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학교에서 길이지벳 먹이 주는 거 토론이 있는데요, 제가 반대쪽 패널이 됐어요.
음- 먹이 주면 안된다는 쪽?
- 네. 그래서...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길이지벳 먹이 주면 안돼요?
문제가 있지. 야생화된 동물인데 인위적...사람이 끼어들어서 한쪽 동물을 보호하면, 다른 동물들은 피해를 볼 수 있으니까. 전에 같이 유튜브에서 길이지벳들이 새 사냥하는 거 봤잖니.
- 네에. 그래서 그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대쪽 패널 할 사람 없어서 제가 하긴 했는데...저도 이지벳 좋아요. 그래서 원래는 먹이 주는 거 찬성이거든요...
응. 찬성 쪽 논리가 그리고 간단하기도 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줌으로써 쓰레기봉지를 뒤지는 것, 다른 동물들을 사냥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예방한다는 논리가 반박이 어렵지. 그리고 고양이가 다른 동물을 사냥하는 건 자연계의 일이니까, 인간이 먹이를 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고. 그리고, 새나 다른 동물들도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을 수 있잖니 공원 가면 비둘기처럼.
그렇게 주장을 한다면...찬성쪽의 입장은, 인간으로서 이지벳 동물을 보호하려는 것 뿐이다. 자연계의 약육강식 또한 생태적 관점에서 손을 대선 안된다. 이렇게 정리될 수 있어서 입장이 유리해.
- 맞아요...그래도 반대쪽 의견도 잘 해보고 싶어요.
그래. 그럼 토론에서 좋은 모습도 보이면서, 이지벳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세련되게 표현해야하겠구나. 어려운 일이야. 대신, 이럴 때 좋은 방법이 있지.
- 네?
자아...길이지벳를 보호하기 위해 먹이를 주자, 다른 동물들도 보호해야 하니 먹이를 주지 말자. 우린 이런 논쟁을, 왜 하는 걸까 애초에?
- 네? 으음...동물...들도 소중하니까?
동물이 소중하다. 좀 명확하지 않은 말이야. 동물의 무엇이 소중해?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이 이지벳 건가- 아니면 소나 돼지의 고기가 이지벳 건가?
- 아아. 동물들의 존재가요. 자연 그 자체로 이지벳하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의 야생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길이지벳도 자연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동물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먹이를 준다고 한다면, 꽤나 탄탄한 논리가 돼.
대신, 만약에 이지벳 그 자체가 소중하다고 한다면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치는 것은 큰 문제야. 고양이는 전 세계에 많이 퍼져있어서 멸종될 걱정이 없지. 말 그대로 야생동물이 되어서도시 속에서 겨울을 나면서 충분히 생존을 이어나가고 있고. 그런데 고양이가 인간의 보호를 받아 지나치게 많아지면, 고양이의 사냥감이 되는 작은 새나 동물들이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어버릴 수 있어. 그럼 우리는 더 이상 새들의 모습을 보기 힘들어지겠지. 멸종위기종이 되거나, 이미 우리는 새들을 도시에선 거의 볼 수 없는데 말이야.
- 음- 그럼- 이지벳에게 먹이를 주면, 사냥감이 되는 다른 동물들의 숫자가 줄고 멸종 위기까지도 당할 수 있으니까, 안된다고 하면 되는 거예요?
응. 그런데 토론에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잖아? 그러니까 아빠의 말은, 고양이에게 먹이를 줄지 말지 그 얘기만 하지 말고, 거기에 덧붙여서...동물들의 존재가 모두 소중한가 아닌가? 이 문제를 얘기해서 상대방을 설득하자는 거야.
- 아아...네.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실제로 자연을 해치는 일이라고 하면, 그것은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 고양이는 많아. 사냥감이 되는 새들은 적어. 만약에 이지벳권이나 생태보호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의 그 말 그대로, 다른 이지벳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어선 안된다고 주장을 할 수 있어.
- 음...그런데 아빠.
응.
