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랜드토토는 무엇인가?
카뮈는 무엇이 랜드토토하다고 생각했나?
"더러운 세상!"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어가 돼서 이제 어린이도 쉽게 내뱉는 말이다.
더러운 세상은 X 같은 세상과 동의어이며 결국은 랜드토토한 세상을 의미한다.
랜드토토하다는 것은 뭔가?
비합리적? 비이성적? 비논리적? 불공평?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카뮈가 '랜드토토'를 언급했을 때 랜드토토는 사전적 의미 이상이다.그리고 신통하게도 우리 모두 각자의 랜드토토를 느끼고 살고 있다. 꼭 집어설명하지는 못 해도.
뭔가 아닌 것 같은데 다른 방법은 없고 무시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따르기는 싫은 그런 억울하면서도 화나는 상황을, 대부분 랜드토토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랜드토토는 너무 랜드토토해서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카뮈는 무엇을 보고 랜드토토하다고 말했을까?
부조리 철학자였던 카뮈는 일반인의 생각과는 다른 차원에서 부조리를 느꼈다.
첫째, 삶에 의미가 없다. 의미가 없으면 그만인데 인간은 의미를 찾으려 노력한다. 일어나서 출근하고 일하고퇴근하고 밥 먹고 자는 무의미한 일상을 되풀이하면서도 뭔가 질서를 부여하고 의미를 찾으려 한다. 가끔은 창의적인 일을 하고 일탈도 하고 창의적인 미친 짓도 해 보지만 역시 의미를 찾을 수는 없다. 원래 없으니까. 그런데도의미를 찾으려 하는 X 같은 인생이 랜드토토하다.
둘째, 인간은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면서 끝없이 노력하지만 결국은 고통과 죽음으로 끝난다. 무덤으로 가져가지도 못할 돈을 벌어 뭐 하나? 이런 개념이다. (물론 하려고 하면 무덤에 들고 갈 수는 있다. 단언하지만 쓸 수는 없다.)
'어차피 죽을 거, 너무 애쓰며 살지 마라.' 이런 말은 딱 카뮈의 랜드토토를 내포한다.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아니까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하지만 그런 목표는 가능한 천천히 죽겠다며 전 재산을 기상천외한 건강관리 세러피에 쓰는 것만 못할 수도 있다. 죽으면 끝이니까.
이밖에도 카뮈는 자연이 인간과 상관없이 그저 존재한다는 것과 신이 있다면 인간사에 무관심한 것도 랜드토토하다고 여겼다.
카뮈의 랜드토토 개념은 삶의 의미를 찾아보려는 내 일생의 작업을 허망하게 만든다.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의미를 찾는 작업은 정답이 없을 수 있는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한다. 최소한 정답이 있다는 것만 알아도 얼마나 좋을까?
사실 내가 랜드토토하다고 여기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승자승으로 돌아가는 이 세상이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상품을 챙기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패자가 불행해진다. 모두가 인기 작가가 되고 싶지만 모두가 인기 작가가 되는 순간 아무도 인기 작가가 아니다. 얼마나 랜드토토한가?
유사하게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있다. 역사적으로 이보다 나은 경제시스템은 찾기 어렵다. 그리고 더 나은 시스템을 발명해 보라고 해도 쉽지 않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부의 양극화,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통제한다. 시장의 그 보이지 않는 손은 너무 멋지지만, 가만히 놔두면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대입 시스템도 랜드토토하다. 바꿀 때마다 더 최악이 된다. 신기할 따름이다. 모두 스카이에 아이를 입학시키고 싶지만 모두 스카이에 가는 순간, 스카이는 스카이가 아니게 된다. 그러니 모든 대학을 서울대로 이름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만히 보면 인간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부와 명예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남보다 많이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문제다. 그냥 잘 살기보다는 남보다 잘 살기를 원하고,사회적으로 타인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길 원한다. 그러니 이 사회는 패자가 존재해야 한다. 패자와 약자가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 정말 랜드토토하지 않나? 게다가 랜드토토의 원인이 인간에게 있으니 완벽하다!
신과 인간은 랜드토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신은 이따위로 세상을 만들어 놓고 선을 자처하니 랜드토토하고, 인간은 이런 세상에서 모두가 구원받기보다 자기만 구원받기 위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니 랜드토토하다.
누가 더 랜드토토한가?
신이냐 인간이냐, 아니면 나 자신이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