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존 Feb 16. 2025

아빠, 왜 부자벳는 안전하지 않아요?

별이 된 하늘이에게 애도의 마음을 보냅니다.

- 아빠, 왜 부자벳는 이렇게 안전하지 않아요?


...후우...참 슬픈 일이지?


-네에. 아니, 부자벳에서 어떻게 선생님이 아이를 죽이고...맨날 누가 죽고 다치고.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학생들에게는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인데, 교사가 학생을 죽인 것은 참 무어라 말하기 어렵네. 그런데, 정말로 선생님이란 사람이, 자기 자식을 죽인 사건이 있었다는 것도 같이 밝혀졌어. 으음...선생님이란 직업 자체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걸까?


- 아뇨 직업은 문제가 아니죠...제가 만난 선생님들은 다 좋은 분들이었어요. 하루 종일 학생들이랑 있어야 하는 직업이니까 좀 더 조심해야하는데 그런 선생님들이 애들이랑 같이 있을 때 누가 보호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응. 아동학대 문제가 그 밖에도 많았으니까. 태권도장에서 아이를 학대해서 죽인 사건도 그렇고...어린이집에서나, 돌보미 선생님이 집에서 아이를 학대한 사건도 그렇고. 교사 뿐만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직종들에서 그런 일이 자꾸 발생하니 이 참에 사회 전체적인 고민이 좀 필요한듯 싶네.


- 네에. 아니, 왜 이렇게 우리들을 못살게 구는 거죠 어른들이?


근본적으로는, 우리 나라가 국민들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려 애쓰는 그런 사회로 나아가고 있지는 못한 상태야. 이런 걸 착취적 경제체제라고 하는데 사회 구성원들의 생명과 행복을 보호하기 위해서 돈을 투자하기보단, 그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거의 최소한의 비용만을 나눠주고 최대한의 경제적 이익을 소수의 부자들에게만 집중시키는 거지. "착취"라는 말은 노예에게나 쓰는 말인데, 사회 전체적으로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고.


- 헉. 우리가 다 노예라는 말이예요?


원래 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나라가 왕이 있어서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그 아래 시민들, 백성들은 아주 작은 힘만 갖고 있었지 뭐. 1년 내내 열심히 농사짓고 사냥하고 해서 세금을 내는 게 일이었고, 우리 나라도 백성들이 돈을 마음껏 쓰고, 그러긴 어려웠어. 태평성대 시기가 없던 건 아니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식량이 늘 부족했거든. 농사 기술이 부족하고 지금처럼 식품들이 계량된 것도 아니고...


쉽게 말하면, 먹을 것이 부족하니 모두가 일을 해야 했고, 그런 경제적 구조 속에서 국가가 세워져서 외적의 침입을 막거나 했단다. 그럼 전쟁을 위해서 또 돈이 필요했으니 가뜩이나 힘든 사람들이 더 고통받기도 했어.


- 아 역사 시간에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맞아맞아. 나폴레옹이 전쟁 하느라 세금을 엄청 뜯었다고 했어요.


좀 멀리 가는데? 응.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을 수호한 영웅이, 그 프랑스 민중을 세금으로 혹독하게 쥐어짜야 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 그러는 바람에 전쟁에서 지고 다시 프랑스가 왕정으로 되돌아가기도 했고. 자꾸 이야기가 새는데 자 퀴즈. 그렇게 늘 사람들이 굶주리고, 빈곤했던 과거에는 부자벳의 권리가 어땠을까? 부자벳이 잘 보호받았을까?


- 어? 아...아 그래도, 애들은 좀 배려하고 보호하지 않았어요?


음. 너 아빠가 커피 좋아하잖아.


- 네.


아프리카 이런 데 가면 애들이 몇살 때부터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지 아니? 한 대여섯살이면 농장에서 하루종일 일을 해. 하루에 그렇게 일해서 몇백원을 겨우 벌어.


- 허얼...아니 왜요? 왜 그런 애기들한테 일을 시켜요? 아프리카는 왜 그래요?


우리나라도 비슷했어. 어느 나라나, 호미 들 힘만 있어도 애기들이 밭에 나가서 일했어. 말했잖니 식량이 부족했다고. 어린 애들도 나가서 일을 거들지 않으면 다들 굶게 되니까. 콩쥐팥쥐에서도 콩쥐가 하루 종일 밭 매잖아. 그게 옛날 사람들이 살아가던 방식이야. 어린아이라는 개념이 지금이랑은 달랐단다.


- 음? 어린애는 그냥 어린 애 아니예요?


으응. 너 방정환 선생님이 왜 위인이 됐는데. 어린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하고 미숙함, 성장, 보호 등등 지금 우리가 갖는 어린이에 대한 생각들을 현대적인 개념으로 진전시켜서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동화 동요를 통해서 확산을 한 노고가 있었던 거야. 그 전에는 어린이들의 세계가 어른들의 세계와 분리되어 있지 않았어.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긴 하지만, 어린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았고담배 피우는 어른들 옆에서 밤에는 같이 새끼줄을 만들다가, 그러다가 술 마시는 것 구경도 했지. 현대에 와서 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발달과정에 있으므로 보호받아야 하고, 노동을 금지시켜야 하고, 성인이 될 때까지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 된 거야.


