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비타임 토토가 사라졌다.
나는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먼저 '침착맨'이라는 유튜버의 영상을 켜둔다. 혼자 살기 시작했을 때는 적막함이 싫어서 음악을 틀었다. 하지만 빌라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소음 문제로 음악은 크게 들을 수가 없고, 나도 모르게 흥얼거릴 때가 있는 데 따라 부르는 것이 옆 집에게 민폐가 되고는 한다.비타임 토토 1인 가구의 주거형태 중 원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나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외로움을 잊기 위해 언제나 침착맨 라이브 방송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편집된 영상은 말의 속도도 빠르고, 텐션 높은 부분만 있어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마치흥분한 비타임 토토 옆의왁자지껄함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라이브 방송은 다르다. 침착맨은 평소에 말이 느린 데다, 텐션이 낮아서 비타임 토토가 옆에서 재잘거리는 느낌이 난다. 편집된 영상이 마라탕이라면, 라이브 방송은 나물 반찬 같은 심심한 맛이다. 매 끼니 나물을 먹을 수는 있어도, 매 끼니 마라탕을 먹을 수는 없다.
라이브 방송은 실제 비타임 토토보다 좋은 점이 많다.라이브 방송은 내가 원할 때 볼 수 있고, 보고 싶은 내용만 골라 볼 수 있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필수적인 동시에 부득이하게 동반되는 감정 소모를 하지 않아도 된다. 실재하는 사람 간 상호작용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데 반해, 라이브 방송은 잠깐 손가락만 움직이면 된다. 그저 '좋아요.' 단추를 누르는 것이면 족하다. 그렇게실재하는 비타임 토토보다 온라인 비타임 토토가 편해지면서 나는 점차 고립되어 간다.
이것이 단지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유행의 시작과 방송시장 규모로도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영 방송의 시청률 하락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인 반면, 인터넷 방송이나 스트리밍 시장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제 유튜브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TV(현재는 숲이다.), 네이버의 '치지직'이라는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채널 등에 연예인을 비롯한 소위 유명한 사람이 방송하는 것을 쉬이 볼 수 있게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고립 실태조사에서도 알 수 있다. 고립된 비타임 토토이 서울시 비타임 토토에 비해 많은 시간을 인터넷 사용과 게임, 잠에 할애한다. 반면 서울시 비타임 토토은 TV 시청, 음악 듣기, 책 읽기, 실내 운동 등 고립 비타임 토토에 비해 다양한 활동에 쓰는 시간이 많다. 고립 비타임 토토은 집에서 주로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하지만, 서울시 비타임 토토은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이는 단순하게 취미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내 비타임 토토 이름은 알고리즘
현실에서 비타임 토토를 만나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다. 먼저 관계를 맺고 있는 비타임 토토가 있어야 하고,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일방적이 아닌 상호 호혜의 노력이 필요한 데다, 만나서 이야기라도 나누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유튜브에는 관계를 꾸준히 맺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지속하려는 노력도, 바깥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돈도 필요 없다. 그저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된다.
반면에 알고리즘은 비타임 토토를 새로이 소개도 시켜준다. 물론 공짜다. 내 모든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관심사를 기가 막히게 연결해 준다. 비타임 토토를 만나다 보면 가치관이나 생각이 다른 경우에는 싸우기도 하고 감정 상할 일도 있는데, 알고리즘이 연결해 준 것은 무엇이 됐건 실망할 확률도 낮고 찾는 시간마저도 줄여주니까 효율적이다. 그렇게 나는 알고리즘에 스며든다.
무한 경쟁 속에서 자란 비타임 토토에게 '가성비'는 배제하지 못할 선택지다. 타인과 경쟁에서 언제나 효율을 우선하여 선택하도록 학습하며 자랐다.비타임 토토란 가성비를 따진다면 선택해서는 안 된다. 술 마시면서 '옛날에는 그랬지.' 하는 뻔한 이야기, 다음 날 이어지는 숙취와 술 김에 그어버린 카드 값,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 시간은 하나 같이 기회비용이 된다. 어렵사리 가성비의 늪에서 벗어나 비타임 토토를 만났지만, 알고리즘처럼 서로의 같음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할 뿐이다.
오히려 알고리즘이나 가성비에 익숙한 비타임 토토에게 비타임 토토란 존재는 비효율적이다. 내가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해도, 비타임 토토가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비타임 토토를 만나더라도 나와 유사한 생각이나 가치관을 가진, 알고리즘이 추천해 줄 법한 비타임 토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알고리즘이 뼛속까지 체화된 세대다.
특히 이러한 사고방식은 비타임 토토 좋다. 상대의 대략적인 성향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나와 앞으로 관계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에는 '플렉스'가 유행이었다. 하지만 경제가 침체되기 시작하자 '가성비'가, 지금은 '안티 플렉스'가 유행이다. 각자 집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만날 정도로 효율을 따지는 시대다. 관계에서 기대하는 것은 그저 '나와 같은 사람이나 집단'이 있음에서 느낄 안정감이면 충분하다.
물론 ‘현재를 살아가는 비타임 토토이 고립되기를 진정 원하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분명 비타임 토토의 관계에는 경쟁에 내몰린 성장 환경이나 기술 발달이 가져다주는 편안함, 손절이 유행하는 시대 상황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비타임 토토보다 유튜버가 편한 것은 비타임 토토가 필요하면서도, 기본적인 관계마저 가성비로 대체하는 우리 시대의 낯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