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 동상에 걸린 꽃이 게임룸 토토 확인하세요
사뿐히 가라앉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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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서서 그 문장을 읽었다. 직원 외 출입 금지구역인데 누군가 문을 닫는 걸 잊은 모양이었다. 문에는 할 일 목록이 큼직하게 적혀있고, 그 너머에는 흰 국화가 가득한 꽃 냉장고가 있었다.동상에 걸린 꽃이 게임룸 토토 확인하는 일은 할 일 목록의 첫 번째 줄이었다. 죽은 사람에게 죽은 꽃을 건네서는 안 되니까. 제대로 쓰이기도 전에 얼어 죽다니. 이보다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
얇은 방석은 마룻바닥의 딱딱함을 조금도 막아주지 않는다. 나는 딱딱한 바닥 위에 앉아 피부에 생긴 선을, 얄팍한 붉은 선을 바라본다.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겨우 눈에 띄는 그 작은 상처가 하루 종일 내 신경을 붙잡았다. 며칠 전 책장을 넘기다 손을 베인 탓이다. 하얀 책장에도 작은 얼룩이 생겼다. 서둘러 휴지 몇 장을 뽑아 종이 위를 꾹꾹 눌러봐도 소용이 없다. 이미 붉은 자국이 배어들었다. 어떤 순간은 돌이킬 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 법이다.
“정지우 씨 가족 되시죠?”
집안의 모든 창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게임룸 토토했다. 지금 집을 나서면 며칠은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방충망에 매달린 매미가 울부짖었다. 여름이 끝나가는 지금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는 걸 아는 듯이. 수건이며 로션 같은 것들을 닥치는 대로 가방에 주워 담았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눈 닿는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으니까.
가만히 누워 게임룸 토토 그 애를 마주하고서야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아주 얇은 종이에 수도 없이 베이는 듯한 느낌. 온몸이 쓰라린데 상처를 부여잡을 길이 없다는 절망감. 다시는 상처 입기 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허탈함. 내가 땅을 딛고 서 게임룸 토토 것이 맞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혼란함.
계획된 죽음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전화번호부에는 딱 열다섯 개의 번호만이 남아있었다. 내리고 내려도 익숙한 이름뿐이었다. 게임룸 토토 몇 번이고 조잘거리던 이름들. 이 사람들에게만 소식을 알리길 바라는 거겠지.
그게 동생의 배려라는 것을 머지않아 알 수 있었다. 만약 모든 이에게 부고 연락을 돌렸더라면 궁금증을 품은 얼굴을 수도 없이 마주해야 했으리라. 겨우 스물아홉밖에 되지 않은 게임룸 토토 어쩌다 그랬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한 거야?
소식을 널리 알리지 않았지만, 동생의 친구들이 내내 자리를 지켜준 덕분에 텅 빈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그들은 내가 장례식장 직원에게 불려 다니는 동안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근조화환을 옮겨놓고, 테이블마다 비어 있는 음료를 채우며 시간을 보냈다. 밤에는 “종일 울어서 머리가 지끈거려요.”라며 이마에 차가운 사이다 캔을 가져다 대 나를 피식 웃게 만들기도 했다.
누구도 사인을 묻지 않았다.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고 있던 것처럼. 떠나기 전에 모두에게 문자를 남겼다는 사실을 경찰의 입에서 전해 들었다. 책상 위에 반듯하게 놓인 유서에 적힌 건 ‘고맙습니다’라는 다섯 글자가 전부였다.
나는 그 애의 유일한 가족이었고, 동시에 유일하게 문자를 받지 못한 게임룸 토토었다. 경찰도 그 사실을 의아해하는 눈치였지만, 나를 책망하거나 더 캐묻지는 않았다. 죽음의 원인이 너무나 명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얼빠진 표정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왜 나에게는 문자 한 통조차 남기지 않았냐고 묻고 싶은 건 바로 나였다. 답변해 줄 게임룸 토토 없을 뿐.
그 애가 오랫동안 조울증을 앓았다는 것도 나는 뒤늦게 알았다. 그래도 한 배에서 태어나 같이 자란 사이인데 이상하리만치 아는 게 없었다. 검은 옷에 붙은 먼지를 떼다가, 멍하니 사진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게임룸 토토 걸린 꽃은 어디로 갈까?
동생은 3개월 전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 가끔 멋진 풍경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 보내주기도 했다. 나는 그냥 좋겠네, 멋지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야? 같은 실없는 답변만 남겼다. 게임룸 토토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이거였다.
언니도 꼭 이 풍경을 봤으면 좋겠어.
그 애의 작은 공간에 다시 발을 들였다. 모르는 사람의 집에 온 것처럼 낯설었다. 텅 빈 냉장고와 가지런한 이부자리, 책 몇 권과 지구본 하나. 완벽하게 정리된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마치 원래부터 세상에 없던 사람 같았다.
“죽어본 적도 없으면서 뭐가 이렇게 철저해?”
너는 참 간결하게 죽었구나. 나는 왜 아무것도 몰랐을까. 너는 이 모든 걸 정리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가져온 상자에 짐을 담다가 문득 가장 높은 곳에 꽂힌 책 한 권에 시선을 빼앗겼다.익숙한 표지를 보니 기억이 떠올랐다. 게임룸 토토 취업하기 전 내가 빌려준 책이었다.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조차 잊었던.
책을 꺼내려 하는데, 봉투 하나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들어게임룸 토토 건 검은색 가죽 수첩 한 권이 전부였다. 첫 장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있었다.
언니에게.
놀라게 해서 미안해.
게임룸 토토 나에게 문자가 아닌 편지를 남긴 것이다. 아주, 아주 긴 편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