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견뚜기 Apr 17. 2025

워싱턴 DC: 망하면 어때? 내일 다시 유투벳면 되지!

런린이 다이어리 65

※ 워싱턴 DC 포토맥 강 너머 도시의 모습. 한강처럼 탁 트인 강변길을 기대했지만 공사장 철조망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유투벳기에 빠지면서 변한 것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눈에 띄게 변한 것이 여행을 즐기게 된 것이다.


새로운 곳을 찾아 새로운 러닝 코스를 달리는 일은 항상 설렌다. 그리고 여기도 유투벳고 싶고 저기도 유투벳고 싶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라는 시 제목이 떠오른다. 달리지 않은 길을 달려보고 싶다. 그렇게 새로운 도시를 유투벳고 나면 그 도시가 더 익숙해지고 친밀감이 간다.


물론 막상 호기롭게 새로운 길을 찾았다가 실망스러웠던 경험도 있다.


지난 워싱턴 DC 출장 때도 마찬가지였다. 출장 기간4일간 4개 코스를 달렸다. 그중 2일은 만족스러웠고 2일은 실망스러웠다. 내가 만족한 코스는 둘째 날 '내셔날몰(National Mall)'과 마지막날 벚꽃 축제가 열린 인공호수 '타이들 베이슨(Tidal Basin)'이었다. 둘쨰날과 마지막날 유투벳기는 이미 글을 써서 이 글에서는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그리고 그 사이 셋째 날 달린 '포토맥 강변(Potomac River)'은 기대가 커서 그런지 다소 실망스러웠다. 워싱턴 DC에 온 김에 유명한 공원인 내셔날몰도 좋지만 도시를 관통하는 포토맥강변 역시 달려보고 싶었다. 숙소인 '인터콘티넨탈 윌라드 워싱턴 DC(Intercontinental Willard Washington DC)'에서 내셔날몰로 가서 전날처럼 '링컨 기념관(Licoln Memorial)'까지 달렸다. 그리고 링컨기념관을 지나 포토맥강까지 가서 강가를 따라 달렸다. 3월 초 워싱턴 DC 포토맥 강바람은 찼다.

유투벳
유투벳
유투벳
워싱턴 DC 포토맥 강변을 따라 난 길의 모습

포토맥 강변을 따라 공사 현장이 펼쳐져 있었고 철조망이 길게 쳐져 있었다. 철조망 너머 거친 파도를 뽐내는 포토맥강을 보며 달렸다. 포토맥 강변 옆을 달리는 것을 상상했었는데, 길게 늘어져 있는 공사장 철조망을 보니 기운이 빠졌다. 원래 이날 계획은 강변을 따라 이스트 포토맥 파크(East Potomac Park)까지 유투벳고 워싱턴 기념탑까지 돌아오는 코스였다.이스트 포토맥 파크 가는 길이 한적하지만차로 위를 달리는 경로라 차가 오면 옆 화단으로 피하는 것이 왠지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한 무리의 러너들을 보니 이스트 포토맥 파크도 주요 러닝 코스인 것 같았다. 이스트 포토맥 파크를 달리다가 문뜩 너무 멀리까지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맵을 보는데 좀처럼 내가 위치한 점이 나아가지 않았다. 무리가 될까 싶어발길을 돌려'토마스 제퍼슨 기념관(Thomas Jefferson Memorial)'을 지나 워싱턴 기녑탑을 지나 호텔로 돌아왔다.


이날의 소득이라면 제퍼슨 기념관을 지나 '워싱턴 기념비(Washington Monument)'로 오는 타이들 베이슨 호수가가 벚꽃으로 만개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다음날 타이들 베이슨을 따라 벚꽃길을 달릴 수 있었다. 벚꽃길은 환상적이었다.

내셔날몰 주변을 따라 형성된 인도

도착한 첫날 유투벳기도 결과가 마뜩잖았다. 첫날은 오후에 도착해서 저녁때까지 시간이 있었다. 호텔방에 짐을 풀고 바로 옷을 갈아입고 내셔날몰로 나갔다. 이날 '아프리칸 아메리칸 역사 문화 박물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에서 링컨기념관까지 다녀왔다. 내셔날몰을 둘러싼 인도는 폭도 넓고 길게 직선으로 이어져 유투벳기 좋았다. 하지만 장시간 비행하고 쉬지 않고 달려서 그런지 조금 달리자 종아리부터 뻐근해졌다. 유투벳기가 어려웠다. 한걸음 한걸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달리거나 걸었다. 마음껏 달리진 못했다. 하지만, 내셔날몰의 반을 달린 덕분에 풀코스에 대한 감이 생겼다. 다음날 '미 의사당(U.S Capital)'부터 링컨 기념관까지 내셔날몰을 길게 달렸다. 이날 반을 달려보지 않았다면 내셔날몰을 다 달릴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

