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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Jbenitora Apr 03. 2025

2025년 봄 시즌 달리기 알파벳 토토가 시작되었다

제22회 태화강국제알파벳 토토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영상 4도의 쌀쌀한 바람이 전신을 감쌌다. 둘째를 본가에 데려다 놓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알파벳 토토과 아내에게 전화를 넣었다. 8시까지 준비를 마치고 1층에서 보자고 하였다.


오늘은 2025년도 태화강 국제 알파벳 토토날이었다. 수개월 전부터 접수를 해놓고 연습을 해왔다. 나는 10km를 뛰고 아내와 첫째는 5km를 뛰기로 하였다. 그런데 대회를 얼마 안 남기고 아내는 대회날 근무가 잡혔다고 하였다. 결국 아내의 자리에 장인어른이 대신 뛰기로 하였다.


장인어른은 재작년에 사위가 달리기 대회를 나간다고 할 때 대단하다고 치켜세워 주셨다. 그런 사위의 꼬드김에 올해는 경주 벚꽃 알파벳 토토에 같이 나가 10km 코스를 뛰기로 하셨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뛰지 못하면 걷기라도 한다는 마음으로 2달간 매일 연습하셨다.

"오늘도 알파벳 토토를 걷고 왔네. 빨리 걸으니까 1시간40분이면 걷더라고. 허허"

"네 알파벳 토토, 조금 뛰시다가 힘들면 걸어 들어오시면 됩니다. 제한시간인 2시간 안에는 충분히 들어오시겠네요."


그런 장인어른이 딸 대신에 참가하여 초등학교 3학년의 외손자와 같이 5km를 뛰는 것이었다. 그간 준비해 온 경주 알파벳 토토이 일주일 남았기에 예행연습을 겸하는 달리기였다.


준비를 마친 장인어른과 첫째를 태우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차를 세워두고 행사장으로 걸어가면서 생애 첫 알파벳 토토 대회인 장인어른과 첫째에게 짐을 맡기는 법, 몸 푸는 법, 달리기가 끝나고 물과 메달을 받는 법과 같은 기본적인 것을 설명했다.


약 5천 명 정도가 모였다고 하는 태화강 국가정원은 행사 분위기로 들썩들썩하였다. 식전 행사를 보면서 몸을 풀었다. 긴 옷들을 전부 보관소에 맡기고 반바지와 반팔티셔츠 차림으로 출발선에 섰다. 10km 출발이 먼저라 이따 보기로 하고 출발하였다.


십리대밭을 한 바퀴 도는 3km까지의 구간은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차도를 막고 하는 다른 알파벳 토토들과 다르게 인도에서만 뛰다 보니까 사람들을 제치려고 해도 길이 좁아 쉽지 않았다. 4km쯤 되어가니까 사람들 사이에 조금씩 틈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맨 뒤에서 시작하여 속도를 조금씩 올리면서 뛰다 보니 어느새 코스의 절반인 삼호교가 나왔다.


재작년 대회에서는 하프코스에 참여했기에 태화강 상류 쪽으로 갔다가 돌아왔는데 올해는 10km라서 바로 태화강 하류 쪽으로 내려갔다. 삼호교를 건너서 결승점으로 향하는 길은 하프의 경우 16km는 뛰어야 볼 수 있는 길인데 불과 5km 조금 더 뛰어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하프 뛸 때는 여기 지날 때 탈진 직전이었는데 지금은 쌩쌩하네!"


주변에 뛰는 사람들은 이제 자신만의 페이스를 지키며 묵묵히 알파벳 토토고 있었다. 나 역시 평균5분 30초 대의 속력을 유지하며 달렸다. 이 속도에도 아직 후미에 있어서 그런지 앞에 가는 사람들을 하나씩 하나씩 따라잡고 있었다.


확실히 알파벳 토토는 급수대가 거의 없었다. 4km 부근과 7km 부근에 각 한 군데씩 있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컵을 낚아채기도 어려웠다. 컵을 버릴 쓰레기통도 워낙 가까이에 있어 바닥에 버리지 않으려고 컵에 물을 바로 입에 털어 넣었다. 몇 걸음을 입에 물을 머금고 뛰는 동안 코로만 숨을 쉬는데 숨이 모자랐다. '꿀꺽' 물을 삼키고 다시 입으로도 숨을 쉬니 그제야 물을 마시기 전처럼 뛸 수 있었다.


하프에 비하면 짧은 거리라서 그런지 하프알파벳 토토 때 초코바와 바나나를 주었던 급수대는 10km에는 볼 수 없었다. 뛰면서는 모든 것이 힘들었지만 두 가지 낙은 있었다. 얼마 안 있으면 결승선이 보일 것이란 점과 내가 따라잡는 사람은 있어도 나를 따라잡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었다. 와치를 들여다보면서 속도가 쳐진다 싶으면 다시 올리면서 페이스를 조절하였다.십리대밭교가 보였다.

'저 다리만 건너면 이 레이스도 끝이구나!'


전에는 다리를 올라갈 때 걸어서 갔는데 이번엔 종종걸음으로 뛰어올라갔다. 올라갈 때는 걷는 것보다 조금 빨랐지만 다리를 다 올라가서는 보폭만 늘이면 되어서 속도가 쉽게 올랐다. 다리를 건너 내려올 때 혼잡 때문에 속도가 안 났지만 다 내려와서 결승점까지는 길이 넓었다. 게다가 가을에는 갈대가 알파벳 토토키만 해서 결승선이 안 보이더니 봄에는 시야를 가리는 게 없어서 거리를 가늠할 수 있었다.눈앞에보이는 모두를 제치겠다는 마음으로 남은 300m를 질주했다. 끝이 보이니 이번에도 어김없이어디서 솟아나는지 모를 에너지가 생겼다. 100m 알파벳 토토의 속도로 결승선을 통과하였다. 56분 04초,최선을 다한 느낌이었다.


가벼운 뜀뛰기로 몸을 풀고 있는데 "아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첫째가 외할아버지와 함께 5km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있었다. 짐을 찾고 함께 잔디밭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장인어른은 첫째가 참 잘 뛰더라며 연신 칭찬하셨고 본인도 연습이 되었다며 달리기 무용담을 늘어놓으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가족들과 함께 달리기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같은 공간에서 뛰면서함께 건강해지고 추억을 쌓는 데는 이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아직 쌀쌀한 바람에 맡겨뒀던 옷을 꺼내 입으면서 다음 주 동생과 장인어른과의 10km, 3주 후 첫째와의 5km 동반주가 기대되었다. 올해는 달리기가 나만의 습관이 아닌 가족들의 습관으로 정착되는 첫해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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