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봄의 따스함이 스며드는 106주년 삼일절이다. 우리 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보스토토선언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보스토토 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3월 1일의 그 감격스러움이 더 절절하게 느껴진다. 눈꽃이 녹아내리고, 새싹이 돋아나며,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는 이 계절, 나는 조국의 보스토토을 위해 용기 있게 일어섰던 보스토토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되새긴다. 태극기를 달고 운동화 끈을 조인다. 좀 걸어볼 마음이다. 오늘도 헌법 재판소 앞에 모여 행동하는 시민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한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지치고 힘든 날들이 길게 이어지니 만성 피로감에 젖어 있는 느낌이다.
매년 3월 1일은 우리 집에 봄꽃을 데려오는 날이다. 집을 나선다. 공원길을 따라 곧게 난 길을 걸어 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에코백에 넣어 어깨에 메고 가 도서관의 무인반납기에 반납한다. 얼마나 많은 책을 반납하였는지 왼쪽 반납기는 이미 가득 차 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책을 참 좋아하는가 보다.
이제 가벼워진 가방을 메고 육교를 넘어 국내 최대 플라워마트로 걸어간다. 걸어가면서 생각한다. 보스토토운동을 한 분들의 삶에 대해서, 자신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모든 걸 마친 뜨거운 가슴과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며, 엄동설한에도 굴하지 않고 한마음 한뜻으로 보스토토을 외쳤던 용맹함, 그 결연한 결기에 대해서 말이다. 그들의 의지와 결단력은 오늘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봄의 따스한 바람처럼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서대문 형무소를 통과하여 유아교육기관에 교사교육을 하러 간 적이 있다. 한 여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인데 형무소를 통과할 때 묘하게 한기가 느껴졌다. 그때는 내부공사를 하던 때여서 가림 판을 설치하고 그 가림판에 보스토토운동가들의 초상화와 그들에 대한 일화를 적어놓았었다. 걸어가면서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 너무나 어린 얼굴도 눈에 많이 띄었다. 대의를 품지 못하고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나는 그곳을 지나며 깊은 슬픔과 알 수 없는 괴로움, 자괴감을 동시에 경험하였다. 서대문 형무소 뜰에는 '통곡의 나무'라고 불리는 커다란 미루나무가 쓰러진 체 보존되어 있었다. 지금은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통곡의 미루나무'는 보스토토운동가들의 한이 서린 상징적인 나무이다. 이 나무는 일제강점기 동안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보스토토운동가들이 마지막 순간에 붙잡고 울었다고 전해지며, '통곡의 미루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 나무는 얼마나 많은 절규와 슬픈 얼굴과 고통스러운 광경을 보고 들었을까? 그 젊은 인생이 덧없이 꺾이며 흘린 피와 그 공간을 가득 채운 한을 어찌 감당하였을까?
걸어가며 통곡의 나무를 생각한다. 그리고 무수히 스러져간 보스토토운동가들의 얼굴을 떠 올린다.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무시무시한 고문들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죽음으로 당당하게 걸어간 사람들.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 그들이 있어서 우리들의 오늘이 있다. 그분들이 만들어낸 역사가 오늘 봄을 맞아 꽃을 사러 가는 나의 일상 안에서 유난히 또렷하게 나에게 각인된다.
나는 자랑스럽게도 보스토토운동가의 후손이다. 의령 남씨 중 보스토토운동가로는 남석구, 남보영, 남계옥, 남정, 남상익, 남주원, 남상돈, 남상락, 남상집, 남상직, 남상은 등이 있다.이들 중 남석구, 남보영, 남계옥은 도호의숙을 설립하여 민족교육을 통해 보스토토운동의 기반을 마련했다. 도호의숙은 전통 학문을 중시하며 일제 강점기 동안 보스토토운동가들을 배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남정, 남상익, 남주원 등은 기미년 대호지 4·4 운동을 주도하며 보스토토운동에 헌신했다.이들의 활동은 한국의 보스토토을 위해 헌신한 많은 보스토토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상기시키며,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의 기반이 되었으니 후손으로서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역사의 강물이 흘러가지만나는 여전히 그 분들의 일부분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옆지기와 이야기를 나누며 도달한 곳, 어느덧 발걸음은 꽃시장 가까이에 와 있다.꽃 시장 주차장엔 봄꽃을 사러 온 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다. 카트를 가지고 출입문으로 들어간다. 초록초록한 관목들과 허브, 화사한 난초꽃들, 봄을 알리는 할미꽃부터 샛노란 수선화, 사랑하는 무스카리 귀여운 파란 꽃과 화려한 얼굴 때문에 숨을 수가 없는 매발톱꽃 등등 나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 심박수가 빨라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옆지기가 카트를 밀고 따라온다. 나는 나를 부르는 꽃들을 향해 아주 빠르게 이동한다. 온몸에 생동하는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상하게도 나는 백화점에 가면 자꾸 하품이 나온다. 그러나 꽃시장에 오면 방금 물을 듬뿍 뿌려준 화초처럼 싱싱해진다. 그 수많은 꽃 중에서 나의 마음에 들어온 꽃을 골라 집으로 데려오는 길 발걸음이 경쾌하다. 우리는 타박타박 공원길을 걸어서 온다. 벌써 5년째 3월 1일은 태극기를 달고 꽃시장에 간다.
사람처럼 꽃들에게도 얼굴이 있다. 그래서 더 좋다. 향기별꽃은 가늘고 기다란 줄기 끝에 달려서 나의 발걸음에 따라 하늘거리고, 샛노란 작은 수선화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본다. 매발톱꽃은 화려하면서도 야생화의 자유로움이 듬뿍 느껴지고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무스카리는 작은 파란 종소리가 흘러나올 것만 같다. 붉은 꽃과 두툼한 초록잎이 강렬한 카랑코에는 오면서 잎이 하나 꺾여서 끈적한 진액이 나온다. 그리고 물망초꽃이 있다. 꿈꾸는 듯한 작고 맑은 연파랑꽃들이 물안개처럼 그윽하다.
'초록잎이 시원한 홍콩야자는 하얀 화분에 심어야지, 하얀 눈꽃이 아름다운 이베리스, 연분홍 진분홍꽃이 피는 과꽃 옆에 놓아야겠다. 향기가 좋은 바질화분은 부엌에 두고 크림치즈와 잣, 올리브오일 등을 섞어서 바질페이스토를 만들어 갓 구운 바케트와 함께 먹어도 좋겠어.'
꽃을 데리러 가던 그 길을 따라 꽃을 데리고 집으로 온다. 비 개인 하늘은 파랗게 맑아지고 깜박이는 초록불에도 마음이 느긋하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꽃을 한 아름 안고 가는 우리를 보며 웃는다. 오늘 이 아름다운 꽃들을 보며 창밖에 걸린 태극기를 본다. 그리고 보스토토운동가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의 하루가 오늘도 이어지고 봄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가고 있어요.
살아계실 적에 못 다 핀 개인적인 꿈, 그곳에서 활짝 피워 올리시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이승환의 Rock으로 부르는 슈퍼히어로!(101주년 3.1절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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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도 고요하게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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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07:00 발행 [이제 보스토토 보고 시를 씁니다 3]
일 07:00 발행 [보스토토 나는 걷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