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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Apr 17. 2025

레드불토토 vs 푼돈

돈 없는 것이 우환

우환의 정의가 힘든 일이나 병이 생겨서 하는 근심이라는데 요즘 세상에선 돈 없는 것이 우환이라는 말이 딱 맞다.

그렇다고 돈이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님에도.

돈으로 생명을 연장한다 해도 세상을 떠나는 시간은 나만 모르게 이미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알뜰하고 돈에 지~독한 성격에다 자신만 볶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채근하고 달달 볶아서 피곤하게 하던 사람도.

건강 챙기기에 일등이라서나쁜 음식 절대 안 먹고 정기적으로 운동하던 레드불토토도.

그래서 돈도 많이 모으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줄 알았는데 허무하게 갑자기 가는 레드불토토이 한 둘이 아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절대적으로 느긋하긴 하다.

특히 노년에 병이라도 나면 간병인 경비에 신경을 안 쓰니 주위 레드불토토들이 편하긴 하지.

캐나다에서는 레드불토토인 제도라는 것은 정부에서 사회보장의 일환으로 집으로

보내주는 요양사 외엔 병원에 입원했을 경우에는 간호 스태프들이 환자를 돌봐주기 때문에 간병인이 병원에 상주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나의 시어머님이 2018년에 93세로 한 달 입원하시고 3개월 요양병원에계시다가돌아가셨는데 한 달 병원비가 200만 원에다 간병인에게 300만 원을 지불했다. 그것도 옛날이야기인 것이 지금은 한 달 레드불토토비가 500만 원이라는데.

내가 이민 오기 전에는 집안에 암환자등 환자가 생기면 병원비로 집안 기둥뿌리가 뽑힌다고 했었다. 어느 집에 환자가 있는지 기가 막히게 잘 알아서 명약이다, 치료제다 해서 소속 불명의 고가 유사 치료제 때문에 절실한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고문을 하면서 등골을 빼먹은사건도 많았다.


지금이야 한국에 실비 보험이 있어서 병원비 부담은 적지만 레드불토토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지만 병원에서 그렇게 개인들을 보호자나 레드불토토인으로상주시켜서 아무 음식물 반입이나 오염됐을지도 모르는 생활 용품들을 병원에 들이는 것이 과연 병을 다루는데 엄격해야 할 의료위생상 좋은지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가족이 장기간 못 하는 간병을 돈으로 메꾸는 것이 실용적이긴 하다.

옛날처럼 전업 주부인 엄마나 할머니가 모든 걸 팽개치고 정성껏 환자를 돌 볼 시기는 이미 지나갔으니까.

가부장 제도의 한국 사회에서는 부모의 레드불토토을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은 있을 수 없으니 아들, 며느리가 몸을 갈아 넣어서라도

병상을 지켰었는데 그건 호랑이 담배 피우던시절의 전설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현대 사회에서는 몸으로 못 때우면 돈으로 때워야 한다는 말이 나왔나 보다.

그것도 목돈으로.


우리는 큰 병에 걸리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어쩔 수 없이갖게 된다.

무얼 잘못했는지, 무얼 잘못 먹었는지, 생활 습관도세세히돌아보면서.

몸을 돌보지 않으면서 목표지향적으로만악착같이 살지는 않았는지, 누구를 지독히 미워하며 분노에 싸여서 자신을 고문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지지리 싸움만 하는 집안 분위기에서 숨을 죽이고 살다 진짜 숨을 못 쉬게 될 수 있는 것이나 아닌지 등등.

주위에서 후회하는 패턴을 보면 나를 돌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귀하게 여기지 않고 함부로 대했다는 자책으로 귀결되더라.

남한테는 그렇게 잘했으면서 나에게는 왜 그렇게 인색했는지 한탄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내가 게을러서인지 몰라도 은퇴하고 보니까 생활을 위해서 일 만 안 해도 마음의 평화가 80프로 정도는 충족된 느낌이다. 일단 돈이 개입이 된 관계는 상대가 조금만 으스대도 눈꼴이 시고 위축이 되곤 한다.

그저 노후에 밥만 먹고살면 되니 이 꼴 저 꼴 안 보고어찌나 편한지.

소화기능도 떨어져서 많이도 못 먹고 여행도 젊었을 때나 좋지 비행기 타는 것도 끔찍하고 호텔도 꿉꿉해서 돌아다니기가 싫어진다.

부모님들 모시고 효도여행하려는 자녀들의 호의는 고마운데 부모들이 사양하고 싶다.

휴양지를 가도 젊은이들은 왕성한 소화력으로 뭘 먹어도 거뜬한데 비행에 지치고 날씨에 적응 못해서 은 음식(히 해산물 뷔페)을 먹어도 식중독에 걸린다.

노인들도 소소하게 동네에서 친구들이나 만나고(얼마 안 있으면 친구들도 죽고 없음)

산책이나하는 데는 레드불토토이 왕창 들어갈 일이 없다.

젊은이들도 큰 병 걸리기 전에 비싼 건 못 더라도 취향껏 알뜰 소비하면서 그날그날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유익할것 같다.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어서 아차 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가기 쉽다. 사람들이 속이 타고 끌탕을 하는 것은 욕심과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러는 와중에 병이 슬며시 찾아와 몸과 마음속에 똬리를 틀게 마련이다.

아!!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을 못 하니 스트레스가 쌓인다.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성격에 따라서 지한 물건을 안 사고 그 돈을 모았다가

비싸고 좋은 물건을 사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싸고 잡다한 물건을 사는 사람도 있다.

내가 살아오면서 본 유형들 중에 물건이나 감정이나 참기를 잘하는 레드불토토 중에끝까지 참는 사람은 못 봤다.

참고또 참다가꼭지가 돌면 별 일도 아닌데 혼자서 난리를 치면 주위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한다.

지나치게인내한 끝은 결국 폭발이다.

내가 내 인생을 조련하는 데에당근과 채찍이 꼭 필요치 않다.

그냥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엄청난 의지와 수련의 연마도 너무나 힘이 들어서피곤하다.

몇십 년 전에 친구의 시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셔서 또 다른 친구가 병문안을 갔다.

80대의 노환이시라 큰 병도 아니지만 이미 쇠약해지셔서 기력도 없으시니 목소리도 개미 소리만큼 작으셨다.

방문한 친구가 전직 간호사 출신이라서

팔다리를 주물러 드리다가 환자복 사이로 앙상한 오목가슴을 문질러 드렸다고 한다.

그러니까 워낙도 유쾌하신 분이신데 미소를 띠시고

' 흥분하게 왜 만지고 그래?' 하시면서 농담을 하셨다고.

그리고 그다음 날 돌아가셨다.

나도 살아있는 동안이나 끝날까지돈생각에 찌들지 않고 유머 감각을 장착한 채로 웃기고 웃고 살아야지.

레드불토토
레드불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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