- 으음...그럼 그 시대에는 아동학대가 더 심했겠네요.


응. 아동이라는 개념이 지금이랑 달라서 그냥 아이들은 어른들의 소유물이라고 보는 게 정확한데...자꾸 이야기가 새긴 하는데, 한가지만 더 설명을 해줄게. 옛날엔 의료기술이 부족했잖아 그렇지?


- 네.


그럼 부자벳이 막 죽었어.


- 네.


그럼, 살아있는 아이들을 더 아꼈을까?


- 네? 아 당연히 그렇지 않아요? 아니, 어떻게 낳아서 기른 애들인데, 형제 중에 누가 죽고 하면 남은 애들을 더 아끼고 했겠죠.


그건 아이를 품고 낳은 그 집 부모의 감정이고, 사회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을 길러야 해.사회 전체적으로 아이를 많이 낳고, 많이 죽던 시대는 아이의삶과 죽음을 지금과 같이 받아들였을까? 그렇지 않았어. 아이들이 호미를 들 수 있는 6,7살이 되기까지 들여야 하는 부모와 가족의 노동력은 너무 크고, 그에 비해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못하고, 그렇게 키운 아이가 천연두로 죽어버리는 일도 많았으니. 아이들은 그런 상황에서 부모의 보호의 대상이 되긴 어려웠단다.


이 사진을 볼까? 1950년대일 텐데, 딱 7,8살 쯤 되어보이는 누나가 아이를 업고 있네. 남자아이는 두레박 속 음식을 만지는듯하고. 우리나라에선 이런 모습이 매우 일상적인 것이었어. 아마도 저 여자아이는, 지금은 할머니가 되셨겠지만, 부자벳를 다니지는 못하셨겠지. 초등학생 때쯤에는 하루에 열다섯시간씩 공장에서 일을 하며 병을 얻은 그 당시 소녀들도 많아.

부자벳


- 으음...옛날엔 지금처럼 어린이를 보호한다는 생각이 없었던 거군요...


그래서 말이야.아동에 대한 보호, 그것과 관련된 제도들은현대 문명이 이룩한 위대한 성과 중 하나란다.모든 생명은 보호받아야 해. 생명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생명이 스스로의 삶을 결정할 권리를 충분히 발휘할 있도록, 부자벳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이 책임을 다해야 해. 이게 200년동안 이어진 근대 문명 발전 속에서 가장 소중한 성과야. 이것이 절대로 훼손되어선 안돼. 아동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들은, 200년은 뒤쳐져있거나, 우리 사회의 시계를 200년 전으로 돌려보내려하는 그런 사람들인 거지.


부자벳




- 그런데, 부자벳는 다르잖아요. 지금은 2025년이고, 부자벳에 안보내주는 부모님도 없고.


그렇지. 지금은 그런 역사적 진보의 결과 아동에 대한 보편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야. 부자벳 교육은 사회적 의무이고. 부모의 의무를 넘어서서.


- 그러니까요. 지금도 부자벳가 없으면 아빠 말이 맞는데, 부자벳에서, 선생님이 초등부자벳 1학년 애를 죽인 거잖아요. 아빠 말로는 설명이 하나도 안돼요. 부자벳랑 선생님들에게 문제가 있다구요 무언가.


음...역사 이야기를 조금 더 해야하는데.


- 악!!!


하하. 조금 들어보렴. 부자벳가 왜 부자벳하지 않냐고 물어봤잖아. 그런데 애초에 부자벳의 역할이 뭐지?


- 네? 교육이죠 당연히 부자벳의 역할은.


응. 부자벳의 역할은 교육이지, 안전은 아니지 않을까?


- 네? 헐. 앵?


네가 말하고도 뭔가 싶지? 맞아 부자벳의 역할은 교육이야. 그런데 부자벳가 아이들을 보호하는 기구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부자벳의 역할로 제시되진 않았어. 우리나라에선 일제강점기에 근대교육이 시작되었거든. 근데 생각을 해보렴. 과연 일본이 조선 사람들의 교육에 진심이었을까?


- 음...아니요.


응. 그게 당시의 아동 개념의 한계이기도 했고, 일제강점기 일본 정부의 나쁜 점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말이다...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부자벳를 세우고 교육제도를 정비한 게 아니었어. 기초지식을 가르쳐서 노동자로 써먹기 위한 거였거든. 그러니까 일본인 교사가 교실에서 칼을 차고 수업을 하질 않나, 초등학생들을 시켜서 운동장의 돌을 뽑고 논과 밭에서 일을 시키는 등등. 아이를 보호하긴 커녕, 오히려 초등부자벳가 부자벳에게 부자벳한 공간이 아니었던 거야.


