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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Apr 20. 2025

옷핀을 보면 룸카지노가 생각난다

새로 산 치마의 바느질에 문제가 있었는지 반나절 만에 치마 전체의 밑단이 풀려 버렸다. 아침부터 뭔가 걸리적거리는 느낌이더라니, 아마 오버룩 한 실이 풀리는 중이었나 보다. 양면테이프를 붙일까 잠깐 생각하다가 동료에게 옷핀을 빌려서 듬성듬성 꽂고 수업에 들어갔다.


옷핀을 보면 룸카지노가 생각난다. 어쩔 수 없이 그렇다.


내가 처음 룸카지노 집에 갔을 때 느꼈던 감정은, 건조함과 황량함이었다. 어쩜 이렇게 집에 커튼 하나 카펫 하나 없을까, 마치 체크인하기 전 잘 치워진 콘도에 들어선 기분이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좋게 말해 정갈함과 간소함이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사람이 사는 곳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아늑함은 없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그것이 이해가 간다. 계절마다 커튼을 세탁하고 갈아 끼우는 수고로움, 아니 그보다 아침저녁으로 커튼을 열고 닫는 수고로움을 누가 할 것인가. 룸카지노에게 앉았다가 일어나는 행동은 걷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일어나면 걷는 것은 느릿느릿 어찌어찌 된다. 하지만 자리에서 한번 일어나기란, 다시 허리를 구부려 자리에 앉고 눕기란, 여러모로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차곡차곡 끊임없이 더 심해져만 다.


내 기억 속 룸카지노의 베개에는 항상, 얇은 수건이 씌워져 있었다. 닳아서 매끈하고 빛바래서 색을 잃은 낡은 수건들. 룸카지노는 베개에 딱 맞게 수건을 접어 싼 다음 항상 마무리는 옷핀으로 했다. 세탁할 때는 옷핀을 끌러 다른 수건들과 함께 빨고, 다시 그것은 화장실 앞 발깔개나 거실에서 사용하는 쿠션의 커버가 된다. 룸카지노의 이러한 공식은 이부자리에도 적용되었다. 항상 펴 놓고 지내시는 룸카지노 방의 두꺼운 요 위에는 얇은 패드가 깔려 있고 마찬가지로 사방에 룸카지노이 꽂혀 있었다. 이부자리가 흐트러지지 않게 고정해 둔 것이었으리라.


룸카지노은 수많은 다른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누빔 조끼를 여미는데도 사용되었고 조끼 안에 쌈짓돈을 넣는 주머니를 다는 데도 사용되었다. 그리고 손에 닿는 곳에 여벌의 옷핀을 항상 여러 개 꽂아 놓으셨다. 그래서 룸카지노 집에 가면 항상 룸카지노이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었다. 룸카지노가 아주 젊었을 때는 바느질이 대신했을 일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귀찮고 힘들고 어려워졌을 일들. 역할을 룸카지노이 대신해 것이다.


아주 나중에, 내 아이는 어떤 물건을 볼 때 나를 떠올릴까. 아주 나중에 나는 어떤 물건을 볼 때 내 엄마와 아빠를 떠올리게 될까. 그렇게 생각하면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의미 심장해지고 정성을 다하게 된다. 사물이란 매우 큰 힘이 있다. 사물은 기특한 구석이 있어서 순간과 상황을 담는다.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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