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별곡 15
이사 전에 집이비어 있는 상태라 미리 청소를 하러 갔다. 집은 대체로 깨끗했다. 집을 꽉 채우고 살았던 모든 살림살이들과 드나들던 사람이 흔적도 없이빠져나가 벽만 남은 텅 빈 집은 베란다로 햇살이 마구 쏟아져 들어 오고 있었다. 우연히, 꼭 봐야 하는 곳도 아닌데, 신발장 속도 아니고 보이지도 않는 신발장 위를 왜 봤는지 모르겠다. 거기 딱 하나 앞서 살았던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곱게 접어진 베네치아 카지노였다.
먼지가 앉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오래 여기 있었던 것은 아닌 듯했다. 제법 사용한 듯 반질반질한 대나무 느낌과손에 잡히는얇삭한 부피감.접어진 것이 하나도 삐뚫어지거나 흐트러짐이 없는 고급 부채였다. 여자들이 쓰는 부채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베네치아 카지노 펴봤다.
먼저 눈에 들어 오는 것은 먹으로 그린 검은 이파리들이었다. 아 멋지다. 금박의 종이 위에 먹그림이라니 - 일본 풍이다. 금색은 빛을 잃어서 얼핏 보면 기름 먹인 종이 같기도 하다. 부채종이 보다 더얇은 대나무살과 함께색이 깊어진 금색이다. 부챗살을 손으로 문질러 보면 보드랍고 매끈하다. 섬세하고 완벽하다.베네치아 카지노 펴면서 한번 더 놀랐다. 검은 잎에 초록 꽃이라니!열매인가?
이 베네치아 카지노는 얼마나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부채 그림으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금색 종이 위에먹으로 그린 무성한 검은 잎에어린 가시들이 빽빽한 초록의 밤송이 두 개가 달린 밤가지가 그려진 거였다. 낙관도 깔끔하게 찍혀있었다. 모든 것이 조화롭고 중후하고 아름다웠다. 정갈하고 아름다운 베네치아 카지노는 세월의 색깔을 입어서 더 깊이가 있었다.어쩐지 여자용 부채가 아닌 남자 부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 가면서 못 챙겨갔나 봐. "
"버려라, 남의 물건인데 찝찝하잖아."
버리기엔 그 베네치아 카지노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또예뻐서나는 그 부채를 쓰지는 않더라도 버리지 않기로 했다.
이미 내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소설을 쓰고 있었다.
아름다운 베네치아 카지노라는 물건이 주는 분위기 때문인지 '불륜'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1. 남편의 불륜
남편은 일본출장이 잦은 사람이다. 일본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는 매력적이었다. 그냥 현지처로 만났지만 서로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렇다고 행복한 가정을 깰 마음은 없었다.그녀가 선물한 부채였다. 괜히 찔려서 아무도 손이 안 닿는 신발장 위에 올려뒀다. 가끔 부채가 생각이 났지만가정에 충실한 철저한 사람이다.
2.아내의 불륜
반대로 아내가 일본으로 출장이 잦았다. 일본에 갈 때마다 만나는 남자가 있었으니- 어쩌다 그 남자의 베네치아 카지노 실수로 가방에 넣어오고 말았다. 버리기는 그렇고 남편에게 들킬 것 같아서 신발장위에 의자를 가져와서 올려놓았다.
아니면? 남편에게 선물처럼 준다. 남편은 쓰던 부채라 좀 그랬지만 별생각 없이 베네치아 카지노 쓰다가 아내가 출장에서 찍어온 사진 속 남자가 그 베네치아 카지노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아내는 눈치를 채고 베네치아 카지노신발장 위에 숨겨버린다.
3. 그냥 평범한 선물
여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거래처에서 선물로 주었다. 여름에 손에 들고 다니다가 신발 신을 때 신발장 위에 두고 잊었다. (굳이 손도 안 닿는 신발장 위?) 어쨌든 그리고는 잊어버린 것이다.
아내에게 주려고 산 선물이라기엔 그림이 밤송이라 좀 그렇지만 - 그래도 일본에서 돌아오며 아내를 위해 선물로 사 온다. 아내는 밤송이 그림이 남자 베네치아 카지노 같다며 남편에게 준다. 남편이 신발장 위에 두고 잊어버린다.
이렇게 저렇게내 맘대로 이야기를 지어본다. 아무도 그 사연을 알 수 없다.
부채의 주인이 깜박 잊어버리고 간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버리고 간 베네치아 카지노는 아니길 바란다.
그렇게 누군가로부터 이별한 이 베네치아 카지노는그 사람과의 인연과 사랑과 추억까지도 이별 한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 추억을 내가 주워서 이렇게 간직하고 있어도 될까?
부채를 위해 불륜 이런 거 말고 좀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