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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교 Mar 15. 2025

Ep.10 | 모국어가 칼리토토울 때면 짧은 시를 읽었어

사뿐히 가라앉는 마음



칼리토토



파리 11구에 있는 한 산책로에 앉아 있다. 초록빛 철제 의자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본다. 클래식한 사진기를 들고 거리를 내려다보는,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을 본다. 양손에 스케치북과 크레용을 쥐고 이 풍경을 그리러 온 아이들을 본다.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나 한적한 산책로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해 본 적 없다. 모두가 익숙한 듯 길을 걷고,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다. 완벽하게 이방인이 된 것만 같은 느낌. 나는 그 소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나무의 속삭임을 느낀다. 네가 이곳에 앉아 들었을 소리를.


이곳에 올 계획은 없었다. 아니,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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