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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Mar 10. 2025

지식 엘리트를 키운다면, "학습자 정체성"

1 : 267 : 10


무슨 숫자일까요?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후손들에 대한 재미난 데이터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후손 중, 문신으로서 과거에 급제한 사람은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무신으로 과거에 급제한 사람은 267명. 비율로 따지면 문신의 비율이 0.4%가 채 되지 않습니다. 꽤나 놀라운 수치죠. 그리고 독립운동가로서 열 명의 후손들이 건국훈장을 받았습니다. 와 완전히 타고난 군인 가문이라고 할 만합니다.


덕분에 조선 시대 내내 충무공의 자손으로 크나큰 기대와 약간의 특혜를 받고 살았다고 합니다. 때로는 그 기대가 너무 커서 충무공과 비교를 당하며 능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충무공의 조상들은 무려 성균관 대제학을 배출하고, 장군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과거에 급제한 바 있는 뼈대 있는 문신 가문이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으로 인해 확 가풍이 변한 것이죠. 당연히 충무공의 자손이라고 하면 주위에서 누구라도 그 빼어난 군사적 능력과 업적을 이야기 하지 않을 리 없으니, 자손들로서도 이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되었을 테지요.


자녀들이 어떤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이와 같습니다. 우리 집은 어떤 집이지? 우리 부모님은 어떤 사람이지? 하는 것은 벌써 만 2세 시기부터 아이들에게 깊이 인식됩니다. 아이들의 모방 행동이 활발해지고, 의사나 소방관, 경찰 같은 다양한 직업에 대한 인식도 깊어지기 때문에우리 부모님은 어떤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아이들의 내면 깊은 자리에 정체성의 근거로서 자리 잡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글을 익혀 학습지 문제 풀이를 하고 책 한권을 진득하게 읽을 수 있는 대여섯 살 시기쯤 되면 배움에 대한 관점과 정체성 역시 싹트게 되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책읽기, 체험놀이와는 다른 색다른 경험으로 학습이 다가오기 때문이죠. 문제를 틀렸다는 경험, 문제를 풀기 위해 낱말들과 기호를 해석해야 하는 경험, 틀린 문제를 다시 풀고, 틀리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외우는 경험이 뒤따릅니다. 무엇보다도, 책상에 오래 앉아있어야 한다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찾아옵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의 비밀 역시 이 정체성에 숨어있습니다. 아이와 함께나에게 있어 공부란 무엇이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는 것이죠. 정체성은 세상을 이해하는 창문의 역할을 합니다. 그 기준은 아이 자신입니다. 충무공의 자손들이 무신으로서의 삶을 사실상 강요당했는데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무과 시험에 급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던 것은, “나는 이순신 장군의 후손이다”라는 정체성이 삶의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 공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게 될까요?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저기 손짓하고 있는 미래의 안정적인 삶과 높은 연봉. 부모님의 인정과 지지. 용돈과 보상에 대한 약속,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의 인정. 이 모든 것이 아이의 공부를 가속하는 연료가 되지요. 실제로, 아이들은 커나가며 이런 다양한 이유와 동기를 가지고 힘든 공부를 지속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어떤 보상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넘어서, 아이 자신의 내면의 정체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배움의 핵심 동력입니다. 그리고 그 정체성은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싹틉니다. 다시 말하면엄마 아빠에게 공부는 이런 것이었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아이가 내면화해서 끌어안고 하루 하루의 공부를 마주하는 것이죠.


공부를 통해 자수성가한 가정이 있다고 해봅시다. 우리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럼 아이는 먼저 우리 부모님이 어떤 사람이고, 부모님에게 있어 공부란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또 아주 명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부모님이 하는 말과 행동을 “공부”와 “배움”이라는 키워드 속에서 인식하게 되지요. 충무공의 자손들처럼 말입니다.


아이가 성장해나갈수록 정체성은 확고해지고 공부를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경향은 강해집니다. 단순히 직업과 그에 이르는 과정으로서가 아니라 부모님의 공부에 대한 생각을 받아들이면서 말입니다.


