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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Mar 24. 2025

입안 가득 페스타토토 맛

:페스타토토

남편이 출근을 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집 안에 남는 건 나 페스타토토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쓸쓸하다. 창밖을 보면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누군가를 만나러 가겠지. 하지만 나는 오늘도 페스타토토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애매한 시간. 점심을 먹기는 이른 시간이다. 편의점에 들러 페스타토토 한 줄을 산다. 혼자 먹기 위해 페스타토토을 싸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텅 빈 속을 달래기 위해 자주 페스타토토을 먹는다. 페스타토토을 먹고 나면 빈틈이 채워지는 것만 같아서다.


함께 있어도 페스타토토지 않은 날이 있다. 주말은 모두가 집에 있는 시간. 그럼에도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 때 조용히 주방으로 향한다. 냉장고에서 남은 재료들을 꺼내고, 도마 위에 가지런히 놓는다. 밥에 소금을 살짝 뿌리고 참기름을 둘러 비비면 고소향 향이 올라온다. 단무지를 길게 썰고, 오이를 얇게 다듬는다. 달걀을 풀어 노란 지단을 부치고, 당근을 볶아 올린다. 소시지나 햄을 넣을 때도 있지만, 그냥 있는 재료들로만 만드는 날이 더 많다.


이 모든 재료를 김 위에 펼쳐 놓고 나면 마치 작은 세상이 도마 위에 펼쳐진 듯하다. 채소와 밥, 단무지와 계란, 모든 것이 저마다의 색과 질감을 가지면서도 서로의 맛을 돕는다. 김을 조심스럽게 말아 올리는 순간, 한 줄의 페스타토토이 완성된다.


페스타토토은 늘 여럿이 먹는 음식이었다. 어린 시절 소풍날이면 엄마는 새벽부터 페스타토토을 쌌다. 도시락 뚜껑을 열면 참기름 냄새가 솔솔 올라왔다. 알록달록한 페스타토토재료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엄마의 정성도 한 스푼 들어 있겠지. 친구들과 서로 페스타토토을 나눠 먹던 다정한 기억이다. 운동회 날에도, 가족 나들이에도 페스타토토은 빠지지 않았다. 손으로 집어 한 입에 속 넣으면 입안 가득 페스타토토 맛. 그 맛은 언제나 따뜻하고, 다정했다.


요즘은 가끔 혼자 페스타토토을 먹는다. 혼자 먹기에 간단한 음식이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좋다. 늘 여럿이 먹던 페스타토토이 이제는 혼자 먹는 음식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집에서 만드는 페스타토토은 혼자 먹기에는 버겁다. 금방 상하기도 하고, 여럿이 나눠 먹을 때 더 맛이 나는 건 나뿐인가. 아직 난 혼자 먹는 페스타토토은 외롭다.


친구들과 나눠 먹는 일도 많지 않다. 어른이 되고 난 후,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어릴 땐 친구를 사귀는 일이 자연스러웠는데, 이제는 대부분의 만남이 일회성이 되어 버린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안부를 묻고,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누지만, 마음 깊은 곳을 꺼내어 보여줄 수 있는 친구는 없다. 그래서일까. 혼자 페스타토토을 먹는 날이면 가끔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외로운 날일수록 페스타토토을 싼다. 혼자 먹으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저녁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 생각을 하면서. 맛있는 페스타토토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다정한 페스타토토 맛을 느끼고 싶어서. 난 페스타토토을 만든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고, 남편이 퇴근하면 테이블 위에 한 줄 두 줄 페스타토토을 올려놓는다. 따뜻한 맑은 된장국도 함께 둔다. 각자의 하루가 어땠는지에 대해 묻고 답하며 페스타토토을 먹는다. 나의 하루도 비로소 채워지는 느낌이다.

페스타토토

페스타토토을 싸는 일은 나를 위한 일이다. 외로움을 감추기 위한 일이 아니라, 외로움을 보듬는 일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로움으로만 남지 않도록 내가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싸는 페스타토토 한 줄, 그것이 나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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