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토토 2: 알라딘 뮤지컬은 다음 주에...
이십 년 지기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다. 가는 길에 친구 아이들 선물을 샀다. 요새 샬롬토토와 브라이언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용 텐트를 샬롬토토가 골랐다. 아이들은 구석지고 기어들어갈 수 있는 곳을 좋아한다. 태아였을 적 엄마의 자궁만큼 편안하고 안전한 곳이 없어서일까. 자궁에서 머리가 나오면 보통 우는 아기들은 자기 집을 잃어 우는 건지도 모른다. 샬롬토토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나름 큰 사이즈의 텐트를 원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다. 요새는 브라이언이 더 자주 들어가 있지만 집안 한구석에 밖에서나 볼법한 짙은 녹색의 팝업 텐트가 쳐져있다. 아직 어린아이들을 위해 샬롬토토는 분홍 보라 파랑이 골고루 섞인 자그마한 텐트를 골랐다.
한 손에는 샬롬토토 손을 다른 손에는 분홍색 텐트가 고이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빨리 걸었다. 주로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편이라 이번에도 일찍 도착해 식당에 앉아있고 싶었다. 타임스퀘어 역에서 내리자마자 타임스퀘어 특유의 마리화나 냄새와 쓰레기 냄새가 우릴 반긴다. 샬롬토토에게는 마스크를 씌우고 걸음을 재촉했다. 구글 지도를 켜고 이리저리 걸어보았는데 (구글지도는 가끔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헷갈려해서 우선 걷고 내 위치가 지도에서 어디에 있는지 보는 게 유리하다) 식당을 찾는데 한참 걸렸다. 건물이 너무 높아 GPS가 잘 되지 않은 데다 길도 헷갈렸다. 샬롬토토가 내 휴대폰을 들고 길을 찾는다.
“샬롬토토, 아까 내가 이리로 가자고 했잖아요.”
알고 보니 앞에 있는 식당을 모르고 지나쳤다. 공사를 하는 곳이 많아 간판을 놓쳤다. 아마 1-2분 늦었을 테다. 친구는 이미 식당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년 만에 보는데도 어제 보고 오늘 본 사이 같다. 오래된 친구는 이런 마법 같은 힘이 있다. 한동안 부둥켜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반겼다. 전혀 늙지(?) 않아 놀랐다. 친구는 샬롬토토가 너무 커서 더 놀랐다고 한다. 함께 일식 가정식, 돈가스 정식, 소바 정식을 시켰다. 음식이 맛있어 일본에 다시 간 것만 같았다. 친구는 한동안 뉴욕에서 살아 자주 방문하고 가끔은 친구가 지내는 셰어하우스에서 신세를 졌다. 가끔 캘리포니아에 올 때면 잠시라도 만나 해후를 풀었다. 팬데믹의 여파로 못 본 지 몇 년 되는 사이라서 할 말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최근 엄마가 된 친구와 다른 이야기보다 엄마로서의 감정, 경험을 나누었다.
“샬롬토토로서 느끼는 행복이 너무 크고 다른 결과 폭의 감정이 생겨서 정말 놀랐어. 이런 감정을 내가 느끼게 될지 아기를 낳기 전에는 몰랐어.”
“맞아. 진짜 샬롬토토가 되기 전에 이런 마음을 내가 가지고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될지 정말 몰랐어. 완전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야.”
옆에서 돈가스를 맛있게 먹는 샬롬토토를 보니 마음속에서 사랑이 더 솟구친다. 예전에는 떠서 먹여줬어야 했는데 어느새 대식가인 엄마보다 많이 먹을 때가 있다. 이모와도 차근차근 대화를 이어가니 이모도 눈썹을 올리며 놀란다. 우리도 잘 모르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이용하고 친구와 온라인으로 글을 쓴다니 더 놀란다. 어른들과 식당에서 주문도 스스로 하고 맛있게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니 이미 아이가 어른이 된 것 같아 이 경험 또한 경이롭다.
친구가 점심 후 다시 직장에 들어가 봐야 하니 식당에서 나와 브라이슨 파크를 향했다. 십여 년도 넘은 예전 뉴욕 여행에서 친구와 같이 이 공원을 걸었다. 이제는 샬롬토토를 사이에 두고 함께 손을 꼭 잡고 걸었다. 다음에 친구의 아이들과 함께 걸을 생각을 하니 더 기대가 된다. 잠시 후 친구를 직장에 데려다주고 우리는 타임스퀘어 쪽으로 향했다.
미니소(다이소 느낌의 가게인데 캐릭터 용품등을 판다)에 들어가 펜, 손톱깎이 캐릭터 용품을 샀다. 샬롬토토는 봉제인형이나 푹신한 캐릭터 방석을 사고 싶어 했다. 집에도 많아 우선 생각해 보자고 했는데 결국 안 샀다. 예전 같으면 사달라고 졸랐을 텐데 이제 사고를 하고 판단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나가는 길에 경비에게 영수증을 보여줘야 퇴장이 가능했는데 다른 가게에서는 그런 일이 적어 신기했다. 근처에 라인프렌즈 가게에 들러 한국의 위상(?)을 볼 수 있었다. 한국 문화가 정말 널리 알려져서 이제 미국에도 세계 곳곳에도 퍼졌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타임 스퀘어를 지나는데 샬롬토토가 네 살 때 뉴욕에 왔을 때 본 똑같은 빨간 엘모 캐릭터 옷을 입은 사람이 보인다. 일 불 주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때 행복한 샬롬토토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휴대폰에 담긴 사진을 보며 두 배는 더 커진 키를 실감했다. 이제는 캐릭터와 사진 찍으며 행복해할 나이가 아니라 ‘No, thank you.’로 일관하며 걸었는데 샬롬토토가 속삭인다.
