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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Mar 06. 2025

"오늘 FM카지노 가세요?" 직장인 최고의 찬사

오피스 세계관 복장에 대한 최상급 칭찬


오늘 FM카지노 가세요?


Q. 회사에서 이 질문에 대한 화자의 생각으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1) 평소와는 달라 보인다.
(2) 이욜~ FM카지노 힘 좀 줬네!
(3) 낯설지 않지만 낯선 느낌?
(4) 가서 일이나 해라!


정답은 4번이다.

틀렸냐? 문제 잘 읽어라. 거리가 것은? 이잖아.

"오늘 FM카지노 가시나봐요?" = 평소와 다르다.

즉, 힘 좀 주고 왔다는 의미 되겠다.


FM카지노어? 오늘 FM카지노 가시나 봐요?


회사에서는 늘 익숙한 사람, 익숙한 광경을 보며 매일을 보낸다. 인사말이나 얘기 중에, 오늘 어디 가냐고 물어보는 것은 그만큼 새로워 보였다는 뜻이다.


사람은 의외일 때 반응한다. 반사적으로. 이건 비꼰다기보다는 대개 칭찬이다.

"이 옷 FM카지노 꺼에요? 와 잘 어울린다~!"

"FM카지노 컨셉 모에요? 스타일 아주 좋은데요!"

그냥 이래도 되는데, 꼭 한번 돌려서 말한다.


"오늘 FM카지노 가시나 봐요?

"퇴근하고 FM카지노 가세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칭찬에 인색하다. 돈 내는 것도 아닌데 괜히 남을 칭찬하면 1패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설 화법을 철저히 피한다.


보통 이런 표현은 평소 잘 나올 일이 없다가, 금요일에 많이 나온다. 불금이니깐...!! 평소 신경 안 쓰던 사람들도 퇴근 후에 약속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밖에 약속이 없어도 기분전환용이거나 페이크용도 있다. 실은 익스트림리 방구석러인지라 좋은 옷을 사 놨는데 입을 일이 없다. 아님 화장을 새로 바꿨는데, 드레스 코드를 맞춰줘야 또 구색이 맞다.. 뭐 이런 케이스도 있다.


정말 신경쓰고 왔는데, 아무말도 못 들었다면?? 그건 별로 티가 안 난 거니까.. 자아성찰을 좀 심각하게 해봐야 한다. 가서 거울보고 숨은 그림 찾기 해봐라. FM카지노 뭐가 바뀌었는지.. 음.. 써놓고 보니 안타깝.. 그래. 그냥. 스스로를 가꾸고 힐링한 것에 만족하자!


FM카지노나 뭐 바뀐거 없어? 저기.. 나도 좀 봐 줘..


쨌든.. 이 말을 들었다면! 칭찬이니깐 좋아해도 되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일단 FM카지노 가냐고 상대방이 의문문으로 나왔으니까 뭔가 대답을 해줘야 하잖아? 그치? 여기서! 절대 정직하게 답해서는 안 된다.


"네. 끝나고 FM카지노 갈데가 좀 있어요."

"그냥 특별한 거 아니고 친구들 만나요."

이 정도의 애매한 대답이 좋다.


"FM카지노 칼퇴각이니 건들면 안 된다.."

"이따 갈 길이 좀 멀다.."

미리 밑밥 살짝 깔아놓자. 그래야 갑자게 닥칠 야근을 회피할 수 있다.


괜히 거기다 대고 뭐.. "저! 저! FM카지노 소개팅 있어요!" 하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각종 연애코칭스탭부터 연애술사, 연애고수에 연애학 박사, 석사, 학사, 무당, 점쟁이, 자칭 연애전문가...들... 죄다 몰려온다. 온갖 참견질에, 훈수질을 더해간다. 밀땅해라. 자빠뜨려라. 야수의 심장으로 가는거다. 아니다. 하이텐션 어프로치다.. 즈덜끼리 싸워대며 온갖 100분 토론의 장이 연린다. 알고보면 모쏠인 것들이.. 즉, 쓸데없이 진을 다 빼게 된다.


그 다음날 되면 "소개팅 어땠냐?"부터 "빨리 썰 좀 풀어봐라.." 낄낄 거린다. 소규모 지방 방송은 곧 전국 방송이 된다. "쟤 소개팅 했대드라.." 여기저기 뒷담은 쭈욱 생생 라이브로 중계된다. 애프터 못 받은 비루한 후기를 공개 해가며, 안 그래도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여러 오피서들에게 활력과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이와 함께 한달 치 뒷담거리를 심어줘야 하는 수가 있다.


