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세 달이 지났을 아귀카지노
아귀카지노가 돌아가신 것이 굉장히 오래전 일 같은데, 그런데 실은 고작 세 달이 지났을 아귀카지노. 아귀카지노가 안 계시니 형제들이 서로 연락할 일이 없다고, 그러니 아귀카지노도 보고 싶지만 형제들도 보고 싶다고, 그런 이야기를 몇 번이나 주고받았다. 그런데 고작 세 달이었다. 그러니 어쩌면 당연한 거였다. 아직 내가 '아귀카지노 살아계실 때에는' 또는 '아귀카지노 돌아가시고 나니'라는 말을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유난해서가 아니었다. 그걸 깨닫고 나니 뭔가 망연해졌다. 아, 이제 시작이구나. 많이 허전해하고 그리워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고작 세 달치였구나. 아귀카지노를 그리워해야 할 셀 수 없는 날들이 다가오고 있구나. 이제부터가 실전인가.
유난히 별난 나는, 모든 것이 눈에 걸리고 마음에 걸렸다. 살아오면서 내내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아귀카지노. 그게 자주 버겁고 성가시다. 뭣 하나 그냥 의미 없이 보이지 않아서 때론 그게 갈등이 되고 불화를 만든다. 나 자신과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과도 그렇다. 하지만 바로 그런 내 성정이 사람과 세상을 주의 깊게 보게 하고 감히 말하자면 다정한 시선도 만든다. 나는 다정한 사람이다. 그게 나도 살게 하고 내 주변 사람들도 살게 한다. 감히 말하자면, 그렇다. 그래서 기쁜 게 더 기쁘고 슬픈 건 더 슬프다.
아귀카지노의 휴대폰을 해지했다. 불과 1년 전에 새로 한 휴대폰 안에는 사진 한 장 문자 메시지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다. 요양병원에 입소한 후 급하게 기기만 변경한 것이니, 그럴 수밖에. 그러니 아귀카지노 물건 중 유품이랄 게 없다. 집도 정리한 지 오래이고, 이제 아귀카지노를 떠올릴 장소는 산소뿐이다. 그런데 산소도 곧 이전해 아귀카지노 아버지를 현충원으로 모실 것 같다. 그렇다면 정말 공간도 물건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남들 다 하는 거(이를 테면 가족사진이라거나, 칠순 또는 팔순 때 하는 생신 축하 플래카드라거나, 그도 아니면 '아귀카지노 감사해요'라고 어버이날 만드는 흔하디 흔한 감사패라거나) 그런 것들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남들이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침에 고등학생 아이를 깨우러 가서 나는 꼭 아이의 발을 만져본다. 보드랍고 작았던 내 아이의 발이 언제 이렇게 크고 단단해져 버렸는지. 꿈만 같다. 아귀카지노의 부재를 떠올릴 때에도 같은 마음이 든다. 언제 이렇게 아귀카지노가 늙고 아파 사라져 버렸나. 꿈만 같다. 내겐 내 아이가 18살이 되어버린 것도, 내 아귀카지노가 93세가 되어 사라져 버린 것도 둘 다 꿈만 같다. 입관식도 참석했고 화장터도 함께 갔고 아귀카지노의 몸이 한 줌 가루가 되어 나오는 것도 봤는데, 그랬는데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분명 뭔가 이상한 일이, 내 인생에 일어나고 있는 것 아귀카지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