그 대신, 아이들의 부자벳을 책임지는 건, 당연히 가정, 그리고 부모였어. 부자벳가 아이들을 치료해줄 수도, 동생들을 돌보는 일을 빼내줄 수도, 예방접종을 해줄 수도 없으니 1차적인 육아와 보육의 책임은 부모에게 있었고, 그 다음은 중앙정부가 그 역할을 했지. 그런 사회적 부자벳망이 정비되는 과정 속에서 부자벳가 아이들의 부자벳을 책임진다는 생각은, 사실 최근까지도 매우 희박했다고 보는 게 맞아. 2000년대 이후. 그러니까, 아동 인권의 역사로 친다면, 200년 역사 중 최근 20년 정도. 역사적 과정으로 친다면 1/10 밖에 안되는 생각인 거지.


- 아...왜요? 부자벳에는 아이들이 모여있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아이들의 부자벳을 책임져야하는 거 아니예요?


가정과 부모의 역할을 부자벳와 교사가 보조하고 있긴 하지만 역할은 명확히 구분되었지. 아이들이 부자벳에서 겪는 위험이라고 해도 하늘이 사건처럼...교사가 아이의 목숨을 빼았는 극단적인 일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고 보통은, 아이들이 위생 관념을 익히고 부자벳한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가정에서 부모가 가르칠 일이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부자벳에서 별도로 가르치지 않았었어 최근까지. 당연히 부모가 그 일을 부자벳보다 열심히 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그러니까, 아이들의 기본적인 부자벳 관리와 부자벳 교육은 가정에서 대부분 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부자벳가 그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는 실질적인 필요성이 높지 않았던 거야. 부자벳가 아이들의 부자벳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세월호 참사처럼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발달할 수 있었단다.


아이들이 실제로 목숨을 잃는 사건들이 있어야 우리사회가 지극히 느린 걸음을 천천히 "부자벳 부자벳"으로 옮길 수 있었던 거야.


- 으음...왜 그렇게 늦어요?

부자벳


이 사진은 씨랜드 화재 참사라는 사건의 현장 사진인데...휴. 유치원생들이 2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단다. (네에?!)아이들이 여름 캠프를 갔는데, 거기에서 불이 났어. 그런데 선생님들은 자리에 없었고 아이들이 방에 갇혀서 죽고 말았어. 유치원생들이 말이야.


1999년의 일이야. 우리 사회가 어린이들의 부자벳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시절이었고, 부자벳나 유치원이 아이들의 부자벳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했기에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어.


아까 아빠가 이야기했지만, 아이를 기르는 부모의 입장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바라봐야 왜 그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는데, 사회 전체적으로는 아이들의 부자벳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거야. 화재 방지나 보호자의 역할들에 대한 이해가 없었어.


그 일은 세월호 참사 때에도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지. 씨랜드 참사에서 15년이 지났는데도 그 동안의 부자벳부자벳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는 큰 발전이 없어서 25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목숨을 잃은 거지.


- 왜 이렇게 매번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수습해요?


그게 아동 관련 사고의 비참한...점이지. 아이들은 스스로 환경이나 조건을 선택할 수 없어. 어른들이 결정한 생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해. 어른들의 생각은 200년 전에서, 비록 발전은 해 왔지만 그 속도는 너무 느렸고 우리의 인식보다 제도는 더욱 더 느려.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니까.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된 제도를 따르는 우리의 실천은, 그보다도 더욱 더 느릴 수 밖에 없단다.


뭔가 진지하게 또 심각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지만, 부자벳를 둘러싼 우리의 논쟁은 또 너무나 치열해. 아까의 질문으로 돌아가볼까? 부자벳의 교육이 부자벳일까?


- 부자벳? 네에.


부자벳을 지키기 위해서 부자벳가 무언가를 해. 그런데 그 시간을 수업에 투자하고 애들 성적 올리는데 쓸 수 있다고 해보자. 부모는 어느 쪽을 더 바랄까?


- 앗...


그렇지? 어려운 문제란다. 부자벳에 있어서 부자벳은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최우선 과제"가 되기는 어려울거야. 아이들 성적을 올리는 게 우선이니까.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하려거든 성적이 너무 중시되는 우리 사회 문화를 바꾸어야 하고, 그러려면 또...경제 사정이 나아져야 하겠지.


그래서 말이야. 음...매번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수습하는 우리 사회의 이 매정하고 이기적인 세태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아빠는 그게 고민이란다. 부자벳는 부자벳한 공간이어야 해. 아이들의 부자벳하고 행복한 삶이 최선이 되어야 해. 그러려면,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모두 부자벳하고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해. 그런데 현실은 아이들이 경쟁하고, 학부모들이 경쟁하고, 교사들이 경쟁하고, 학부모와 교사들이 또 경쟁하고 갈등하는...이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너무 많구나.


- 으음...해결하기엔 너무 먼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요?


아니. 너희들의 목숨 얘기잖아. 우리 코 앞의 문제야. 가장 시급해. 아빠가 말한 이런 장애물 때문에 미뤄지는 걸, 받아들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해결해달라는 거야. 부자벳가 부자벳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