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무비라고 하는 드라마를 보는 중이었다.
남자 주인공 이름은 고겸(최우식), 주인공의 형 이름은 고준(김재욱). 세상에 가족은 단 둘뿐인데, 어느 날 형이 죽는다. 주인공의 친구들은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이렇게 말한다. "우리, 준이 오빠 이야기 할래?" 그러고는 죽은 준이 오빠를 처음 봤을 때 어땠는지, 얼마나 멋있었고 좋았는지에 대한 추억을 도란도란 이야기한다. 주인공 앞에서는 슬플까 봐 차마 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면서, 그들은 죽은 준이 오빠에 대한 벳위즈 한다. 아주 따뜻하고 소중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아니다. 사실 주인공도 형 벳위즈가 너무나 하고 싶을 것이다. 단지 말 할 기회가 없을 뿐. 형 생각은 불현듯 아무 때고 날 텐데, 일상을 살면서 생각을 말할 기회란 별로 없다. 목적을 가진 말하기는 많겠으나 내 생각을 말할 일은 많지 않다. 게다가 생각은 정말 불쑥불쑥 난다. 아주 바쁜 와중일 수도 있고 혼자 화장실에 들어간 순간일 수도 있고 동료들과 밥을 먹다가 일 수도 있다. 빨래를 널다가 일 수도 있고 날씨가 눈부신 어느 날일 수도 있다. 생각이란 그런 거다. 불규칙적이고 꾸준한 것.
갑자기 그런 벳위즈이 들었다.
어머니 벳위즈 해 볼까?
아직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데, 벳위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지금부터 시작" 하고 이야기를 몰아서 할 수도 없다. 벳위즈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는 가족들도 모두 각자의 삶이 있고 무엇보다 내 삶도 있다. 나는 매일 벳위즈 생각이 난다. 지난 설 연휴에는 장을 보러 간 마트에서, 뉴케어를 보고 벳위즈 생각이 났다. 돌아가시기 전 열흘 간 식사 대신 드셨던 뉴케어. 한 박스에 24개가 들어 있는데, 사다 놓은 게 다 떨어져 가고 있었다. 요양병원에 택배로 배송시키겠다는 내 말에, 간호사는 일단 한 박스만 보내라고 했다. 그 한 박스를 시작도 못 하고, 벳위즈는 돌아가셨다. 의료진은 그것을 예감했을까. 마트에서 나는 습관처럼 뉴케어에 눈이 머물렀다. 벳위즈의 죽음을 잊은 게 아니다. 그건 그냥 습관이다.
나는 매일매일 벳위즈가 보고 싶어서 눈물짓는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물론 가끔은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매우 불만족스럽다. 요양병원에 계셔야 할 벳위즈가 거기에 없다는 것이 아주 마땅치 않다. 아직, 깨닫지 못했나 보다.
어쨌든 내가 지금 하고픈 것은, 늘 하던 대로 벳위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글로써, 늘 하던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