만약 공부와 관계가 먼 가정이라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죠.엄마 아빠는 공부를 잘 못해서 한이 됐어.그래서 네가 공부를 정말 잘 해야 해.”그러나 공부와 친근한 가정이라면 대화의 방향은 다를 것입니다.엄마 아빠는 공부만 할 수 있었으면 하고 늘 생각했는걸~.”이런 대화가 쌓여갈수록 아이는 점차 공부를 좋은 것, 즐거운 것, 편안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생각을 따라 배우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의 성장 경로와 일치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강렬한 배움의 욕구를 느끼며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병원 놀이를 하고 설거지 흉내를 내고 뭐든지 “내가 할게!”라며 우리를 따라오곤 하죠. 우리 뇌 안에 거울 뉴런이란 것이 있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동을 따라하는 것을 아주 잘 하도록 돕습니다. 이 거울 뉴런이 인간의 진화와 문명 발전에도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하지요. 즉, 원래부터 아이들은 타고난 따라쟁이입니다. 모방을 통해 배웁니다. 아이들의 타고난 배움의 습관을 청소년기, 그 이후까지 이어나가려면 가운데에 놓인 우리가 모방의 대상으로서 공부와 배움의 생활 습관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공부로 자수성가한 집들만 이런 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부모님이 모두 공부를 잘하셨다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부를 잘 못했다고 해서 가장 중요한 학습자의 정체성을 아이에게 심어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지금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우리의 학력과 학습자 정체성


우리가 공부를 생각만큼 잘 해내지 못한 이유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공부 과정이나 시험 문제, 줄세우기 등등, 불합리한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지요. 배움이 행복해서 계속해나가기엔 학교 공부란 것이 정말 너무나 불행한 과정이었습니다. 그 것을 이겨낸 5% 내외의 소수의 학생들이 우리가 이름을 잘 아는 소위 서울의 유명 대학들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한 다음에는 어떤 결과를 맞게 될까요? 안타깝게도, 너무나 불행했던 공부의 과정으로 인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배움으로부터 멀어집니다. 우리 나라의 성인 학습자들의 독해 능력은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국가의 평생교육 예산은 선진국 평균의 10%에 불과합니다. 스무살까지 뭔가 이상하게 왜곡된 공부에 전념하다가 몇 번의 취업의 관문까지 통과해 자리를 잡으면 공부를 영영 놓아버린다는 이야기지요.


아주 간단한 예시가 교사일 것입니다. 가르치는 것이 직업이고, 실제로 매일 이런 저런 “학습”이란 걸 하는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지식을 추구하며 배움을 이어가는 사람은 소수에 한정됩니다. 만약에 우리 나라의 교사들 중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배움을 계속했더라면, 우리의 지나온 배움의 시간도 조금은 더 알찼을 텐데 말입니다. 의사도, 판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의 고학력자들은 계속 배움을 이어가지만 일부의 고학력자들은 배움을 딱 멈추곤 다른 영역에 관심을 쏟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지금은 배움과 학력,성적을 잠시 나누어보도록 합시다.성적은 유로스타카지노의 배움이 여러 조건과 결합되어 나오는 결과일 뿐입니다.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유로스타카지노의 학습 능력만 탓알 일이 아니고, 성적이 잘 나온다고 해서 유로스타카지노의 학습 능력이 특출나다고 단정할 일도 아닙니다. 조금 더 긴 관점으로, 그리고 조금 더 넓게 유로스타카지노의 발달을 관찰하며 우선 유로스타카지노의 배움을 평가하고, 다른 조건들을 맞추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에 대해선 이어지는 장에서 또 다루어보도록 하지요.


그러므로 우리 자신의 학력을 너무 비관할 필요도 없습니다. 스무살까진 세계 최고 수준의 지적 능력을 보이다가, 10년만 지나면 선진국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입니다. 스무 살에 우리가 받아든 성적표가 다른 사람보다 만족스럽지 않다 한들, 그 뒤에 어떻게 살아왔느냐, 그리고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배움의 능력, 그리고 배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훨씬 더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 우리는 더는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할 필요도 없고,성적으로 차별을 겪을 일도,줄세우기를 강요당할 일도 없습니다.자라나는 유로스타카지노를 바라보며,무언가를 지금 배울 수 있다면 그에 충실하면 될 일이란 말이지요.


학력에 대한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되고, 여기서 해결됩니다.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우리의 지난날의 학력과 분리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즐거운 배움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아이와 그 배움을 나누고, 배움의 시간을 함께 합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함께 각자 열심히 나란히 앉아 공부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요. 아이의 학습이 모방과 흉내에서 복잡한 학교교육으로 이어지는 그 사이에 우리가 배움의 롤모델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는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부모님의 모습으로부터 모방하고, 내면화해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충무공의 후손들 역시 그렇습니다. 267명의 무과 급제자들이 나오는 동안 단 한 사람의 문과 급제자만 나온 것이 정말로 장군의 후손들이, 빼어난 무인들이었기 때문일까요? 아니겠지요. 부모님의 무인 가문의 정체성을 자식이, 또 그 자식이 이어받아 충실한 무인으로 자라났고, 그에 따라 경쟁률이 치열했던 조선의 무과 과거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물론 충무공의 후손이라, 가산점이 분명 있긴 했겠지만.


