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7일간의 연애를 마치고 가족으로 진화하다
보스토토에 막연한 두려움이 컸던 나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점점 '확신'이라는 게생기기 시작했다. 적어도 우리가 헤어진다는 선택지는 생각보다 아주 힘들다는 것. 그리고 서로가 비록 차이가 있더라도 맞춰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생긴 것이다.
연애가 지속되면서 남자보스토토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기회도 생겼다. 그 시작은 내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었다. 나의 찌질한 모솔 시절을 전부 알고 있는 이들로, 나는 그들의 남자보스토토 변천사를 꽤 여러 번 봤지만 내 입장에서 남자보스토토를소개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둘만의 관계를 벗어나 처음으로 제3자에게 우리를 소개하는 것이 꽤 긴장이 됐다. 무엇보다 걱정됐던 건 친구들이 나의 남친을 오해할까봐서였다. 남자보스토토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말수가 적고 붙임성이 없어 얼핏 보기엔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나의 기우였다. 친구들은 남자보스토토를 보자마자 잘 어울린다며 호평 일색이었다. 심지어 우리가 가진 돈이 없이 거의 제로 베이스로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마찬가지였다. 보스토토식날을 포함해서 내가 남편에 대해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바로 "둘이 똑같이 생겼다"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꽤 인상이 비슷하다. 역시 비슷한 사람끼리 끌리는 게 진리일까?
마지막 관문. 우리 부모님께 남자보스토토를 보여드리는 일이다. 우리 부모님은 사업실패와 부부사이 악화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이 와중에 보스토토이라는 중대사를 꺼내 짐을 지우는 것 같아 말을 꺼내기도 부담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래도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아빠와는 평소 대화조차 잘 하지 않아서 너무 어색했다. 남자보스토토가 생겼다고 얘기를 해야 하다니... 남자보스토토가 사준 DSLR 카메라(당시에는 사진을 배우고 싶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스마트폰으로 모든 사진을 촬영하다보니 지금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남편한테 미안해진다...)를 보여주면서 저장된 사진을 보다가, 남자보스토토 사진을 보여주며 "얘가 사 줬어"라고 말을 꺼냈다. 아빠는 의외로 충격을 받거나 하는 건 전혀 없이, 남자보스토토의 직업(소방관)에 대해서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하시며 자신의 지인도 소방관으로 정년퇴임 후 여유롭게 살고 있다며, 남자보스토토는 얼굴도 잘 생기고 술담배 안 하는 것도 좋고...아무튼 호평이었다.
이제는 엄마다. 엄마에게 남자보스토토가 있다고 하니 처음에는 미디어에서 본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다소 걱정하셨다(혹시나 위험한 일이라도 생길까봐). 그리고 우리 가족의 좋지 않은 경제사정으로 일절 지원을 해 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부담스러워하시는 눈치기도 했다. 그때 마침 지갑에 남자보스토토 명함사진이 있다는 게 생각났다. 엄마에게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갑자기 말투가 변하시면서 "보스토토, 언제 집에 데리고 올래?"하시는 거였다. 우리 엄마는 외모 지상주의자다.
남자보스토토가 집에 인사를 왔다. 그 날 든 감정은 처음 왔음에도 불구하고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는 거였다. 오직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은 우리 집 고양이 뿐이었다. 처음 보는 형부 앞에서 하악질을 했다. 물론 그 고양이는 지금 형부의 무릎 위에서 매일같이 골골거리며 좋아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2년 4개월, 867일간의 연애를 마치고 가족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2025년 현재까지 연애 기간과 보스토토 기간을 합해 총 9년째 함께하고 있다.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보스토토이라는 결정을 후회한 적이 없고, 대체로 좋을 때가 더 많다고 느껴지는 걸로 봐서 우리는 서로 잘 만난 것 같다고자평하고 있다.
<30대 모솔끼리 보스토토했습니다의 연재를 마칩니다.
읽어주시고 성원해 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부부의 보스토토준비 스토리를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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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book/poorwe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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