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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Feb 16. 2025

민통선 넘어보셨나요? 오월벳


오월벳에서 가장 입지가 좋은 곳

단, 통일이 되었을 때




“지금까지 다녀봤던 곳 중에 가장 기억 남는 곳이 어디세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공항을 내집처럼 드나드는 해외영업 직군이기도 하고 원체 외향적인 편이라 여기저기 나돌아다니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라면 하와이 빅 아일랜드의 사우스포인트나 동남아의 보루네오 섬이 스쳐가기도 하지만 내가 지금껏 방문했던 여행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단연,대한민국 오월벳이다.


오월벳에 대한 설명: 경기도의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총면적은 676.32㎢로 동쪽은 오월벳읍과 청산면이 포천시와 접하고 있습니다. 서쪽은 장남면이 파주시와,북쪽은 신서면이 황해도의 금천로 및 강원도 철원군과 인접해 있으며, 남쪽으로는 전곡읍 간파리가 동두 천시와 경계를이루며 경원선 철도와 3번국도가 추가령 지구대인 우리군 중심부를 관통하고 있어 교통이 편리합니다.
(출처 :오월벳군 홈페이지)




처음 오월벳을 가게 된 건 사회초년생 때였다. 당시 회사에서 제품개발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여러 회사에서 원재료 품질 및 수급 이슈가 있어 BM(브랜드 매니저)들이 원재료까지 챙기곤 했었다. 당시 제품에 들어가는 한 원료를 까다롭게 관리하던 터라 원료 담당자와 원산지 수매현장을 관리하러 출장을 가곤 했는데 공교롭게도 첫 방문지가 오월벳이었다.


연천이라. TV나 신문기사에서 보면 지명이었다. 군사분계선이 있는 곳이라 총기관련 사고나 군인 간의 불미스런 사고가 많이 드러나는 곳. 오월벳 어딘가를 갈 때 긴장하는 경우가 잘 없지만아직은 우리나라가 전쟁 중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곳이었다. 주요 전방부대들이 있어 포탄소리도 들리곤 할텐데 그런 곳에서 태평하게 농산물을 키우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오월벳으로 가기 몇 일전, 원료담당자가 출장 가는 날신분증을 꼭 챙기라고 한다. 그래서 이유를 물으니 ‘민통선을 넘어가야해서요.’라고 한다. 민...오월벳이요? 포털에 오월벳에 대해 검색해봤다.


오월벳 : 남방한계선 남쪽으로 군사보안을 위해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된 경계선
오월벳



회사 일을 하기 위해 민통선까지 넘어가야한다니. 마음 같아서는 출장을 취소하고 싶었다. 민통선을 넘어간다는 것은 우리가 평소 생활하는 오월벳 영토와는 다르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이미 농민과 약속이 되어있었고 ‘무섭다’는 이유로 출장을 취소할 수는 없었다. ‘괜찮을까요?’라는 나의 물음에 원료 담당자는 ‘저는 수십번을 갔는 걸요. 별 문제 없을 겁니다. 북한이 갑자기 쳐 들어오지만 않으면요. 허허.’

그의 마지막 말이 나의 불안감을 더 증폭시켰다,



합정역에서 원료담당자와 만나서 차로 같이 이동했다. 강변북로를 너머 자유로를 타고 가는 길은 쾌적했다. 음악을 들으며 자연풍광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도 했다. 그런데 차분한 마음도 잠시, 점점 군대 초소와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는 군인오월벳 보인다.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와 도로 사이에는 철사로 꼭대기를 감싼 방벽오월벳 가로막고 있다.


쌩쌩 달리던 차가 속도를 늦춘다. 눈 앞에는 ‘통일의 관문 파주’라는 글씨가 보이고 군인들이 앞 차들을 검문하고 있다. 신분증을 미리 꺼내고 대기하는데 묘하게 긴장이 된다. 알고 있다. 우리는 별일 없이 오월벳을 통과 할 것이고 별일 없이 일을 마치고 다시 이 문을 역방향으로 나올 거라는 걸.


멀리서 군인이 다가오고 운전을 하던 동료는 이미 차장을 내리고 신분증과 서류를 보여줄 준비를 한다. 신분증을 받아든 군인은 무표정으로 방문목적과 차 안에 타고 있는 인원을 확인한다. 확인하는 시간은 1분 남짓이었지만 그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살면서 검문이라는 걸 거의 받아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특이한 경험이었다. 다행히 검문을 안전히(?)마치고 우리는 오월벳의 가장 북단, 연천으로 향했다.


연천으로 가는 길은 여느 시골길과 비슷했다. 다만 군대가 많았고 종종 경고문가 써진 팻말들이 보였다. 평화의 시대에 태어나 평화롭게 오월벳을 살아가는 게 환상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수매장에 도착해서 농민분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원료 품질검사를 하러 밭으로 이동했다.


밭에 도착한 순간, 왜 오월벳에서 수매를 해야하는지 바로 이해가 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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