유로스타카지노와 함께 학습자 정체성 키우기


그럼 무엇을 배울까요? 실제로 학습자 정체성을 높이 쌓아올려, 그것을 마치 형광등 빛처럼 아이의 공간을 밝혀주는 집들의 문화를 배워보도록 하지요.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학력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도 공부 잘 못했잖아. 나도 공부하기 싫어.”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아이는 자라오면서 내내 바라보았던 엄마 아빠의 공부하는 모습에 너무 익숙해져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바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지요. 그래서 쉬운 것부터 조금 어려운 것까지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 정말 의미 있는 배움의 과정을 거치고, 우리의 배움의 정체성 역시 단단해짐을 느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그 과실은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함께 책읽기(★☆☆☆☆)


책 읽기야말로 가장 좋은 자녀교육이라는 것이야 말 해봐야 입만 아프지요. 그런데 책읽기라. 손에 잘 안잡히시죠.


우리의 목표는 아이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가지면서 아이의 독서 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어려운 책?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쉽고 흥미진진한 대중문학소설을 읽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책 읽기가 쉽지 않다면, 쉬운 책을 고르면 됩니다. 어차피 유로스타카지노이 보는 것은 엄마 아빠가 읽고 있는 책이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일 따름입니다.


우리가 너무 쉬운 책을 읽는다고 아이가 투정할지 모르지요. 그럴 때 우리는 “엄마 아빠는 시험을 보진 않잖아. 대학도 이미 나왔고.”라고 간단히 대꾸하면 됩니다. 아이는 “치” 소리를 내고 읽어야 할 필독서를 읽겠지요.


조금 여력이 있다면 아이에게 독서기록장을 쓰는 습관 정도를 들여준다면 매우 좋을 것입니다. 분량은 서로 부담 없이 자유롭게 말입니다. 독서 노트 하나 정도면 좋겠네요. 이 노트가 쌓이면 나중에 아이의 “독서 정체성” 역시 매우 든든하게 자리 잡을 것입니다.


독서 습관, 독서기록장을 쓰는 습관을 들여준 다음, 마지막 순서는 아주 쉽습니다. 유로스타카지노의 시기별 권장도서를 구해주는 일만 남았습니다. 시간을 내 함께 도서관에 갈 수 있다면 가장 좋고, 그럴 여력이 없을 땐 그냥 아이에게 책을 많이 선물해주시거나, 학교에 방문했을 때 학교 도서관을 둘러보고 아이에게 귀뜸을 해줄 수 있겠지요.

유로스타카지노에게 책을 선물해주실 땐 이왕이면 중고서점에서 산 헌책이 좋습니다. 유로스타카지노가 책을 더럽히거나 낙서를 하는 일도 예사기 때문이죠. 비싼 책을 제값 주고 사주었다가, 그 책을 잃어버리거나 다 읽지 않고 버렸다고 유로스타카지노와 실강이를 할 일이 줄어듭니다. 개인적으론, 책에 밑줄 긋는 습관이 있기에 헌 책을 선호합니다.


지적 대화하기(★★☆☆☆)


지적 대화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우리보다 한참 어린 유로스타카지노이란 것을 생각해보시지요. 중요한 것은 유로스타카지노이 사춘기가 될 때까지 우리를 존중할 수 있는 지식의 롤모델로 삼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초등학생 정도 수준에서 우리가 대단히 많은 지식을 갖추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마침 몇 해 전에 시민을 위한 교양지식 서적이 꽤 유행을 했지요. 유튜브에 아이들과 함께 보기 좋은 지식 채널도 아주 많구요. 바야흐로 지적 대화하기 좋은 시절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항상 인터넷을 검색하기 좋은 도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지적 대화를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억지로 아이에게 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좋아할만한 수준의 지식 채널을 보는 것입니다. 공룡부터 시작하면 딱이겠네요.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있겠지요? 같이 찾아보도록 합니다. 이왕이면 큰 화면으로 같이 보는 것이 좋을 테니 거실에 둔 PC나 노트북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나옵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처음 보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에게 설명을 시도해보는 것이죠. 물론 막힐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재미있다! 같이 더 공부해보자.” 한마디면 됩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직접 가르쳐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아이의 공부 난이도가 가파르게 상승해, 몇 년 가지 못해 한계에 막힙니다.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학습자 정체성을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전문가인 교사와 학원 강사에게 맡기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아이들에게 지식을 보여주고, 지적 대화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우리의 학습자 정체성을 보여주면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누는 대화가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진짜 공부가 오히려 그쪽이지 않은가요? 해야 하는 학교 공부는 선생님들과 하고, 아이들이 진짜 하고 싶은 “내 공부”를 함께 하는 엄마와 아빠가 되어주면 될 것입니다.