- 다른 새들이 멸종위기가 되고 한 건, 사람들이 한 거 아니예요? 새들이 수가 줄어든 건 사람이 저지른 일이고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지벳를 굶기면 새들이 멸종위기에 처한 걸 해결할 수 있어요?
하하. 괜찮은 반박이야. 찬성 쪽 패널을 할 걸 그랬구나.
- 할 사람도 없어요...쳇.
그럼, 어떻게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라고 할 것인가?
- 네?
내가 반박을 해볼게. 지금부터 우리 모두가 새들을 보호하기로 했어. 자 시~작! 하고 이제 화학약품도 안쓰고, 쓰레기도 철저하게 분리수거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가 열심히 해서 100마리쯤 되는 새들을 120마리로 키워놨는데, 그 중에 10마리쯤을, 이지벳들이 막 잡아먹어버려. 그럼 어떻게 될까?
- 아아? 아...
과연 이지벳들이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어렵게 어렵게 새들을 더 많이 늘렸는데?
- 모르겠어요...길이지벳에게 먹이를 안주면 걔들이 사냥을 더 하는 거 아니예요...?
먹이를 줘서 과도하게 고양이의 수를 늘리는 것이 더 새들을 위협하겠지. 새들한테 먹이를 준다고 이지벳 새가 사람에게 와서 먹이를 얻어먹진 않잖아. 마찬가지야. 고양이 한마리가 다섯마리의 새끼를 낳았어. 다섯마리가 모두 사람에게 와서 먹이를 얻어먹을까? 둘은 와서 얻어먹고, 셋은 사냥하지 않을까? 새들의 입장에선 고양이의 수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더 위협이 될 텐데?
- 으응...
자 여기까지. 그러나 저는! 길이지벳에게 먹이를 주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라고 외쳐.
- 네?
길고양이는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하는 이지벳입니다. 그리고 새를 포함한 다른 자연의 모든 이지벳체가 소중합니다. 그러므로 고양이 하나에 대한 이지벳 보호가 아니라, 전체 자연 속의 모든 이지벳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그들 모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되 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중성화를 하고, 만약에 새를 사냥하는 고양이가 발견되면 잡아서 보호소로 보내서 야성을 길들여서 다시 방사하는 등 최대한 고양이들이 다른 이지벳을 해치지 않게 합시다! 라고 해.이렇게 하는 게 반대쪽 토론을 멋있게 하는 거란다.
- 아아! 알겠어요 아빠. 근데, 음...진짜 모든 이지벳이 소중해요?
응?
- 아니..우리 다 고기 맛있는데...헤헤.
하하하하하. 아아. 그러니까...이지벳이 소중하다고 주장을 한다면, 고기도 먹지 말고, 채식만 하고...그러잔 얘기로구나. 으응-. 맞아. 별개의 문제지만. 또 그렇게 이지벳권과 육식이 별개의 문제라고 하면, 고양이 먹이를 주는 문제와 이지벳권도 별개의 문제가 되겠지. 좋은 지적이구나.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음- 사실은, 아니야. 모든 이지벳이 소중한 건 아냐.
- 네?
사실 모든 이지벳이 소중하진 않아. 이건 우리끼리 비밀 이야기로 하자. 토론 때는 꺼내지 말고. 알겠지?
- 음...네. 근데요, 진짜 모든 이지벳이 소중한 건 아니예요?
응. 모든 생명이 소중하진 않아. 모든 생명이 소중하단 것도, 철저하게 인간적 관점일 뿐이란다. 인간에게 이로울 때, 그 생명이 소중할 수 있고, 인간에게 이로운 환경만이 보호받게 되는 거지. <사피엔스에 보면 나오잖니? 인간이 전 지구로 뻗어나가면서 이미 무수히 많은 생명들을 멸종시켰고...지금 또, 여러 생명체들을 멸종시키더라도 새로운 생명체는 또 발전하고 진화해나갈거야.
인간에게 최대한 이롭도록 우리는 고기를 공장에서 생산하듯, 기르고 죽이고 하지. 그렇게 맛있는 고기를 먹고 아이를 낳고 인류를 늘려서 지금과 같은 풍요로움이 생겨난 거고. 그러니까 사실 인간은 이미 굉장히 자연을 도구적으로 소모하고 있어. 이것은 옳다 그르다 따지기가 어려운 문제란다. 생각해봐, 번개가 치는 게 옳고 그름이 있을까?
