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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롬 Mar 01. 2025

내게 주어진 모든 세계를 경험해보자 (1)카지노게임

카지노게임 버킷리스트 30개

생각해 보면 나는 제법 자주 조급증에 시달렸다. 빨리 해내야 돼. 뭐 하나라도 더 해야 해. 그렇게 인생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조급증이 몰려올 때면 나는 옆을 보지 못했다. 옆도 뒤도 보지 못하고 무조건 앞만 봤다. 그건 하나에 온전히 집중을 했다는 뜻도 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때 내게 주어진 수많은 세계를 다 놓쳤다는 뜻도 된다.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다짐하며 이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알록달록한 모든 세계를 맘껏 경험해 보자는 의지로. 세상은 아름답고 갈 곳도 많고 할 일도 참 많다. 오케이. 그럼 이제 뭘 하면 좋을까. 나는 카페에 앉아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딱히 취미랄 것이 없는 나는 과연 내가 뭘 좋아하는지부터 고민해야 했는데 우선적으로 번뜩 3가지가 떠올랐다.


1. 카지노게임 버킷리스트 30개
2. 폴란드 소도시 여행+맥주 일기
3. 소소한 일상 취미 만들기(비생산적)






(1) 카지노게임

영특한 남편 덕에 카지노게임에 산 지도 어느덧 2년 차. 지금 내게 주어진 가장 크고 묵직하고 아름다운 세계는 바로 '카지노게임'이라는 환경이다. 나는 내가 서른 즈음에 카지노게임에 살 줄 꿈에도 몰랐고, 카지노게임에 사는 지금도 '카지노게임'을 떠올리면 황홀하지만 사실 그리 '잘' 즐기지는 못했다.


달에 한 번은 남편과 카지노게임 여행을 가곤 하지만, 분명 여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으니까. 2년 전, 카지노게임살이 확정이 났을 때 나는 '카지노게임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는데 그건 대부분 여행 관련이었다. 그중에서는 브런치에도 썼던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 호텔 방문도 있었다.



/@dclare1839/180



그러니까, 이런 큼직큼직한 여행 버킷리스트는 거의 다 채웠는데, 나는 의문이 들었다.


과연, 여행만이 카지노게임을 잘 즐기는 방법일까?

나는 한달짜리, 두달짜리 여행이 아니라 아예 카지노게임에 살고 있다. 빡빡한 스케줄로 바쁘게 이리저리 이동하는 카지노게임여행이 아닌 카지노게임살이. 그렇다면 카지노게임 버킷리스트도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현지어로 커피 주문하기' 같은.

폴란드살이 2년 차가 되어가지만, 나는 아직도 폴란드어로 커피는 밥이든 주문해 본 적이 없다. 늘 Can I get...으로 시작할 뿐. 늘 폴란드어는 배우고 싶었지만 언제나 핑계를 댔다.지금 내가 다른 언어 배울 시간이 어딨어. 할 일 많아 죽겠는데.그렇게 결국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또 봐요.'이 3개만 할 줄 아는 채로용케2년째 바르샤바에 살고 있다.


폴란드어를 배웠다면, 그래서 폴란드어를 여기저기서 썼다면, 얼마나 더 많고 재밌고 흥미로운 세계가 열렸을까. 안 그래도 웃음 많은 카지노게임 사람들,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만 폴란드어로 해도 활짝 웃어주는 폴란드 사람들인데. 자국어로 더듬더듬 주문하면 얼마나 더 눈부신 미소를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건 나를 또 다른 세계로 데려가줄 수도 있을 지어니.


그 외, 여행에서는 하기 힘든 일들. 이를테면, '카지노게임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공부하기', '구글 평점 4.5 이상인 현지 맛집 30개 가보기', '특이한 디저트 파는 카페 30개 가보기', '펍에서 현지어로 현지인과 대화해 보기'.


생각해 보면 카지노게임에서할 수 있는 재미난 것들이 넘쳐난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살 때, 어학원에서 만난 어느 친구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그것이었다. <펍 문화가 유명한 더블린에 있는 모든! 펍에서 기네스 마셔보기아아. 그 말을 들을 때 나는 두근거렸다. 이야. 너어. 뭘 좀 아는구나. 이 얼마나 흥미진진한가. 그 친구가 그 버킷리스트를 이루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펍 얘기를 하며 눈을 반짝이던 그 친구의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이 아니면 내가 언제 또 카지노게임에 살아보겠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공모전 준비한다고, 또 다 떨어진다고 방에서 질질 울고 있을 때가 전혀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나는 현재 내게 주어진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세계, 이 카지노게임을 제대로 즐겨보기로 했다.


카지노게임살이 버킷리스트 30개도 천천히 적어보면서 이 연재에 올릴 계획이다. 왜 100개도, 50개도 아닌 30개냐면, 브런치북 목차가 30개까지이기 때문. 흐흐. 아무래도연재를 주 2회로 늘려야지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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