공부하기(★★★☆☆)


학습자 정체성을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공부가 계속 되어야 합니다. 아이를 위해서야 같이 책을 읽고 지적 대화를 할 수 있겠지만, 아이는 성장을 하지요. 우리의 성장은 아이의 성장 속도에 비해 더딜 것이고 말입니다. 즉, 우리는 꽤나 열심히 공부를 지속해야, 아이에게 늘 우리가 학습자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우리 사이에 이런 관계가 유지되어야 정말 아이가 공부로 혼란을 겪게 될 청소년기에도 아이의 학습자 정체성이 잘 유지될 것이고 말입니다.


천천히 우리의 독서 수준을 올리긴 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의 추천도서 수준이 올라가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아이와 나누는 지적 대화의 수준도, 각 교과서의 깊이만큼 깊어지게 됩니다. 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각자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습니다. 이것을 지속하는 만큼, 아니, 즐기는 만큼 아이가 학습자로서의 정체성을 잘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앞서 다루었던 부모님의 효과적인 시간관리를 상기해보도록 합시다.


반대로 생각을 해볼까요? 이것이 어렵다고 느껴지신다면, 아이 역시 그럴 것입니다. 아이는 숨이 턱턱 막히도록 빠르게 상승하는 공부의 난이도를 하루 하루 버텨내고 있지요. 공부의 즐거움은 느끼지 못하고, 그저 문제 풀이를 위해 나중에 쓰지도 못할 지식을 삼키면서 말입니다.


우리가 만약에 공부를 지속하고, 수준을 높여나간다면, 이럴 때 아이에게 설득력 있는 대화를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엄마 아빠도 지금 공부하는 게 어렵다. 같이 힘내자.”라면서요. 아이는 묻겠죠. “근데 엄마 아빠는 왜 공부해?”우리의 대답은, “즐거워서.”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한가지를 정해 공부를 계속해 나가는 것은 아이와 배움의 공감대를 늘리는 효과가 있으며, 그것 또한 학습자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 크게 기여합니다. 우리가 곧 아이의 공부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고, 같이 고난을 극복하는 동료가 된다는 의미이니까요.


이것이 정말 쉽지 않기 때문에 명문대를 나온 고학력 전문가들도 공부를 그만두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길 택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길을 택하기도 하지요. 배움을 멈추고 자신에겐 더 많은 배움을 강요하는 우리를 보며, 아이의 내면엔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이에 대해선 우리의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만약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기로 하셨다면, 더 어려운 책, 더 두꺼운 책을 같이 읽어보는 쪽을 택하시지요. 최신 인공지능 기술도 아이와 함께 써보고, 영상편집도 해보고, SNS에 컨텐츠도 만들어볼 일입니다. 그렇게 배움을 위한 도전을 지속하는 우리는 아이들에게 공부의 롤모델, 학습자 정체성의 거울이 되어줄 것입니다.


학습자 정체성 모임 데려가기(★★★★☆)


학습자 모임? 그런게 있나요?간단히 말해, 인맥입니다. 몇해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들에서 보았듯 고학력 가정들은 그들만의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자녀교육을 함께 합니다. 자녀에게 교수 친구, 의사 친척, 명문대 자녀들의 모임을 소개해줄 수 있는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 사이에 학습자 정체성의 격차는 적지 않습니다.


이들 모임 속에 함께 책읽기, 지적 대화하기, 좋은 체험하기가 모두 다 들어가 있습니다. 같이 독서 모임을 하고 박물관에 가는 등,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같이 공부를 하는 게 아니군요. 공부는 각자 사는 집에서 가장 효과적인 동선과 스케쥴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이따금 만나는 이런 가족 모임에서는 아무래도 공부보단 뭔가 알찬 하루를 보내기 마련이죠. 공부와 지식, 학습자 정체성과 관계된 활동은 거기에 자연스럽게 섞여드는 것이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뭔가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지 않나요? 지역에서부터 시작을 합시다. 각 지역에 좋은 학습 모임들이 많이 있습니다. 공동육아를 하는 모임부터, 독서모임, 문화체험 모임이 다양합니다.