원래 쌈 얘기, 연애 얘기, 깨진 얘기..이런 걸 오피서들은 참 좋아한다. 왜냐구?? 그냥 내 일 아니니깐...

고로 회사의 상큼이 박카스가 되기 싫다면, 대답은 그냥 아이돌 모범답안으로 하는게 깔끔하겠다.

"저기 오늘 FM카지노 가세.." (말 끝나기 전에 짜르고)

"평소와 다름없이 지하철을 이용하여 집으로 갑니당!"


FM카지노이대리 어제 소개팅 완전 개망했대!! 키히히!


오늘 FM카지노 가냐는 이 복장의 찬사는 가끔 오해를 부른다. 곧 음모로 번지기도 한다. 상가집 가야 해서 정장으로 예의차려 입고 왔는데, FM카지노 가는지 제대로 말 안 한다?? FM카지노 딴데로 혼자 튈려고 면접보러 간다..가 되는 것이다. 저런 건 미리 정확히 얘기해 주는게 좋다.


자! 이 지점을 우리는 잘 주목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이걸 십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열심히 뻐꾸기를 날렸는데 요넘이 넘어오지 않는다. 일부러 금요일에 아이템 장착하고 변신하여 주변을 어슬렁거려라. '어? FM카지노 가는거지?' 점점 불안해지는 그 녀석의 조급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괜히 상의할 필요도 없는 업무 얘기로 시작해서, 은근슬쩍 오늘 FM카지노 가냐고 물어본다. 이런 기승전결 안 맞는 녀석 같으니라고.. 그럼 더 약을 올려 똥줄에 불을 지펴 애간장을 태우면 된다. 그렇다. 넌 밀땅 당하고 있는 중이다. 흐흐흐흐.


오늘 FM카지노가? 똑바로 말해! FM카지노 가냐구? 난 알아야겠어!


팀에서 에이스에 만능 잡부로 활약 중인데 일을 너무 과중하게 준다?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요때도 충격요법으로 요긴하다. 다음날 오후 반차를 질러라. 무슨 일이냐 물어보면 자세히 말하지 말고 급히 집에 일이 있다고 하자.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반차 내기 하루 이틀 전 임박해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정장을 입고 가라. 그렇다. FM카지노 면접 가는 것 같은 페이크를 보여주는 것이다.


당일이 되면 팀장부터 주변 사람들이 물어볼 것이다.

"어? 오늘.. FM카지노 가세요?"

"혹시.. FM카지노 좋은데 가는거 아냐?"

그럴 땐 그냥 피식 웃어주고 별 일 없다고 하면 된다. 업무는 대충 해 버리고 내일로 미뤄라.


오피서들의 안테나가 감지된다. '뭐지?? 쟤가 설마..'

그렇다. 분위기가 바뀌어 간다. 갑자기 나를 배려해 주기 시작한다. 됐다. 먹혔다. 오후 반차 한방에 흐름은 내 쪽으로 넘어오게 된다. 단, 이 스킬은 하나만 주의하면 된다. 너가 팀에서 꾸러기다? 아님 조연급이나 지나가는 사람1이라면 씨알도 안 먹힌다. 오히려 등 떠밀 것이다. 빨리 나가달라고. 이걸 쓰기 전에는 반드시 객관적으로 주제파악을 하고 쓰도록 하자.


장과장! 요새 힘들지? FM카지노 가면 안 돼! 하하하!


"오늘 FM카지노가세요?" 이렇게 여백없이 붙여 말하면 증말 FM카지노가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오늘 FM카지노 가세요?" 이렇게 스페이스 바 살짝 띄어 말하면 "오늘 괜찮은데?" 뭐..이런 것이다!


오늘 FM카지노 가냐는 이 한마디. 참으로 많은 것을 담는다. 가끔 나른한 일상에 살짝만 변화를 주면, 내 기분도 주위 사람들의 기분도 묘하게 달라지는 건 분명하다.


"야! 넌 FM카지노 안 가냐??" 아쒸..


그나저나 한국 말은 참 어렵다. FM카지노가냐고 자꾸 돌려 묻지 말고 그냥 대놓고 얘기해 주자.

"야! 이뻐! 이뻐! 이뿌다고! 거울 그만 봐! 깨지겠다!"


P.S. 하여 오피서들아. 오늘 FM카지노 가냐?

오라는데 없음 갈 데라도 만들어서, 오늘은 FM카지노를 가 보자. FM카지노 가냐고 말이라도 들어보자. 그러자.


오늘 어디 갈 때 읽기 좋은 책 : 초맹의 오피스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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