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사회복지사가 말하는 청년 크랩스 예방법
"진짜, 이런 사람이 있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고립'이라는 특성 탓에 정확하게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각종 연구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에 66만 명의 청년이 고립되어 있을 것이라 추정한다. '나는 평소에 가족과 대화를 자주 하는 편이다.'라는 질문에 고립이나 은둔 상황의 청년은 40.5%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반면 같은 질문에 서울시 청년은 14.8%만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언제나 나의 편일 것 같은 가족마저도 서로에 대한 책임을 포기한 셈이다.
나는 크랩스 청년인 동시에현직 사회복지사로서 '고립'의 정의를 확대하는 것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고생각한다. 만약 크랩스이라는 것을나처럼 관계를 포기하고 있는 청년까지도 정의를 확대할 수 있다면 그 수는 더 클 것이다. 누군가는 이것이 의미가 있냐 생각할 수 있다. 그보다 고립되어 있는 청년을 찾고,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기준에서 고립 정의로는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를 테면 나는 친한 사람과 대면교류가 거의 없고, 업무 상 교류를 제외하면 1인 사무실에서 근무하기에 직장 동료도 없으며, 동네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크랩스 청년으로 보지 않는다. 직장이 있어서 매일 집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실질적으로는 고립되었지만, 행정적으로는 고립되지 않았다.
고립의 정의를 확대해야만 하는 이유다. 현행 사회복지 서비스도 하등 다르지 않다. 가족을 포함한 그 누구와도 연락하는 사람이 없고, 일을 하지 않아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있고, 우울하거나 외롭다고 느낄때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는 청년을 찾는다. 이러한 청년은 모든 연결이 끊어져 있어 찾기도 힘들고, 마음의 벽을 친 지 오래라 지원까지 이어지기는 더 어렵다. 즉 현재 시스템에서는 사회복지사가 고립된 사람을 찾을 수 없다.
이렇게까지 고립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고립'의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 나처럼 직장이 있지만 주변 사람과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단절을 선택한 청년, 가족과 함께 살지만 차마 가족에게는털어놓지 못할 고민이 있는 청년, 취업 실패 경험의 반복으로 경제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청년들을 고립되기 전부터 사회 관계망에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
복합적 고립 상황에 빠질수록 찾기 어렵고, 심각한 고립에 놓인다. 고립은 언제나 다른 형태의 고립을 불러낸다. 하지만고립 정의를 확대함으로써 고립 자체를 예방하고, 사회 안전망과 연결하고, 개인의 회복 탄력성을 길러 혹여나 고립에 처하더라도 비빌 언덕을 믿고서 다시금 관계할 수 있다. 애초에 사회 안전망이라는 그물을 넓게 쳐서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08화 당신에게 가장 강한 888토토는 무엇입니까?에서 썼듯이, 나는 크랩스 청년으로서 '책임 없는 쾌락'을 적극 추구한다. 어쩌면 사회복지사로서 내가 고독사하지 않기 위한 최대한의 몸부림이자 노력인 셈이다.고립에 처한 당사자에게 혼자 해결하라고 말하는 것은,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알아서 헤엄쳐 나오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립 문제는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 오죽했으면은 인간이 직관적으로 가지는 3대 욕구마저도 포기하게 되었을까.
고립 정의를 확대하면 해결책도 자연스레 따를 테다. 정서적 고립에는 분절되어 있거나 전문적이지 않은 크랩스 청년 상담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 환경적 고립에는 가족 치료나 고립 당사자 간 자조 모임 연결,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고립 여부에 따라서 크랩스 청년의 주변 환경을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될 테다다. 경제적 고립에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취업 지원이나 창업 패키지 등의 연계도 가능하다. 이토록 쉽고도 명쾌한 해결책은 단지 고립 정의를 확대하여 고립되지 않도록 전제 조건을 바꾸는 것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