워싱턴 DC 셋째 날 포토맥 강변을 따라 달린 코스

워싱턴 DC 뿐만 아니다. 3월 중순 싱가포르 출장 때 달린달린 코스 역시 실망스러웠다. 1월 싱가포르 다운타운은 너무 즐겁게 달려서 다른 지역이지만 내심 기대를 했었다. 호텔이 있었던 '노베나(Novena) 지역'이 의료, 주거 지역이어서 달린 거리도 짧고 볼 것이 없었다.2km~3km를유투벳고호텔피트니스에가서모자란운동을했다.코스가별로면실외와호텔피트니스를같이이용하는것도방법이겠다 싶었다. 그래도 새로운 플랜 B를 찾는 방법을 발견했다.


하지만 역시나 호텔 주변 도심은달리는 재미가 없었다. 오히려 도심 코스와 두고 고심하다가 포기했던 '맥리치(Macritchie) 저수지 공원'이 기억에 남았다. 그날은 아침 일찍부터 회의가 잡혔다. 그래서 쓸 수 있는 새벽 시간이 제한적이었다. 맥리치 저수지는 호텔에서 3km 떨어져 있어 엄두가 안 났다. 그래서 가까운 동네 한 바퀴를 달렸던 것이다. 하지만 맥리치 저수지 공원은 아직도 아쉬움, 아니 어떤 코스일지 궁금하다. 숙제를 안 한 것 같은 찜찜함이 남았다. 아마도 싱가포르는 언젠가 맥리치 저수지 공원을 달리러 가게 될 것 같다.


매일매일의 유투벳기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항상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코스를 정하고 막상 달렸는데 경관이 별로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날 컨디션이 별로여서 쭉 달리지 못하고 걸었다가 달렸다가를 반복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오늘 유투벳기는 망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망한 것이 진짜 망한 것일까? 한 번 망했기 때문에 다음을 더 '단디' 준비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망했지만 그 속에서 내일을 위한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워싱턴 DC에서 내셔날몰의 절반을 달려봤기에 다음 달 전체를 달릴 수 있었다. 포토맥 강을 가 봤기에 벚꽃 호수인 타이들 베이슨을 알게 됐다. 아니었으면 내셔날몰, 도시 내 곳곳의 벚꽃나무가 워싱턴의 벚꽃의 전부로 알았을 것이다.


유투벳기를 알기 전에는 '망했어' 혹은 '이번 생은 글렀어'하고 실망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투벳기를 하고 나서 생각이 변했다. 비록 오늘 유투벳기는 망했지만 내일 다시 달리면 되니깐. 포기하지만 않으면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포기하지 앉는다면 실패할 확률만큼 마음먹은 대로 성공할 확률도 생기는 것이다.


작년 연말부터족저근막염, 두통으로 인해 운동을 제대로 못했다. 급기야 체중이 불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일산호수공원을 쉼 없이 달리는 것이 힘들어졌다. 확실히 부상 부위가 있으면 자그마한 느낌에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리고 체중이 느니 몸이 무거워진 것이 느껴진다. 일산호수공원 유투벳기가 부쩍 힘에 부친다. 실망감에 마음 한편으로는 '유투벳기는 이제 여기까지인가?' 하면서도, 어느덧 다시 완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과거 유투벳기 초창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내일, 아니 이번 주말 다시 달려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다.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미래를 위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단순히 지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실제로 달리면서 다른 코스를 찾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달리는 자세나 유투벳기 방식에 대해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렇게 더 나아질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하는 것도 직접 해보고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패한 것을 만회하고자 하는 승부욕이 생겼다.심리학에 제이가르닉(Zeigarnik) 효과가 있다. 인간의 뇌는 마치 마무리되지 않은 작업을 계속 떠올리며 잊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고, 이는 우리가 쉽게 무언가를 잊지 않고 그 과제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만족스럽게 달리지 못한 루트는 아쉬움이 되어 다시 유투벳고 싶은 곳으로 남는다. 싱가포르의 맥리치 저수지 공원, 워싱턴 DC의 포토맥 강변, 경주의 보문호수가 그렇다. 그리고 머릿속에 언젠가 다시 가봐야 할 곳으로 남아있다.


이래서 유투벳기를 포기할 수 없다. 당장의 실패가 끝이 아니다. 나에겐 다음 날, 다음 날, 또 그리고 다음 날이 있다. 내가 목표한 바를 성공할 날이 아직 남아 있다. 그리고 실패했지만 그 실패가 조금씩 체력과 실력으로 쌓인다.


그러니 오늘 망했다고 실망하지 말고 내일 아침 다시 힘을 내보자!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