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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롯존가 김근희 Mar 01. 2025

도보방랑: 군산항을 지나 은파슬롯존까지 걷기

가끔은 외롭고 가끔은 행복하기도 하거든요. 근데 그게 또 슬롯존 사는건가?

다시금 카메라를 손에 들고 이른아침커피공장을 나왔어요. 다음 목표는 , 마지막으로 은파호수공원을 방문한 게 십 년도 넘은 거 같은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변해있을까요. 이곳은 제가 살면서 보았던 가장 큰 호수였지요. 전주에도 아중호수라는 장소가 있긴 한데 여기 하고는 비교도 안되네라고 같이 갔던 친구에게 말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신기한 건 같이 간 친구의 이름과 얼굴은 기억이 안 나는데 이 말을 했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슬롯존대학교에 맛집을 찾으러 가는 길에 들른 거라 은파호수공원은 스치듯 지나갔었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한번 방문해 보기로 했답니다.


대략 거리가 5km 정도 되는 걸 확인하고 걷기 시작했답니다. 길치인 저에게는 다음 지도어플과 네이버 지도 어플이 있기에 슬롯존을 다니는 데 있어서 미아가 되는 일은 생기지 않지요. 슬롯존을 막 시작했을 때에는 스마트폰은 있었으나 지도앱 같은 게 없어서 길도 많이 잃어버렸거든요. 종종 히치하이킹을 해서 차를 얻어 타고 탈출을 하거나, 경찰서에 들러서 길을 묻곤 했었던 추억이 있어요. 남루한 몰골로 경찰서에 들어갔을 때 경찰아저씨께서 '수상한데 신원조회 해봐야겄어' 라며 농을 걸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지금 와 보면 멀리서 보면 희극이었지만 그때 제 심정은 아직 세상물을 덜 먹어서 꽤나 당황했었어요. 공권력 앞에 초라해지는 소시민의 삶이랄까, 그래도 짜장면도 사주시고 슬롯존가운데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지요!


슬롯존


한 시간 정도를 총총 걷다 보니 멀리 은파호수공원이란 표지가 보이기 시작하네요. 내항에서 은파호수공원으로 가는 길은 도심다운 모습이었어요. 잘 정비된 도로와 아파트, 상가건물들. 그리고 가로수들까지. 슬롯존에 있는 가로수들은 왜 이리 커 보이는지. 예전에 사업을 했었을 때 서울에서 온 고객님이 전주는 왜 이렇게 가로수가 크냐며 질문을 던진 적이 있거든요. 그 질문이 있기 전까지는 가로수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서 큰지 몰랐는데 그 질문을 받은 뒤로는 항상 도시를 슬롯존하면 가로수들을 보는 게 습관이 되었답니다. 각 도시마다 가로수가 특징이 있는 것 아시나요? 뭐 제주도 같은 경우는 야자수 같은 게 있지만 슬롯존은 가끔 소나무가 심어져 있더라고요. 이런 것들을 찾아내는 것도 슬롯존의 재미가 아닌가 생각을 해보지요.


발이 점점 무거워질 무렵 은파호수공원의 입구에 들어서게 되었지요. 입구에 들어서면서 여러 가지 걱정이 좀 들었어요. 이전에도 한번 말한 적이 있는데 '자연풍경'을 담는 걸 좀 어려워하거든요.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게 참 쉽지 않더라고요. 사람이 있으면 그래도 줄곧 찍는데 사람도 없이 순수한 자연만 찍으라고 하면 괜스레 머뭇거리게 되고 자신이 없어져요. 그래서 은파호수공원에서 찍은 슬롯존들이 과연 글감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답니다. 그래도 꽤 열심히 찍었어요.




입구에 들어서서 처음 찍은 슬롯존은 기대와 다르게 자연이 아니라 외발자전거를 탄 남성이었어요. 제 옆을 뭐가 휙 하고 지나가길래 뭐야? 하고 봤는데 난데없이 외발자전거가 튀어나오지 뭐예요. 보자마자 상상력이 뛰어난 ENFP로써는 외발자전거를 타고 나무데크 위를 지나가다 갑작스럽게 뛰쳐나온 고라니에 놀라서 호수 위로 빠지는 라이더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그려졌지만 상상과 별개로 손은 이미 슬롯존을 찍고 있었지요.


슬롯존


아니, 외발자전거가 흔히 보이는 풍경이었나요? 전주에 살면서 외발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맹세코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대리기사를 하는 기사님들 타고 다니는 전동 외발..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전동외발이동수단(?)은 본 적은 있어도 페달을 밟는 외발자전거는 처음 보는 관경이었답니다. 생각해 보면 전주는 보행자 도로나 자전거 도로의 폭이 좁고, 마음껏 달릴 수 있게 조성된 공원도 없어서 그런 걸 지도요. 이렇게 색다른 걸 보는 게 참 슬롯존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자전거 타는 거 좋아하시나요? 제가 도보슬롯존자를 고수하는 이유 중 하나를 들려드릴 때가 되었군요. 스무 살 중반 한참 때 카메라를 들고 봄날 망아지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때,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가 났어요. 그때 어깨와 무릎을 심하게 다쳤거든요. 차에 치이는 순간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지 않아서 에이 뭐 죽진 않겠네 라며 안도를 했었는데 그게 잘못이었던 거죠. 그땐 몰랐는데 꽤나 심각한 상처였고 그래서 나중에 수술을 하려고 열었다가, 부상의 범위가 수술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태라 수술을 받지 못했거든요. 그 뒤로 불치판정을 받았어요.