물론 우리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문제이긴 합니다. 그래서 빈도가 너무 높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학습자 가정들과 느슨한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학습자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을 더 많이 주변에 인식하고 있으면 충분합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아이의 발달을 공유하는 것도 아주 쉽지요. 친구들의 각종 대회 참여, 콩쿠르 영상 같은 것들이 우리의 핸드폰을 윙윙 울려댑니다. 그러면 우리는 다른 아이의 발달을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며 넌지시 새로운 경험을 독려하고, 우리 아이가 잘한 것 역시 SNS에 올려, 학습자 정체성 모임과 나누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우리는 나중에 아이를 비교하지 않고, 아이가 타인을 존중하도록 가르치는 방법도 익혀갑니다.


공부 같이 하기(★★★★★)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우선 시간이 없습니다. 아이들의 주어진 공부 양이 있고, 우리는 직장과 집안일로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효과가 있느냐, 하면 썩 그렇지도 않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하는 동안 곁에서 그것을 관리하며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아이에게 적절한 재량권을 주는 것은 굉장히 힘이 들고 많은 경험이 필요한 일인데, 이것은 사실 전문가인 선생님들이 더 잘합니다.


안타깝게도, 사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투자할 수 있는 가정과 사교육 투자에 많은 비용을 들일 수 없는 가정의 차이가 발생하는 영역이죠.그러나 아이와 공부를 같이 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우리의 학습자 정체성보다는 아이의 학습자 정체성을 든든히 다지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그 요령은 아이의 공부 전반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간섭이 아니라 조력을 중심에 두고 아이의 공부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성적이 아니라, 배움이 이루어지는 학교와 학원에 대한 깊은 관심을 유지하며, 폭넓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합니다. 이왕이면 메모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님 사이에 대화를 하고, 최선의 조력 방법을 의논합니다. 어렵죠! 정말 어렵습니다. 아이의 학교 생활, 참여하고 싶은 동아리 활동, 친구들의 이름, 생일, 중요한 행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다면 합니다.


아이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아이의 공부에 있어서 우리가 관심을 둘 것은 단지 성적뿐만이 아니라, 학교생활 그 자체입니다. 공부와 관계되는 모든 것입니다. 이렇게 학교 생활에 대한 참여가 잘 이루어질수록, 물론 과잉애정이나 간섭이 되지 않는 선에서, 아이들의 “학습자”로서의 정체성은 잘 자리 잡게 되겠지요. 아이의 학교 생활, 학원 공부, 친구 관계나 교사와의 관계 전반에 관심을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간섭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스스로 잘 새기고 아이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만 하시면 좋겠습니다.


위에 소개드린 다섯 가지 방법은 학습자 정체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활동들입니다. 학습자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책이 곁에 있게 되고, 대화에는 자연스럽게 지식이 스며들고, 공부의 깊이는 깊어지고 친구들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아이들의 배움에 관심 갖고 지켜보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열린 길입니다. 우리가 도저히 못할 것 같은 실천도 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학습자 정체성”이라는 말을 한번 다시 생각해보면, 그저 “배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학습자의 사고방식, 생활방식을 내면에 싹틔우며 산다는 뜻이니, 이 다섯 가지 쉽고 어려운 요령들을 우리가 배워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우리의 삶의 태도를 어린 시절부터 늘 바라보며 따라하게 될 것이구요.


결국 학습자 정체성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가정 환경과 부모님의 영향이 무엇보다 아이들의 성적에 크다는 것인데요, 우리의 과거의 성적이나 학력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바로 지금 시작할 수 있는 막강한 무기이지요.


오히려, 우리가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면서, 성인으로서의 지적 능력이 다른 평범한 사람들을 오히려 앞서갈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공부와 성장을 인도하는 다른 과실이 미래에 얻어질 수 있겠지요.


이 요령들을 보고 내가 해보아야겠다고 생각이 드신다면, 축하합니다 학습자 정체성을 쌓아가는 첫 걸음을 내디딘 것입니다. 바로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를 키워내는, 좋은 엄마 아빠로서의 배움의 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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