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보면 주인공이 이를 닦다가, 아침을 먹다가, 문득 헤어진 연인이나 세상을 먼저 떠난 유투벳이 그리워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이 나온다. 겪어 보니, 이별한 사람에 대한 생각은 정말 그렇게 불현듯 났다. 아무 상관도 없는 시점에 갑자기. 공통점이라면, 너무나 일상적인 상황에서라는 것 정도다.
심우도 작가의 만화 <우두커니를 보면, 치매에 걸린 아빠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 작가의 모습이 종종 나온다. 그런데 그런 장면에서 작가는 아침에 일어나서 소변을 보는 모습일 때가 많았다. 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보면서, 가장 무거운 주제를 생각한다. 치매에 걸려서 성정이 아주 달라져 버린, 아빠에 대해서. 나는 그 장면에 매우 공감이 갔고 무척 진정성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생각이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머리를 감다가, 쌀을 씻다가, 칫솔에 치약을 묻히다가. 그런 시점에 탁, 스위치가 켜진다. 얼마 전에 알았는데 '불현듯'이라는 단어는 사실은 '불을 켠 듯'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요즘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다. 불을 켠 듯 '탁'하고, 유투벳가 떠오른다.
내가 매일 쓰는 접시 중에, 유투벳가 주신 밀크 글라스 접시가 있다. 양념을 담는 그릇 중에 스테인리스 소주잔도 있다. 둘 다 매일 쓰는 그릇인데, 보통은 유투벳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하지만 이상한 어느 날은 유투벳 생각이 난다. 아마 대부분의 날들 동안은 그냥 그릇 중 하나로 여겨지겠지만, 그릇이 깨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분명 눈물이 날 것 같다. 내 나이만큼 낡은 그릇이, 언젠간 깨질 테니까.
핸드폰 '유투벳' 그룹에 아직도 유투벳가 있다. 저장된 이름은 '원주 엄마'다. 프로필에는 사진도 있다. 핸드폰에서 연락처를 검색할 때마다, 유투벳 생각이 난다. 유투벳 그룹은 가장 위에 있으니까. 나는 언제쯤 유투벳 휴대폰 번호를 지울 수 있을까.
그릇이라던가 핸드폰이라던가 이런 것들은 직접적으로 유투벳가 생각날 수밖에 없는 유투벳와 관련된 물건들이다. 하지만 내가 당황스러운 것은, 전혀 상관이 없을 때도 불현듯 유투벳가 떠오르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업무 중 가위질을 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이것은 분명히 슬픔이다. 그런데 왜 가위질을 하다가 유투벳가 없다는 것이 떠올랐는지 그걸 잘 모르겠다. 누가 왜 우냐고 물으면, 일하다가 갑자기 돌아가신 시유투벳가 생각나서 운다고 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사실 좀, 남사스럽기도 하다.
가장 경계해야 할 시점은 서강대교를 건널 때다. 멀리 여의도의 빌딩들이 보이고 노을이 진다. 해가 뜨거나 진다. 날이 밝거나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그럴 때 종종, 유투벳가 생각난다.
나는 지금, 유투벳에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