이 부분도 할 말이 많은데 저를 친 슬롯존은 대포차에 뺑소니에 음주운전에 횡단보도 보행자를 치고, 심지어 무면허까지.. 저를 치기 1주일 전에 술 먹고 다른 슬롯존을 쳐서 면허가 취소가 되었던 슬롯존이었어요. 걸려도 하필이면 이런 슬롯존에게 사고가 나다니요? 그때 차에 밀리면서 팔꿈치가 차 유리에 부딪친 거 같았는데 그 슬롯존이 원래 유리가 깨져있었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거든요. 어릴 때 투포환을 했었고 커서는 프로그래머로 살아왔기에 어깨는 항상 아팠거든요. 그래서 통증이 좀 심해졌나 생각했었어요. 그 슬롯존은 합의고 뭐고 할 것 없이 그냥 감옥에 가겠다고 해서 사회경험이 없었던 저는 그럼 그러시라고 하고 자비로 치료까지 했었죠. 다행히 사고 나기 1주일인가 2주 전에 생전 처음으로 실비보험을 가입해서 큰돈이 나가는 건 어찌 잘 피했던 드라마틱한 사건이었죠. 법 없이도 저 슬롯존은 살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슬롯존


슬롯존서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지만 부상 부위에 충격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거든요. 그 뒤로 자전거나 보드, 이런 걸 못하게 되어서 참 아쉬워요. 그때 차에 치여 날아가면서도 어깨에 메고 있었던 카메라가 저를 떠나 자유를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을 슬로모션처럼 보았고 그런 방만을 허용할 수 없었던 저는 공중에서 카메라를 날렵하게 붙잡으며 떨어졌지요. 그때는 산 지 얼마 안 된 카메라라 '카메라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애지중지하고 다녔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는 장비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신줏단지 모시듯이 갖고 다니지도 않아요. 장비를 아끼다가 좋은 장면을 놓치는 게 더 슬픈 일이더라고요. 여러모로 인생을 대하는 방식의 전환점을 만들어주던 사건이었지요.




외발자전거가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잠시 과거 속으로 슬롯존을 떠나고 말았네요.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계속해볼까요! 은파호수공원을 찬찬히 걸으면서 슬롯존을 찍기 시작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잔잔한 물결과 그 위를 떠도는 새들. 그리고 바람소리, 수면 위를 흐르는 구름. 그리고 쾌청한 하늘까지 모든 것이 자연슬롯존을 찍기에 최고의 조합이었죠. 이 정도면 용기를 내서 자연을 담아볼 수 있을 거 같았어요. 그래서 조금은 진지하게 슬롯존을 찍기 시작했답니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가 호수와 잘 어울리는 그림이 되어서 그런 풍경위주로 찍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슬롯존들은 참 어렵습니다. 뭔가 슬롯존을 찍을 때에 '미'의 기준이랄까. 어떤 메시지나 감정을 담기가 어렵더라고요. 그저 반듯하니 잘 나온 슬롯존, 구도적으로 잘 배치가 된 정형화된 슬롯존이랄까 그런 것 위주로 찍게 되는 거 같고 더 뭔가를 의미를 담으려고 하면 참 어려운 느낌.


차라리 해외를 나가서 그 나라의 건축양식이나 이런 걸 찍으라면 재미있게 찍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익숙한 것을 조망해서 의미를 담기에는 아직 제 슬롯존공부가 부족한 거 같기도 하고 또 공부해야 할 것을 하나 리스트업 해보는 기회가 되었네요.


찍다 보니 또 그 장면이 그 장면인 것 같기도 흥미가 떨어지고 있어서 이제 시선을 사람들에게 돌렸어요. 드문드문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거든요. 전주의 덕진공원으로 은파슬롯존의 크기를 줄인다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왔을 텐데 워낙 이 슬롯존이 커서 그런지 적당히 거리감 있게 사람들을 찍을 수 있었어요.



파인더에 보이는 사람들은 참 평화로워 보였어요. 어느 선가 본 글이 떠올랐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선인장이 있어서 가까울수록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이런 느낌의 표현이었거든요. 모두에게 필요한 만큼의 공간이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각자의 공간에서 행복해 보였어요. 둘레길로 8km가 넘는 방대한 슬롯존 영역은 그렇게 각 개인에게 열린 공간으로 쉴 수 있는 '쉼터'가 되어주는 듯한 인상을 받았죠.


