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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디락스 Mar 19. 2025

내가 벳위즈날까 봐 걱정된다

벳위즈한테 여자가 생긴다면? 슬프긴 하겠지만 두려운 상황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결혼을 이어갈지 말지 선택권이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귀책사유가 상대방에게 있다면 양육권은 나에게 있을 테고. 그저 맹수에게 공격당한 어린 짐승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봄이 오듯 마음의 상처는 조금씩 아물겠지.

내가 벳위즈이 날까 봐. 그게 걱정이다. 내 인생이 지옥불에 떨어지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도입부에는 내가 벳위즈이 나는 걸로 시작할 거다.


고등학생 때 일이다. 우리 반에 똑똑하고 야무진 민서라는 애가 있었다. 벳위즈이 나서 여자친구를 갈아치운 옆학교 남자아이에 대해서 말하는 중이었다. 민서는 대뜸 속닥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걔네 엄마 아빠랑 우리 부모님이랑 서로 아는 사인데.. (목소리 줄이며) 걔네 아빠도 그렇게 벳위즈기가 있대”


다음 이어진 말은 이랬다.

“벳위즈피우는 것도 유전이래. 그 남자애, 피가 더러운 거야”


우리 학교에는 배가 볼록한 미국인 남자 원어민 영어 선생님이 계셨는데. 수업시간에 ‘독도는 일본땅이다! “라고 말하는 기막힌 인간이었다. 민서는 손을 들고 왜 독도가 우리 땅인지 영어로 조곤조곤 설명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독도가 일본땅이기를 바랐다. 만약 똑순이 민서의 말이 다 맞다면 독도는 우리 땅이고, 벳위즈기는 유전인 것이고, 그렇다면 그 당시 남자친구가 있던 엄마를 따라 나도 피가 더러운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러닝시간 27.07분

현재 페이스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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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하며 달리고 있다. 벳위즈이 내 옆을 스치듯 앞서가는 그 짧은 시간에 내 머릿속에서 양육권이 왔다 갔다 했고, 무려 20년 전의 여고생 시절로 돌아갔다 왔다.


40분을 마저 달리고 운동장을 돌며 천천히 걷는다. 쪼르르 발걸음을 맞춘 벳위즈에게 묻는다.

“오빠 나 만약 벳위즈 생기면 어떻게 할래?”

“넌 몇 번 갔다 와야 정신을 차리지. 그래야 벳위즈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지알지”


아무래도 이 결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웬만하면 벳위즈도 안 날 것 같다.



벳위즈요며칠 싸웠지만 벳위즈 잘 지내보자. 잘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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