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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교 Mar 08. 2025

페가수스 토토.9 |돌이킬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약속된 슬픔을

사뿐히 가라앉는 마음

페가수스 토토



모든 게 거짓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지금까지의 모든 일은 꿈속의 이야기에 불과하고, 나는 파리의 낯선 아파트가 아닌 내 집 소파에 누워 있는 것. 머리 위로는 언제부터 달려있었을지 모를 낡은 실링팬이 돌아가고, 스며드는 바람에 면 커튼이 나부끼는 좁은 거실에 가만히 있는 것.


슬리퍼를 툭툭 벗어 던지고 냉장고 문을 벌컥 여는 너의 소리에 낮잠에서 깨어나는 것. 칸칸이 들어있는 반찬통을 괜히 들쑤시다가 떡볶이 해 주면 안 될까, 하고 본심을 꺼내는 너를 보는 것. 어묵 한 봉지 사 오라며 전자레인지 옆에 걸어둔 장바구니를 손에 들려 보내는 것. 떡을 불리고 파를 썰다가, 슬리퍼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는 듯한 소리에 네가 왔다는 걸 알아채는 것.

문밖으로 나간 네가 다시 돌아오는 것.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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