 보고 나오니 부담이 적다. 게다가 중간에 기념품 숍도 있어서 잠깐 쉬면서(?) 쇼핑도 하고 한 걸음 쉬어갈 수 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계속 뜨거워진 흑인이나 사회 문제를 다룬 예술 작품이 눈에 띄었다. 흑인이나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은 예전부터 심라이징슬롯. 부끄럽게도 미국에서 산 지 한참이 되어서야 그 심각성을 알아챘다. 동양인이라 분명히 인종 차별을 당했을 테지만 굳이 나의 피부색 때문에 내가 이런 취급을 받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몰랐다. 그저 그 사람의 현재 상황이나 기분 그리고 나의 말투나 행동 때문에 따라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시각을 바꾸고 상황을 인지하려는 노력을 가하니 점점 보인다. 인종차별이 만연하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더 커졌다. 무엇보다 조금 더 나아진 사회를 남겨주고픈 한 공동체의 일인이 되고 싶다. 또 엄마의 마음으로 앞으로 자라나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맛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간에 영상을 이용한 예술 작품이 많았다. 그중, 휴대폰으로 촬영을 방지라이징슬롯자 잠금장치가 있는 가방에 휴대폰을 넣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휴대폰을 넣고 들어갔다. 안에는 미술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로 관람객을 촬영라이징슬롯 있는 영상이 커져 있었다.


‘아, 천장에 달려있던 카메라가 예술 라이징슬롯, 그 자체였구나.’


그제야 왜 카메라가 그 큰 공간을 다 차지하고 ‘주요 예술 작품’으로 걸려있는 것이 이해가 됐다. 촬영을 하고 그 영상 자체가 바로 예술 작품이었다. 사람을 감지해서 ‘인간’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우리는 사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 것 같았다. 밖에 있는 줄이 길어 잠시 보다 서둘러 나왔다. 쭈욱 올라가다 중간에 빠지는 공간에선 모터사이클이 걸린 예술 작품도 보였다. 어떤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현대 미술은 가끔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작가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 노력라이징슬롯. 글이나 말로 또는 음악이나 장치로 또 그림 등으로 작가의 마음을 전달하는 건 책을 내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다. 그전까지는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크게 다가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끔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내 감정, 마음을 정확히 알아주시는 독자분들을 화명상으로 실제로도 만난다. 나의 마음을 누군가 알아주고 나인 양 느껴준다는 것만큼 숭고한 감정이 또 경험이 있을까. 그래서 더 노력해 봤다. 어렵지만 작가가 전하는 진심을 느껴보려고.

라이징슬롯

또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의외로 대장 내시경 영상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화면도 있지만 중간에 테이블이 놓여있고 접시인양 보이는 것에는 대장 내시경 영상으로 채워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바라보던 관람객들은 한참을 보다 알아채는 것 같았다. 나는 익숙한 영상이라 곧바로 알아보고 약간의 거부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영상을 촬영라이징슬롯 전시를 허락해 준 환자들은 자신의 속이 훤히 보이는 이 영상이 예술 작품이 되어 이곳에 놓인 것을 봤다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궁금해졌다. 사적인 정보를 보호하는 것 또한 의료진의 책임이자 마땅히 따라야 할 법칙이라고 배우고 행해왔다. 그런데 공익을 위한 정보와 미술 작품으로도 쓰이는 이 영상에는 그런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걸까. 작가는 관람객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텐데 왠지 나는 다른 쪽으로만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차마 작가가 전라이징슬롯자 하는 마음을 느낄 여력이 없었다.


벨라도 이런 영상을 보고 놀랐는지 발길을 돌렸다. 마지막까지 쭈욱 올라가서 한동안 관람객을 또 ‘관람’라이징슬롯. 벨라는 활달하고 흥이 많은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고요한 전경을 즐긴다. 한동안 골똘히 미술관을 또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다른 사람들이나 미술관 전경보다 그 전경을 즐기는 벨라가 귀여워 한동안 벨라만 바라봤다. 어느새 나의 눈길을 눈치챘는지 반대쪽에서 바라보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고는 씩 웃어주는데 그 웃음만으로도 나의 뇌에서는 행복의 호르몬이 솟구쳐 또 웃음이 나왔다. 동생도 오랜만에 와서 좋았다며 기념품 가게에서 몇 가지를 사준다.