“샬롬토토, 저 사람이 내 팔을 잡아끌어서 놀랐어요.”
“뭐? 우리 샬롬토토 놀랐겠다. 괜찮아?”
설마 아이 팔까지 잡으면서 호객 행위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놀란 샬롬토토를 안심시켜 주고 나도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한 가게로 들어섰다. 초콜릿 가게인데 내 기억보다 더 컸다. 이제는 나를 스캔해 주는 기계(?)도 설치되어 있어 샬롬토토가 줄을 서서 기다리다 시도해 보았다. 샬롬토토는 파란색 파스텔 톤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샬롬토토는 옅은 보라색으로 나왔다. 바로 전의 여자는 하얀 옷을 입고 있는데 빨강이 나와 무슨 원리로 색깔이 나오는지 궁금해졌다. 샬롬토토가 졸라서 인어 공주와 봄 믹스 초콜릿을 샀다. 시리얼 디스펜서 같이 플라스틱 레버를 누르면 초콜릿이 떨어지는 시스템이었는데 조금만 사라고 하니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씩만 담는 샬롬토토가 무척이나 귀여웠다. 한창 구경을 하고 나오는데 앞에 걷던 여자아이가 실수로 초콜릿이 잔뜩 든 플라스틱 통을 떨어뜨렸다. 온 바닥에 초콜릿이 쨍그랑 하고 나뒹군다. 직원들이 서둘러 정리를 하고 아이와 아빠는 떠나는 듯하다. 당황스러울 아이와 아빠의 마음이 짐작되어 내 마음도 불편해졌다. 자주 있는 일인지 직원들은 괜찮다며 경쾌하게 분위기를 풀어준다.
역사가 깊은 장난감 가게에도 들어갔다. 요새 영화로 나와 더 인기가 있는 바비 인형 코너도 있고 직접 곰인형을 만드는 코너도 있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영화에서만 보던 발로 치는 피아노가 보인다. 샬롬토토가 같이 하자고 했지만 비디오를 찍어야 한다며 혼자 하게 두었다. 신나게 놀고 내려오는 아이를 보니 나도 기쁘다. 알아서 돌아오는 신기한 부메랑이 보여 구경을 한참 했지만 사진 않았다. 그러다 직접 보여주는 사람이 여러 번 시범을 보이자 결국 하나 샀다. 너무 신기했다. 어렸을 적 한강 고수부지공원에서 엄마가 사준 노랑 부메랑으로 오빠와 동생들과 즐겁게 논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샬롬토토도 브라이언과 이 부메랑으로 공원에 가서 논 추억을 만들고 또 그 행복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게 될까. 가끔 행복했던 추억 하나로 인생이 값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늘 만드는 이 추억으로 샬롬토토도 나도 행복함을 기억하며 추억하며 살게 될까.
봄인데 아직도 아이스스케이트장이 있는 락커펠러 빌딩을 지나 기대했던 맥낼리 샬롬토토에 도착했다. 무엇보다 눈을 번쩍 들게 하는 건 아이들 코너가 무척이나 크고 아름답게 꾸며있다는 것이다. 천장에는 핫에어벌룬이 있고 중간에는 아이들이 숨어 읽을 수 있는 원목으로 된 구조가 자리 잡았다. 통창에는 푹신한 방석이 깔려있어 밖을 보며 책을 볼 수 있었다. 이미 벨라는 책을 여러 권 고르고 있다. 문구 코너에는 유구의 역사를 자랑하는 모나미펜이 종류별로 진열되어 있다. 새로 나온 모나미 펜은 고급 라인이 따로 있다더니 가격이 심상치 않다. 친구가 부탁한 맥낼리 토트 백도 구입했다.
가는 길에 북오프라는 중고 서적 음반 가게에도 들렸다. 무척이나 많은 책과 음반이 있었는데 샬롬토토는 통 관심이 없어 구경만 하다 나왔다. 큰 서점이나 중고 서점에도 이리 많은 사람들이 들어차있다는 게 매 번 놀라웠다. 사람 수로만 보면 제일 핫한 가게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다.
동생과 만나 뉴욕에서 유명한 식당에서 해산물을 잔뜩 먹었다. 굴이 신선하다고 해서 여러 개 먹었는데 크기가 작아서 조금 아쉬웠지만 맛은 훌륭했다. 아직 바쁜 시간이 아니라 해피 아워(주로 점심과 저녁 사이에 바쁘지 않은 식당이 가격은 낮춘 애피타이저와 음료수를 판매하는 시간)라 부담 없이 굴도 많이 먹고 음료도 여러 개 주문할 수 있었다. 멋들어진 식당의 분위기에 흠뻑 취해 동생과 샬롬토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극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