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칼 솔카지노 측의 음모였다. 단지 나는 함정에 빠졌을 뿐이다.’
벤 솔카지노은 자서전 ‘서울 투 소울(Seoul To Soul)’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남자는 그 말을 굳게 믿었다. 근거를 대라면 얼마든지 댈 수도 있었다.
육상 선수 출신 부모님 아래서 일찍부터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성장한 칼 루이스와 달리 십 대 중반에 육상을 시작한 벤 존슨은 불과 몇 년 만에 세계적인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것은 타고난 재능을 가진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는 주 6일 하루 4~5시간씩 달리는 연습벌레였으며, 88서울올림픽에 참가하기 전 이미 다섯 차례나 칼 루이스에게 솔카지노를 안겨준 전적이 있었다. 특히 1987년 로마세계선수권 대회 100m 경기에서는 9.83이라는 세계신기록까지 세우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놀라운 반응 속도를 가진 스타트에 빠른 피치까지 더한 벤 존슨의 주법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어느 날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를 열광에 빠트린 벤 존슨, 가난한 자메이카 출신 배달부, 그러나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자기 앞의 벽을 훌쩍 뛰어넘어 버린 기적의 사나이. 그런 그가 스스로 함정을 팔 리 없었다. 분명 음모다. 음모여야 했다. 남자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