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 어두웠다. 웅웅대는 바퀴의 진동이 허벅지를 타고 올라와 호달의 등과 어깨를 흔들었고 높낮이 없이 일정한 톤의 목소리가 도로 상황을 쉴 새 없이 전하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히터 바람 탓인지 몸이 무겁게 가라앉아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버스 맨 앞자리에 앉은 호달은 차창에 머리를 가볍게 기댄 채 나른한 기분으로 전면 창을 응시했다. 반대편 도로에서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빠르게 다가왔다 멀어졌다. 언제부터 달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게 그가 탄 차는 어둠 속으로 끝없이 미끄러져 들어가는 중이었다.
-이 시각 서평택 분기점에서 서울 방향 치익……차량 추돌사고 발생으로 칙……현재 수습 중이며……치직치익…….
대각선 방향에 앉은 운전기사가 손을 뻗어 라디오 주파수를 맞췄다. 전파 방해가 있는지 라디오의 잡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높은 등받이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운전기사는 한 손만 핸들에 올린 채 다른 손으로 채널을 맞추다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곤 코어카지노 라디오로 손을 뻗고 이내 무언가 불편한 듯 손을 얼굴 쪽으로 가져갔다. 어쩐지 불안해진 호달이 룸미러를 힐끗 올려다봤다. 운전기사가 주먹으로 세차게 눈을 비비고 있었다. 버스의 속도가 조금 느려지며 휘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