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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Jbenitora Apr 10. 2025

두 번째 참가하는 홀덤

2025 경주홀덤

제32회 경주 홀덤 홀덤 날이 되었다. 2025년의 홀덤은 지난주부터 피었지만 4월 5일 토요일, 딱 이날이 한창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개화시기를 잘 맞추는지 홀덤홀덤 운영진의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총 참여인원 1만 5천 명, 작년에 처음 참여할 때는 인파에 깜짝 놀랐는데 올해는 미리 각오를 해서 그런지 놀랍진 않았다. 길가에 차를 대고 같이 온 장인어른, 동생과 함께 행사장으로 걸었다. 두 사람은 이 대회를 첫 참여하는 것이라 내가 주도적으로 행사장 위치와 각 부스 위치를 알려주면서 달리기가 끝나고 만나는 장소를 정했다.


쌀쌀한 아침날씨라 환복은 최대한 출발시간 가까울 때까지 미뤘다가 하였다. 짐을 맡겨두고 출발선으로 이동하니 8시가 되어 하프주자들이 뛰어 나가기 시작하였다. 10km 주자들은 10분쯤 더 뒤에 출발하였는데 역시나 경주월드 앞을 반환하는 1km 구간과 길이 점점 넓어지는 2km 구간 까지는 욕심껏 뛸수 없었다. 10km 참가자 행렬의 후미에서 출발했으니 초반은 몸을 푸는 시간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3km 지점이 되자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주자들이 눈에 띄었다. 동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오늘은 홀덤을 구경하며 여유롭게 뛸까?' 생각하던 찰나였다.


"저 홀덤 따라 먼저 갈게."

"어, 이따 보자!"


동생에게 먼저 가겠다고 말하고는 속도를 높였다. 사람들을 헤치며 달리다 보니내리막길이 끝나는 절반 지점에 다다랐다. 오르막의 시작점에 있는 급수대에 사람들이 몰려있어서 물을 마시지 않고 달릴까 하다가 급수대 끄트머리는 붐비지 않길래 물이 담긴 종이컵 하나를 집었다. 천천히 뛰면서 한입에 털어 넣고 종이컵을 급수대 바로 옆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데 길가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려고 한 이행동이 숨쉬기를 힘들게 만들었다.입에 가득 찬 물 때문에 입으로 쉬던날숨을 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레들리지 않게 조심히 물을 넘기고 다시 코와 입으로 자유로히 숨을 쉴 수 있게 되고 나서야 속도를 다시 내었다.대회운영진에서 홀덤에서 멀찌기에도 쓰레기통 하나를 놔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막길은 온라인에서 수많은 고수들이 알려준 데로 보폭을 줄이고 발걸음을 빠르게 하면서 올라갔다. 사람들은 점점 지쳐가고 속도가 줄어드는데 나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분단위로 바뀌었다. 앞의 그룹을 조금씩 따라붙으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작년에는 7km 지점에서 지쳐서 속도가 많이 떨어졌고 포항에서 온 러닝크루들이 파이팅을 외치면서 나를 추월해 지나갔다. 올해는 내가 지쳐가는 사람들을 말없이 추월해 지나가고 있었다.


8km가 가까워지자 스펀지 급수대가 보였다. 호기심에 스펀지 하나를 쥐었다. 찬물이 흥건했다. 하프마라토너를 위한 것 같았다. 별로 힘들지도 덥지도 않은 내가 쓰는 게 미안했다. 정수리에 대고 한번 쭉 짰더니 머리가 시원해졌다. 대신 운동화를 적실 듯 얼굴을 타고 내린 물이 도롯가로줄줄 흘렀다. 스펀지도 급수대를 지나가고 나니 버릴 곳이 없었다. 바닥에 차마 버리기 그래서 물을 짜낸 스펀지를 손에 쥐고 뛰었다. 그러면서다음 대회에서는 종이컵뿐 아니라 스펀지도 충분한 거리를 두고쓰레기통을 배치하지 않으면 길가에 그냥 버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9km 구간은 작년에 무릎 통증으로 속도를 내기는커녕 절뚝이며 뛰는 것만 해도 감사했던 구간이었다. 올해는 몸에 아무런 부담이 느껴지지 않아서 서서히 속도를 높여나갔다. 그러다가 경주월드를 지나면서 전속력으로 달렸다. 힘이 남아있는 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줄곧 사람들을 제치며 왔는데 다시 제쳐야 할사람들이 수두룩했다. 헉헉 거리면서 온 힘을 짜내 뛰니까 1분도 안돼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300m도 안 남기고 여기서 멈출 거냐고 자신에게 물었다. 얼굴에 미소가 생겼다. '그걸 스스로에게 묻다니 제정신이냐?' 하는 미소였다.


이렇게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면서 10km를 또 한 번 완주하였다. 이번 기록은 지난주 울산 태화강에서의 대회보다 19초 빠른 55분 45초였다.물과 완주메달, 맡겨놓은 짐, 무료로 나눠주는 국수 한 접시를들고 출발 전 만나기로 했던 자리에 앉았다. 조금 있으니 동생이 모습을 나타냈고 20여분 지나서 장인어른이 오셨다. 이번 대회를 즐기며 뛰기로 한 동생은 57분대로 들어왔고 동네운동장을 걷고 뛰며 나름 연습하신 장인어른은 1시간 18분대로 들어왔다. 70대 러너로서는 대단한 성과였다.


잠시 쉬면서 서로의 무용담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국밥을 한 그릇 같이 먹었다. 홀덤 후의 식사는 그 어떤 것보다 맛이 있었다. 올해 경주홀덤홀덤 대회도 이렇게 끝이 났다. 1만 5천 명 규모에도 급수대쓰레기통 배치 외에는 운영상 미스는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별일이 없는 한 내년에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도 홀덤이 흐드러지게 피어 나를 반겨줄 것이다.


내년의 나는 또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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