이런 인상은 제주도에 갔었을 때나 서울숲에 슬롯존을 찍으러 갔을 때 받았었는데. 전주에서 멀지 않은 이곳에서도 다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었거든요. 조금은 결이 다르지만 자연 속에서 위안을 찾는 이들의 모습이 몇 개월 전에 방문했던 서울숲에서 받았던 감동을 다시 떠오르게 만들었어요.


서울숲, 도시 속 작은 위안


지난날에 찍었던 슬롯존들과 은파호수공원에서 찍은 슬롯존들을 펼쳐놓고 바라보니 저는 잠깐의 틈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을 담아내는 것을 참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저는 어째서 이런 슬롯존들을 찍길 좋아하는 것일까요. 자기는 세상이 따뜻하다고 믿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었거든요. 그 말은 당신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스스로에게 하는 게 아니냐고. 10년 동안 해왔던 사업을 해치우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평생 욱신거리는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하는 저는 스스로에게 아직 행복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미소와 행복을 빌려 앞으로 나아가려는 게 아닐까. 또는 계속 행복해지기 위해서 슬롯존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정답은 모르겠어요. 솔직히 가끔은 외롭고 가끔은 행복하기도 하거든요. 근데 그게 또 사람 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슬롯존을 찍는 것일까요! 하하하. 정답은 때가 되어봐야 알겠지요. 전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요!




사람들이 쉬어가고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휴식의 공간. 저에게 있어서 은파호수공원은 일상 가운데 잠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쉼의 공간의 모습으로 그려졌답니다. 닥스훈트 두 마리 키우며 텃밭을 가꾸고 노을이 지는 시간에는 벤치에 비스듬히 누워 독서를 하는 제 미래의 집 청슬롯존에 호숫가가 하나 그려지게 되었네요!


누구보다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던 한 장의 슬롯존을 건네드리며 도보방랑 슬롯존 편의 기록을 마칩니다. 이번 한 주도 행복하셨나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미처 글에 넣지 못한 슬롯존들 서비스









본문에는 담을 수 없었던 못다 한 이야기

새벽부터 시작된 방랑은 은파호수공원을 기점으로 찍고 마무리가 되어가는데요. 저는 슬롯존을 하면 항상 하는 일이 있어요. 바로 그 지역에서 로또를 구입하는 건데요. 슬롯존의 마무리의 의식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로또 한 장을 품에 안고 작은 희망을 그려보는 것이지요. 로또가 되면 호숫가가 있는 근처에 집을 지을 수 있을까요!


매 슬롯존마다 한 장씩 사는 로또는 한 주 동안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거든요. 행복을 위한 작은 행운. 오늘은 그 행운을 한번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공유해 볼까 해요. 한번 봐볼까요?



저는 이 브런치북의 첫 글에서도 말했듯이 작은 IT회사를 운영했었던 대표이자 '개발'자였어요. 술 먹으면 개가 돼서 그런 건 아니었.. 그리고 기술을 통해서 삶을 편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운 것이라 생각했고 불편했던 것들을 개선하는 일들을 좋아했지요. 슬롯존그래밍 또한 이러한 도구로써 많은 활용을 했었는데요.


사업을 접으면서 제가 좋아하고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했지요. 작은 사이드프로젝트라고 해야 할까요? 10년의 사업동안 끊임없이 해왔던 일. 그리고 10살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프로그래밍은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저의 본질이기도 하기에 이 부분을 단호히 끊어낼 순 없는 거지요.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래서 이 슬롯존가 브런치북을 연재하면서도 사이드프로젝트로 개발을 손에서 놓지는 말자라고 생각했고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하나 시작했던 게 바로 로또봇이라는 프로젝트였어요.


매번 슬롯존 때마다 로또번호를 임의로 찍는 것도 번거롭고 해서 그 슬롯존에서 느꼈던 점이나 나에게 의미 있는 단어나 문장을 'Seed'화 하여서 그 단어나 문장으로 로또 번호를 추첨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라는 것이었지요. 어차피 로또라는 것은 독립시행이기 때문에 특별한 알고리즘이란 것이 의미가 없거든요.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그럴싸한 로또추첨 비법이나 알고리즘에 대해 속지 마세요.그렇다면 오히려 개인에게 집중화된 의미 있는 문장이나 단어를 기반으로 번호를 추첨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는 슬롯존젝트랍니다.


나에게 의미있는 문장이나 단어를 입력하면, AI가 그 문장에 맞춘 번호를 뽑아주고 응원의 메시지까지 만들어주는 그런 서비스에요. 그리고 오늘 그 프로토타입을 통해 하나의 행운을 공유해보고 싶었지요.

혹시 또 알아요? 이 번호가 1등이 되는 번호로 나올지도! 그렇다면 당첨자가 매우 많이 나와서 1등 같지 않은 1등이 될 수도 있겠군요. 그건 또 그 나름으로 재미슬롯존 일이 될 거 같네요.


* 만듦새가 부족해 보이는 건 슬롯존토타입이라 그래요, 더 보안을 해서 조만간 나타날 예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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