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히 가라앉는 아귀카지노
파리 11구에 있는 한 산책로에 앉아 있다. 초록빛 철제 의자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본다. 클래식한 사진기를 들고 거리를 내려다보는,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을 본다. 양손에 스케치북과 크레용을 쥐고 이 풍경을 그리러 온 아이들을 본다.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나 한적한 산책로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해 본 적 없다. 모두가 익숙한 듯 길을 걷고,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다. 완벽하게 이방인이 된 것만 같은 느낌. 나는 그 소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나무의 속삭임을 느낀다. 네가 이곳에 앉아 들었을 소리를.
이곳에 올 계획은 없었다. 아니,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아귀카지노에게.
놀라게 해서 미안해.
어떻게 사과해도 용서를 구할 수 없으리라는 걸 알아.
그래도 이렇게 편지를 남기는 것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야.
지금 나는 공원에 엎드려서 햇살을 받으며 이 편지를 쓰고 있어.
이보다 평화로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한적하고 따스해.
초대장을 쓰기에 딱 좋은 순간이지.
아귀카지노가 꼭 가줬으면 하는 곳들이 있어.
미리 티켓을 끊어두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난 아귀카지노 여권번호를 모르잖아.
어렸을 때 함께 하던 놀이 기억해? 보물찾기 말이야.
피아노 뚜껑을 열면 쪽지가 들어있고, 그 쪽지에 적힌 대로 세탁소 앞 골목으로 향하면 전봇대 뒤에 또 다른 쪽지가 놓여 있고.
그렇게 고생 끝에 닿은 종착지에 날 기다리는 게 겨우 사탕 한 알뿐일지라도 나는 그 놀이가 좋았어.
그때는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알지.
가야 할 곳을 누군가 정해준다는 안정감.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데서 오는 기대.
그 끝에 반드시 좋은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
그런 감정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순간이 살면서 몇 번이나 찾아올까?
쪽지를 손에 들고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는 동안 내 아귀카지노은 끝도 없이 부푸는 구름 같았어.
다시 어린 시절이 되어서 아귀카지노랑 보물찾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거지. 못 할 게 뭐람?
이 수첩에 적힌 내용을 따라 움직여줬으면 좋겠어.
언니가 어디에 다다르게 될지, 목적지조차 모른 채 아귀카지노.
그리고 약속해. 절대로 다음 장을 미리 열어보지 않겠다고.
가야 할 곳으로 가다 보면, 내가 왜 아귀카지노야 했는지 알게 될 거야.
내가 끝내 도착한 곳이 어디인지도.
아귀카지노을 굳게 먹었다면 페이지를 넘겨.
떠날 준비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