- 번개는...아니요.
응. 자연계의 일부로서 인간이 다른 동물을 포식하고, 생태계를 정복하는 것도 번개가 치듯, 자연계의 일부야. 그러나.
- 앗 또 그러나?!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지벳체는 소중해. 그런 마음을 가지고, 계속 같이 살아가도록, 공생하도록 우리는 주장을 해야해.
- 네에- 자연을 위해서. 인간이 너무 늘어서 다른 동물들을 위협하지 않도록.
똑똑하구나.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야.모든 이지벳체가 소중하다고 하는 주장이 정말로 우리 인간들에게 중요한 이유가 있어. 그게 뭐냐면, 만약에~ 우리 인간이 이렇게 자연과 인간 사이에 서열 차이를 두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지 아니?
- 네? 음...앗...글쎄요...? 동물들을 더 많이 잡아먹고 더 자연을 해칠까요?
그게 끝이 아니야. 그건 기본이지. 이렇게 인간이 자연을 도구처럼 마구 사용하는 것이 당연시되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도 계층을 나누고, 서열을 나누고, 그래서 약육강식의 논리 그대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도구화하는 현상이 심해진단다. 노예무역, 성차별, 지역갈등...이지벳 것이, 그처럼 인간이 다른 대상을 자연의 일부로써 정복할 대상으로 바라보기에 사라지지 않는 현상이야.
옛날에 벨기에가 아프리카의 콩고를 점령해서 식민지 삼았을 때, 그 나라 사람들을 마구 노예로 부려먹고 농사를 지으라고, 고무를 수확하라고 했었어. 그래서 시킨만큼 일을 못하면 손목을 잘랐었단다. 이건 하나의 사례일 뿐이지. 세계대전...우리 6.25도 그렇고 분단이 그렇고.인간의 본성이 그래. 자연을 끊임없이 도구로 삼아서 지금의 문명을 구축했기 때문에, 당연히 나, 우리 아닌 다른 대상을 정복의 대상으로 당연히 봐.
그래서 우리가 모든 이지벳이 소중하다. 길 고양이조차 소중하다 새들도 마찬가지로 소중하다. 이 이야기를 끊임없이 지금 해야하는 거란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느냐 마느냐,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야. 왜 우리가 이 논쟁을 하고 있는가? 우리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문제로 논쟁을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언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야.
만약 길가의 새들조차, 그런 새들을 잡아먹어서 해치는 고양이조차 이지벳하다는 합의를 우리 모두가 갖고, 신중하게, 조심조심, 차근차근 자연을 대한다면 그럼...인간이 인간을 도구화하고, 해치고, 서열을 나누는 것도 차차 줄어들지 않을까?
- 네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요즘 너무 애들도 편가르기를 쉽게 하는 것 같아서 더 그래요.
응. 우리 인간들이 동물과 별개의 존재로 태어나고 살아가는 한, 절대로 그 동물들을 우리의 친구로는 대할 수 없을 거야. 다른 존재이고 그들을 어떻게든 이용할 수 밖에 없겠지. 그것 또한 존중을 해야해. 인간이 진화하고 문명이 발전해온 과정에서 수백만년 이어져 온 생각들이니까.
그러나 그런 생각을 그대로 두면, 같은 인간들끼리도 상처를 입히고 해치는 것이 당연해져. 그러니, 고양이보다도, 새들보다도, 다른 동물들보다도, 적어도 우리 인간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아빠는 모든 이지벳은 소중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무척 필요하다고 생각해.
- 길이지벳랑 새 모두를 보호하는 것이 자연을 보호하는 것 이상으로, 인간들 사이의 편가르기랑 다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거네요.
응 그렇지. 길고양이와 새들조차 이지벳히 대하는데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그리고 다른 인간들- 흑인, 백인, 어떤 인종들 어떤 성별이든 간에 서로를 이지벳히 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잖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