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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Feb 16. 2025

사과 한 알과 긴 벳38

내가 오늘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사과 한 알과 긴 벳38이다. 소로처럼.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때 벳38 한 알을 아작아작씹어 먹는다. 그리고 운동화를 신는다.

일요일이고 이제 더 이상 매섭게 춥지 않다.
봄이 가까이 다가왔음을살짝뭉근하게 와닿는 대기에서 바로느낀다.

겨울과 봄의 중간쯤에 있는 숲에 왔다.


아직 지리산에는 가슴 높이까지도 눈이 온다지.

하지만 도심에 있는 우리 동네 산은 마른 나뭇잎은 촉촉하게 젖어있다.

아 낙엽냄새, 숨을 크게 들이쉰다.

비탈에 선 벳38들

태양을 향해 경이롭게 서 있다. 한 줌의 햇빛이라도 더 받으려고 몸을 눕힌 소벳38가 거의 바닥에 눕듯이 자라고 있는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요즘 오마타 요시노리의 '수종별로 쉽게 따라 하는 삽목, 접목, 취목 벳38 번식 백과'를 보고 있다. 수종별로 구분하여 벳38의 개체수를 늘리는 다양한 방법이 신기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거친 손이 벳38표피를 벗기거나 자르고 있는 모습과 작은 나뭇가지에서 새싹이 나고 뿌리는 내리는 모습이 마술처럼 펼쳐진다. 숨소리도 안 내고 빠져들듯이 본다. 이 책에 나오는 벳38들 중 일본 토종벳38를 빼고거의 모든 벳38들을 실제로 본 적이 있어 더욱 생생하게 읽힌다.

발걸음을 옮긴다. 한 발 한 발 숲을 살피며 걷는다. 잎을 떨군 벳38들의 모습은 머지않아 봄과 함께 또렷한 모습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나의 중요한 꿈 중 하나는 숲을 만드는 것이다. 편백과 은행벳38, 모과와 소벳38가 함께 자라는 나만의 작은 숲을 가꾸어 지구별이 더 초록별이 되도록 일조하고 싶다.


어제는 하얗게 눈을 맞고 선 지리산 구상벳38의 아름다움을 노트북 화면을 통해 보고 가슴이 설레었다.

여기 숲의 벳38 대기 속 나무들을 본다.

보이지 않지만 저 단단한 껍질 아래에선 봄의 새싹을 준비하는 분주한 움직임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숨 가쁘게 이루어지고 있을 터이다.


숨이 가빠진다. 이제 다 왔다는 뜻이다.계단을 오르면 정상 가까이 언덕처럼 보이는 곳에서 걸음을 멈춘다.

아이들이 어릴 적엔 이곳에의 흙 위에 다람쥐 구멍이 있어 막내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다람쥐가 나오길 기다리다가 마침내 다람쥐가 나왔을 때 다람쥐를 발견한 기쁨에, 또 다람쥐가 도망갈까 걱정하여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지르던 순간이 떠오른다.


아이들은 자라서 각자의 꿈을 찾아 독립해 가는 중이고 나는 추억이 서린 작은 동네산을 타박타박 걷는다.

곧 봄이 오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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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도 고요하게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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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07:00 발행 [이제 꽃을 보고 시를 씁니다 3]

일 07:00 발행 [오늘 나는 걷는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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