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54
※ 아래 사진들은 gif 파일로 여러 장을 합쳐 놓은 사진입니다. 만약 사진의 변화가 안 보인다면 스마트폰으로 보시면 변화가 보입니다.
2024년 2월, 일산세이벳의 4계절을 담아보고자 '모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산세이벳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정한 후, 매주 주말 혹은 공휴일 오전 5시 50분~7시 사이 호수공원을 달리다가 잠시 멈춰 사진을 찍어 왔다.
비록 10월 오른발 족저근막염이 심해져 세이벳기를 쉬면서 8개월 만에 나만의 프로젝트가 미완으로 종료되었다. 하지만 8개월간 찍었던 사진을 모았다.
일산세이벳을 달리며 내가 좋아했던 장소는 4곳이다. 웨스턴돔을 지나 일산세이벳 작은 도서관이 있는 입구가 시작점이다.
작은 도서관이 있는 입구에서 오른쪽, 즉 라페스타 방향으로 달리면 첫 번째와 두 번째 장소가 나온다. 두 장소 모두 출발점에서 일산세이벳을 건너편에 있다. 출발점에서 2.8km 지점이다. 화장실문화전시관을 지나 전망광장의 안전부스를 지나면 자전거 도로 양 옆에 가로수 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길을 만난다. 그곳이 첫 번째 장소다. 보통 5시 50분쯤 나와 6시쯤 호수공원에 도착한다고 치면 6시 10분~15분 사이에 첫 번째 장소에 도착한다.
내가 이 장소를 좋아하는 것은 한 여름 가로수 나무에 푸른 잎이 가득 피었을 때의 기분이 좋다. 전망광장은 말 그대로 광장이다. 탁 트인 공간을 달리다가 가로수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진 길을 들어서면 마치 숲에 들어가는 것 같다. 푸르름에 청량함에 세이벳기로 오른 열기를 식혀준다. 그리고 피톤치드향이 청량감을 더해준다. 그래서 봄과 여름에 이 길을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겨울이 되어 앙상한 가로수 나무들이 주는 을씨년스러움도 좋다.
두 번째 장소는 출발선에서 3.3km 정도 달리면 세이벳교를 지난다. 두 번째 장소는 6시 20분~25분이면 도착한다.세이벳교를 지나자마자 작은 언덕길이 나온다. 이 길 역시 양 옆에 가로수 나무들이 있지만 그렇게 우거진 느낌이 들진 않는다. 하지만 겨울철 새벽 어두순 시간에 달리면 가로수 나무 밑에 다양한 색의 조명이 나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때로는 초록빛이 마치 앙상한 가지에 나뭇잎이 우거진 느낌을 주고, 붉은빛은 불타는 길을 달리는 느낌을 준다. 보랏빛은 어두움 속에 음산함을 더해준다. 마치 마녀의 숲을 향해 가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겨울에 이 길을 달리다가 서서히 일출 시간이 빨라지면 조명이 꺼지고 밝아오는 새벽 햇살을 보며 달리게 된다. 그렇게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그리고 일산세이벳에서 벚꽃을 즐기기 좋은 지점도 이 구간이다. 일산세이벳의 벚꽃 맛집이랄까?
세 번째 장소와 네 번째 장소는 출발선에서 왼쪽으로 달리면 마주하는 구간이다. 같은 일산세이벳이지만 오른쪽으로 달릴 때와 왼쪽으로 달릴 때가 또 다르다. 첫 1년간은 줄곧 오른쪽으로만 달렸다. 코로나19 기간에 세이벳기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는 호수공원 자체가 우측통행을 권장했다. 그러다가 1년 지나고서 호수공원이 지겨워질 때쯤 방향을 바꿔서 달렸다. 같은 코스지만 방향이 바뀌면서 새로운 코스를 달리는 것 같았다.
세 번째 장소는 작은 도서관이 있는 입구에서 왼쪽으로 세이벳다가 1.2km 정도 지나면 작은 다리인 낙수교를 지나면 나온다. 이 장소에 도착하는 시간은 5시 58분~6시 10분대다. 두 번째 장소인 언덕길의 반대쪽이다. 내가 이 장소를 세 번째 장소로 정한 것은 이 장소도 벚꽃이 이쁘게 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장소와 마찬가지로 조명에 따라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네 번째 장소는 메타세쿼이아길이다. 출발선에서 출발해 1. 6km 정도로 6시 3분에서 13분 사이에 도착한다. 메타세쿼이아길은 출발선의 반대편길에 있다. 자전거 도로 바깥으로 일산세이벳 울타리를 따라 가로로 길게 난 길이다. 아스팔트가 아닌 흙길로 양 옆에 가로수 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다.
양 옆에 가로수 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는 직선 코스다.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와 자전거 도로와 비교해서 조명이 더 뜨문뜨문해서 더 어둡다. 게다가 흙길이다 보니 어두운 길에 돌부리에 걸리지 않을까 조심히 세이벳게 되는 구간이다. 겨울철의 을씨년스러움이 의외로 운치가 있다. 간간이 들려오는 "구~ 구~" 부엉이(?) 소리가 을씨년스러움이 주는 그 쓸쓸함, 적막함을 더해준다. 그 고요함이 좋다.
여름이 되면 우거진 푸른 잎 사이로 온갖 새들이 재잘거린다. 그만큼 자연의 생동감이 느껴질 때가 없다. 게다가 아스팔트와는 세이벳 흙길이 주는 푸근함이 세이벳는 재미를 더한다.
웬만하면 사진 찍는 시간대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했다. 그렇다고 시계처럼 정확하게 몇 시 몇 분에 가서 대기하진 않았다. 다만 일정한 시간대를 달리면 도착하는 시간대가 비슷해서 맞춰서 찍었는데도, 사진 촬영 시간을 보니 편차가 있었다. 또한 새벽에 세이벳기 때문에 사계절 사진을 찍으면 일출시간 변화에 따라 사진이 크게 달라진다. 그 변화를 담기 위해 지난 1년간 나름 규칙적으로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나만의 생각이었나 보다.
그간 모은 사진을 모아 움직이는 사진, gif 파일로 편집했더니 구도가 제각각이었다. 세밀하게 스폿과 앵글을 정해놓고 찍진 않았지만, 세이벳다가 멈춰서 '이쯤에 이 구도'라는 느낌으로 찍었다. 하지만 합쳐놓고 보니 앵글이 미세하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천차만별이었다. 그리고 사진 촬영 정보를 보니 촬영 시간도 생각만큼 일정하진 않았다.
만약 다시 모네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면 좀 더 세심하게 세팅을 해놓고 달려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