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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Jan 03. 2025

두고 간 것

사물 별곡 15

이사 전에 집이비어 있는 상태라 미리 청소를 하러 갔다. 집은 대체로 깨끗했다. 집을 꽉 채우고 살았던 모든 살림살이들과 드나들던 사람이 흔적도 없이빠져나가 벽만 남은 텅 빈 집은 베란다로 햇살이 마구 쏟아져 들어 오고 있었다. 우연히, 꼭 봐야 하는 곳도 아닌데, 신발장 속도 아니고 보이지도 않는 신발장 위를 왜 봤는지 모르겠다. 거기 딱 하나 앞서 살았던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곱게 접어진 베네치아 카지노였다.

베네치아 카지노

먼지가 앉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오래 여기 있었던 것은 아닌 듯했다. 제법 사용한 듯 반질반질한 대나무 느낌과손에 잡히는얇삭한 부피감.접어진 것이 하나도 삐뚫어지거나 흐트러짐이 없는 고급 부채였다. 여자들이 쓰는 부채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베네치아 카지노 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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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눈에 들어 오는 것은 먹으로 그린 검은 이파리들이었다. 아 멋지다. 금박의 종이 위에 먹그림이라니 - 일본 풍이다. 금색은 빛을 잃어서 얼핏 보면 기름 먹인 종이 같기도 하다. 부채종이 보다 더얇은 대나무살과 함께색이 깊어진 금색이다. 부챗살을 손으로 문질러 보면 보드랍고 매끈하다. 섬세하고 완벽하다.베네치아 카지노 펴면서 한번 더 놀랐다. 검은 잎에 초록 꽃이라니!열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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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베네치아 카지노는 얼마나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부채 그림으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금색 종이 위에먹으로 그린 무성한 검은 잎에어린 가시들이 빽빽한 초록의 밤송이 두 개가 달린 밤가지가 그려진 거였다. 낙관도 깔끔하게 찍혀있었다. 모든 것이 조화롭고 중후하고 아름다웠다. 정갈하고 아름다운 베네치아 카지노는 세월의 색깔을 입어서 더 깊이가 있었다.어쩐지 여자용 부채가 아닌 남자 부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 가면서 못 챙겨갔나 봐. "

"버려라, 남의 물건인데 찝찝하잖아."

버리기엔 그 베네치아 카지노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또예뻐서나는 그 부채를 쓰지는 않더라도 버리지 않기로 했다.

이미 내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소설을 쓰고 있었다.

아름다운 베네치아 카지노라는 물건이 주는 분위기 때문인지 '불륜'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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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편의 불륜

남편은 일본출장이 잦은 사람이다. 일본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는 매력적이었다. 그냥 현지처로 만났지만 서로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렇다고 행복한 가정을 깰 마음은 없었다.그녀가 선물한 부채였다. 괜히 찔려서 아무도 손이 안 닿는 신발장 위에 올려뒀다. 가끔 부채가 생각이 났지만가정에 충실한 철저한 사람이다.

2.아내의 불륜

반대로 아내가 일본으로 출장이 잦았다. 일본에 갈 때마다 만나는 남자가 있었으니- 어쩌다 그 남자의 베네치아 카지노 실수로 가방에 넣어오고 말았다. 버리기는 그렇고 남편에게 들킬 것 같아서 신발장위에 의자를 가져와서 올려놓았다.

아니면? 남편에게 선물처럼 준다. 남편은 쓰던 부채라 좀 그랬지만 별생각 없이 베네치아 카지노 쓰다가 아내가 출장에서 찍어온 사진 속 남자가 그 베네치아 카지노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아내는 눈치를 채고 베네치아 카지노신발장 위에 숨겨버린다.

3. 그냥 평범한 선물

여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거래처에서 선물로 주었다. 여름에 손에 들고 다니다가 신발 신을 때 신발장 위에 두고 잊었다. (굳이 손도 안 닿는 신발장 위?) 어쨌든 그리고는 잊어버린 것이다.

아내에게 주려고 산 선물이라기엔 그림이 밤송이라 좀 그렇지만 - 그래도 일본에서 돌아오며 아내를 위해 선물로 사 온다. 아내는 밤송이 그림이 남자 베네치아 카지노 같다며 남편에게 준다. 남편이 신발장 위에 두고 잊어버린다.

이렇게 저렇게맘대로 이야기를 지어본다. 아무도 사연을 없다.

채의 주인이 깜박 잊어버리고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버리고 베네치아 카지노는 아니길 바란다.


그렇게 누군가로부터 이별한 이 베네치아 카지노는그 사람과의 인연과 사랑과 추억까지도 이별 한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 추억을 내가 주워서 이렇게 간직하고 있어도 될까?

부채를 위해 불륜 이런 거 말고 좀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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