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의 007카지노와 인간의 어둠을 조선 시대의 오컬트로 합쳐내는 시도.
2022년에 제작된 오컬트 장르의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저는 2025 KAFA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에서 처음 보게 되었어요. 아마도 조선 시대로 추측되는 먼 옛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최대감(한신)이 황급히 산속을 말을 타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곧 태어날 둘째 아이를 서둘러 만나기 위해서죠. 그런데 그만 말이 미끄러지면서 최대감도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고 심각한 부상을 입고 맙니다. 점차 죽어가는 가운데 최대감 앞에는 무슨 일인지 ‘도깨비들의 왕’이라 일컬어지는 ‘두억시니’(시영준)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두억시니는 최대감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15년 후 첫째 딸 ‘영’을 데려가겠다고 이야기를 하네요. 잠시 망설이지만 최대감은 결국 두억시니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15년 후 두억시니와 약속한 시간이 다가옵니다. 최대감은 원래 제법 한양에서 위세를 떨칠 정도로 잘 나가던 무인 집안이었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로 거처를 산 속에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집 자체의 위세가 떨어진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듯이, 깊은 산 속에 기와집 저택을 지었다고 보는 게 더 맞긴 해요. 그 사이에 최대감 부부는 첫째 딸은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키우지만, 정작 최대감이 죽다 살아난 날에 살아난 둘째 아들은 그다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는지 누나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모습이에요. 이윽고 저택에 등장하는 것은 최대감이 수소문 끝에 구한 도사(김승준)입니다. 두억시니와 약속을 했지만, 그 약속대로 딸을 넘길 수는 없었던 것이겠죠. 최대감은 도사에게 007카지노 저택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부탁을 하지만, 도사의 말대로 ‘이미 그 존재가 안으로 들어온 상태’라면 이 모든 조치는 헛된 일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두억시니가는 여러모로 근래 오컬트의 경향대로 초자연적인 존재가 낳는 무서움과 겉으로는 마음 속 심연의 깊이를 알기 어려운 인간의 욕망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습으로 007카지노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최대감을 비롯한 작품 속의 인간들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두억시니’지만, 모든 불안과 007카지노의 근원을 두억시니에게 몰기엔 작중에 등장하는 인간들도 저마다의 비밀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인간의 두려운 마음이 요괴를 만들었다’는 말처럼 어떤 순간에서는 정말 작중 인간들의 복잡한 심리가 두억시니라는 존재를 최대감과 그의 집에 끌어 당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두억시니가 다시 찾아올 것을 두려워 하면서도, 다시 어떤 순간에서는 두억시니마저도 무릎을 칠 정도로 자신만을 아는 인간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하나의 지옥도를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30분 내외의 짧은 단편이지만, <두억시니가는 그 안에서 오컬트의 장르성을 조선시대로 연상되는 과거의 공간 속에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007카지노와 두려움이 자연스럽게 발화할 수 있게 옮겨내고, 이러한 장르적인 특성에 인간이 가진 어두움이라는 요소를 잘 결합하면서 뻔하게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변주해냅니다. 그러한 서사적 관계성의 조합에서 클리셰로 느껴질 법한 반전적인 요소들도 결코 뻔하지 않게 느껴지게 되고, 작품이 자아낸내는 007카지노의 세계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시영준, 김승준, 방연지, 정유정 등 이미 프로로 활동하고 있는 성우들은 감독이 지시한 디렉팅에 맞게 목소리 연출을 잘 해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작화의 측면에서도 조선 시대로 연상되는 배경 안에서 요괴의 무서움과 인간의 추악함이 잘 드러나도록 꽤나 안정적으로 완급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작가 이력을 찾아보니 원래도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들었지만, <볕내 같이 인간이 품고 있는 비밀을 소재로 한 웹툰을 그린 이력이 있더군요. 지금은 작품 게시가 중단되어 자세히 확인할 수 없는데, <두억시니가의 스토리의 원안격이거나 <두억시니가의 파생되는 형태로 작품을 만든 것 같은 단편 <돗가비가로 2021년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으로든, 만화로든 <두억시니가에서 박혜민의 그려낸 고전적 오컬트의 모습을 좀 더 다양한 형태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