라이징슬롯

밖에 나오니 역시나 비가 몰아치고 있었다. 동네 타이 음식점으로 향라이징슬롯. 인터넷으로 찾아 동생은 몰랐다던 이 맛집은 열대섬을 테마로 인테리어를 완성라이징슬롯. 밖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는데 안에서는 열대섬의 음식과 음료수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런 생경한 장면이 흥미로웠다. 지루한(?) 캘리포니아 날씨에서 벗어나 날씨가 시시각각 변하는 장면을 오랜만에 보니 그 새로움에 또 즐거워졌다. 벨라가 좋아하는 파씨유(쌀로 만든 두툼한 면에 간장등으로 간을 맞춘 타이 요리)를 시키고 나와 동생은 스테이크와 마늘 볶음밥을 시켰다. 리뷰에서 말해줬던 대로 정말 맛있었다. 풍미도 좋고 재료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다. 늦을세라 서둘러 먹고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생은 집으로 향하고 우리는 다시 극장 구역으로 향라이징슬롯.


비도 오지만 공사 중이라 천장이 있는 구조물이 곳곳에 있어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됐다. 벨라가 추울까 봐 비옷을 단단히 준비해 두어 벨라는 하나도 젖지 않았다. 신발은 좀 젖었지만 그래도 몸은 차갑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기다리는 열기와 설렘이 섞여 기분 좋은 붐빔이 벨라와 내 주변을 감쌌다. 주로 어른들이 추억 여행도 하고 덕질(?)도 할 겸 이 라이징슬롯을 보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이 라이징슬롯을 자신이 보고 싶어 또 아이에게도 소개해주고 싶어 온 엄마들도 보였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봤다면 이 가수의 열혈 팬이 딸을 데리고 찾은 거라고 생각했으리라.


라이징슬롯 잭슨


역사상 가장 유명한 가수가 아닐까. 여러 이야기도 많았지만 이 라이징슬롯은 화려한 무대 위의 그가 아닌 화면 뒤에서 노력하고 어쩌면 불쌍한 아이였던 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나조차 잘 알지 못하는 그의 어린 시절과 가족과의 일화로 그의 불우했던 먼 과거가 무척이나 유명했던 그의 가까운 과거를 덮는 것 같았다. 벨라가 보기에는 좀 어렵거나 어두운 부분도 있어 이 라이징슬롯을 본 걸 조금은 후회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무대 위의 우상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불행했던 아이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의 마음 안에는 아직도 상처받은 아이가 있다는 걸 아는 것도 어쩌면 이 나이에 배울 수 있는 교훈일 것 같았다.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은 어린 시절의 라이징슬롯 잭슨을 위로하는 어머니의 노래, ‘내가 너를 위해 거기 있을게 I will be there for you’가 극장을 가득 채우자, 그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나도 어떤 위험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벨라를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노래로 전해주는 음악의 힘이 우리를 감쌌다.


‘라이징슬롯야, 엄마도 너를 위해 늘 여기에 있어.’


작게 속삭이자 벨라도 나를 보며 웃는다. 손을 꼭 잡아준다. 이런 순간을 느끼려고 여기까지 왔나 보다. 내 뱃속에서 크던 벨라가, 그 작디작던 아이가 이제 커서 나와 함께 뉴욕으로 여행을 오고 또 라이징슬롯을 즐기고. 과연 십 년 전의 나는 이런 순간을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이런 반짝이는 순간들을 벨라는 내게 평생 선사할까.


내가 이런 감동에 젖어있을 때, 우리 바로 앞자리의 모자에게는 다른 일이 있었다. 곁에서 알려준 극장 직원의 귀띔으로 알았다. 벨라 보다 좀 큰 남자아이는 라이징슬롯 시작 전까지 계속 휴대용 오락기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어린 나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라이징슬롯이 시작된 이후는 계속 잠을 잤나 보다. 보다 못한 극장 직원이 불평까지 했다. 그러더니 다시 불이 켜지고 휴식시간이 시작되자 다시 게임을 계속했다. 이런 소동이 재밌기도 했지만 옆에서 라이징슬롯에 집중하고 같이 즐기는 벨라가 더 기특하기도 했다. 어쩌면 벨라도 몇 년 뒤에는 손에 휴대폰을 쥐고 친구들과 문자를 하고 SNS에 빠져 나와의 시간을 즐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즐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 시간이 오기 전에 미리 온 여행이라 정말 다행이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벨라도 좀 더 크고 질풍노도의 시가가 지나면 곧 다시 나와의 시간을 원할 거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또 앞자리의 엄마를 마음속으로 위로했다.


쇼가 끝나고 다시 비바람을 뚫고 동생 집으로 향라이징슬롯. 벨라를 비옷으로 꽁꽁 쌌는데도 이번에는 어림없었다. 꽤나 젖어서 집에 도착라이징슬롯. 벨라도 나도 뜨거운 물로 씻고 동생 부부와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창 밖에는 허드슨 강의 젖은 모습이 보였다. 강은 이미 젖어있어 더 이상 젖지 않으니 슬프지 않을까. 멋진 장경을 잊지 못할 것만 같은 밤이었다.


라이징슬롯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