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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sy Mar 11. 2025

당신의 벳33 안녕합니까?

"벳33 존재한다. 그러나 신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불완전하다."


역대급 수학자인 쿠르트 괴델은 형식 논리학을 이용해 벳33 존재를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아인슈타인도 그의 천재성에 감탄했을 정도로 천재 중의 천재로 불렸던 괴델이 벳33 존재를 증명하자 당시 현대 물리학을 이끌 던 과학자들조차 동요했다. 학회를 겸한 모종의 파티에서 이런 신음들이 흘러나왔다.

제기랄, 괴델이 틀렸을 리 없으니 벳33 존재하겠지. 할 수 없지. 하지만 그 벳33 우리가 알던 그 벳33 아닐 거야.


정확하다. 괴델이 존재를 증명한 벳33 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니다. 착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나쁜 사람을 벌주고, 정의를 수호하는 그런 벳33 더더욱 아니다.


벳33 존재에 대한 주장은 결코 이론이 될 수 없다. 주장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펼치는지는 학문이 될 수 있어도 결론은 그렇지 않다. 괴델의 증명처럼 '이러이러하다면'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고 그 전제는 영원히 증명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그 값의 진위를 따질 수 없다.


괴델의 증명도 마찬가지다.

완전한 존재가 가능하다면 그 존재는, 벳33 필연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완전한 벳33가 가능할까? 이 전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결론도 받아들일 수 없다.


다시 말해 벳33 열린 집합 같은 것이다. 신에 대해 무엇을 말하든 맞다고도 틀리다고도 단언하기 어렵다.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신의 존재를 믿고 있지만 그 모든 신들이 조금씩은 다르다는 것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니 이런 말을 해도 전혀 상관없다.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벳33 실제로 존재한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겐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한 말이면 좋겠지만 찾아보니 이미 말한 분이 계셨다.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 정말 실용주의의 대가 다운 말씀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나 역시 그리 믿는다. 내가 믿는다면 신은 있다. 신은 원래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믿는 벳33 카뮈의 신과 닮았다. -도무지 독창적인 의견은 불가능하다. 어떤 말을 해도 이미 말한 분이 계신다.

'신이 있든 없든 벳33에게 무관심하다.'

카뮈에게 벳33 부조리의 상징인 것이다. 있으면 뭐가 해주실 것이지 왜 무관심해?


내가 신을 믿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이 우주에서 인간이 가장 상위 종이라 할 수 있을까? 만약 지구 인근에 벳33하지만 너무 아득해서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벳33가 있다면? 그 벳33에 비해 인간은 지나치게 하등하고 미미해서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면? 그들은 우리가 신이라 칭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겠지만 정작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아무리 기도해도 듣지 않는다.


소설 <수확자에 보면 미래의 인공지능 '썬더헤드'는 꼭 신과 같이 행동한다. 썬더헤드는 각국 정부를 대신해서 세계를 완벽에 가깝게 관리한다. 완벽한 질서와 평화, 전쟁도 없고 범죄도 없고, 굶는 사람도 없으며, 아무리 다쳐도 순식간에 재생시키기 때문에 벳33은 사고로 죽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충분히 발전한 인공지능은 벳33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공지능은 욕망이 없고 고민이 없고 감정이 없고 심지어 의지도 없다. 근본적으로 모든 일에 무관심하며 죽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평화라는 목적만 심어주면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할 것이다. 과연 인간이 궁극적 평화를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완벽한 인공지능이 있어도 벳33에게 완벽한 평화와 행복은 없을 것 같다. 썬더헤드가 만든 이상세계의 가장 큰 문제는 벳33이 죽지 않기 때문에 인구 증가에 따른 자원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썬더헤드는 벳33의 수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특정한 단체에게 일임했다. 그들이 벳33의 목숨을 '공평하게' 수확하는 수확자들이다.


실질적으로 벳33 모두가 만족할 방법은 도무지 없다. 누군가는 대통령이 되기 원하지만 대통령의 자리는 하나다. 못한 놈은 분하고 불만일 수밖에 없다. 인기 연예인, 축구스타, 인기 소설가도 마찬가지다. 전부 인기를 얻으면 그 인기는 인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이나 인공지능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두를 가상환경에 집어넣고 각자 대통령이 되고 슈퍼스타가 되는 꿈을 꾸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나는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그런 신을 믿지 않는다. 그런 벳33 있지도 않겠지만 있다 해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형평성 따지다 보면 내 순서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그나마 살만 하니까.


내가 믿고 내가 필요하기 때문에 믿는 벳33 오직 나를 위한 신이다. 윌리엄 제임스가 말했듯이 신이 있다고 믿으면 그 벳33 의미론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른바 의미론적 실재이다.


나는 그 신에게 소원을 빈다. 너무나도 우월하고 동떨어져서 나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한 번은, 우연이라도 내 소원을 듣고 관용을 베풀어주길 바란다. 우연히 발견한 내 발밑의 개미를 피하는 것처럼 내 소원을 들어주길 바란다.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프로이트는 불안이 클수록 신의 존재감도 커진다고 말했다. 나의 벳33 내 불안이 더 커지길 기다리는 것일까? 이미 충분한데. 충분한 것 같은데.


아닐까?

벳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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