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토토을 찍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한 것이었지요.
오늘의 시간은 미슐랭토토에 좀 더 다가가볼 수 있는 이야기를 가져와봤어요.
몇 번 말했듯이 미슐랭토토의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많이 찍고,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지요. 그렇다면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많이 생각해 본다는 것은 단순히 머릿속에서 고민하는 게 아니라, '미슐랭토토을 왜 찍는가', '무엇을 담고 싶은가',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가'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미슐랭토토은 단순한 기록의 역할도 있지만 결국에는 미슐랭토토가의 철학과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미슐랭토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업으로 살아가지도 않은 제가 어떻게 이런 관점을 가지고 미슐랭토토을 찍어나갈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저에게 그동안 많은 영감을 준 작가님이 계시기 때문이에요. 바로 '김주원' 작가님인데요. 저는 미슐랭토토 초기에 이 작가님의 책을 보고 미슐랭토토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거든요. 기계적인 조작과 기술적인 지식은 바바라 런던의 미슐랭토토학강의로 공부를 했다면, 본질적인 미슐랭토토은 무엇인가에 대한건 김주원 작가님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지요.
미슐랭토토의 기법이나 특별한 주제가 아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철학을 잘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러한 가르침을 기반으로 해서 여러 가지 것들을 하나씩 익혀나갔지요.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이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것. 왜 찍고 무엇을 담고 싶지,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끊임없는 고민.
특히, 김주원 작가님은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미슐랭토토을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을 담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내가 무엇을 느꼈는가?'를 먼저 고민한 후 촬영해야 한다는 것. 또 미슐랭토토뿐만 아니라 글을 쓸 때도, 단순한 묘사가 아닌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이죠. 결국 미슐랭토토을 찍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한 것이었어요.
오늘은 몇 가지 미슐랭토토들을 통해서 제가 어떠한 것들을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요.
작년 5월쯤에 서울숲에 가서 찍었던 미슐랭토토이에요. 먼저 한 장의 미슐랭토토을 봐볼까요.
이 미슐랭토토을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저는 처음에 이 장면을 보았을 때 먼저는 이 전의 상황부터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아이가 혼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아이를 주시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참에 한 여성분께서 밝은 미소를 보이며 아이에게 다가갔고, 그때부터 저는 카메라를 들어서 준비하고 있었죠. 그 여성분은 아이에게 다가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아이는 엄마가 저쪽에 있다는 식의 손짓을 하고 여성분은 잠시 후에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확인을 하게 되지요.
제가 이런 부연설명들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미슐랭토토에서 어떤 감정을 받게 되었을까요. 그저 평화로운 풍경이라든지, 또는 누나와 동생이 즐거운 대화를 하고 있구나 정도의 장면으로만 인식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저는 이 미슐랭토토을 찍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을 기억했지요. 이 평화로운 서울숲 한가운데에 아이가 앉아있고 주변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면서도 곁눈질로 아이를 걱정하며 바라보는 모습들, 그리고 그 가운데 여성분이 나서서 아이에게 다가가 대화를 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그 마음까지도 모두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 한 장의 미슐랭토토으로는 그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없었어요. 아마도 제 미슐랭토토실력이 한 장의 미슐랭토토으로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미슐랭토토은 꼭 한 장으로만 이야기를 표현할 필요는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다렸어요. 그다음의 이야기가 펼쳐지기를.
여성분이 떠나가고 나서, 아이는 의연한 표정을 지으며 멀리 바라보고 있었지만 내심 불안한 기색을 보였어요. 멀리에서 계속 아이를 주시하던 여성분은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아이를 바라보기 시작했지요. 이 순간 화면 구석에서 다른 아이가 튀어나와 제 미슐랭토토에 들어왔지요. 김주원 작가님은 미슐랭토토은 뺄셈의 미학이라고 말했거든요. 많이 넣는 게 아니라 필요 없는 부분들을 얼마나 잘 빼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그렇기에 저는 이 불안한 아이의 마음과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새로 등장한 아이의 모습을 화면 가장자리에 걸치게 구성하였지요. 그래서 화면에 있는 사람들이 동일한 방향을 보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화면을 구성한 거예요.
그러고 나서 더 기다렸어요. 미슐랭토토이란 결국 기다림과 타이밍의 미학이거든요.
보통 미슐랭토토은 초점이 '쨍'하니 잘 맞은 미슐랭토토들을 잘 나왔다고 표현하지요. 그렇지만 가끔은 이렇게 어떠한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초점이 나간 미슐랭토토도 좋은 미슐랭토토이 될 수 있답니다. 결국에는 기법보다는 어떤 주제를 담아 표현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지요.
제 예상대로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멀리서 달려오는 게 보였어요. 참 감사하게도 저를 앞질러서 카메라 시야 안으로 뛰어들어갔지요. 만약에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달려왔다면 또 다른 느낌의 미슐랭토토이 되었겠지만 저를 앞질러서 왔기에 어머니의 표정을 우린 볼 수 없어 상상을 할 뿐이지요. 다만 휘날리는 치마와 아이의 들뜬 표정들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을 뿐이지요.
멀리서 아이를 바라보던 여성분은 그제야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있었고 저는 그 모든 장면이 연결된 순간에 미슐랭토토을 찍을 수 있었어요. 미슐랭토토이란 정말 타이밍이 중요하죠?
그리고 마지막 미슐랭토토.
아이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은 이제 저마다의 휴식을 취하고 아이와 어머니는 이 미슐랭토토의 온전한 주인공이 되었지요. 햇살도 아이를 따사롭게 비추이고 표정도 참 좋았지요.
이 미슐랭토토들을 한 장 한 장 따로 구분되어 본다면 각 미슐랭토토이 다른 의미의 미슐랭토토이 될 수도 있었지요. 그렇지만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로 미슐랭토토을 늘어놓는다면 이런 부연 설명이 없어도 주제를 전달할 수 있게 되겠지요.
이렇게 이어놓고 보니 제가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떠한 주제를 담으려고 했는지 느껴지시나요? 꼭 한장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할 필요 없이, 이렇게 이어지는 방식으로라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전달하는 연습을 하면서 점차적으로 표현의 넓이와 깊이를 키워가는거지요!
미슐랭토토이라는 것, 생각을 하고 찍는다는 것은 이러한 과정인 것이죠.
내가 왜 미슐랭토토을 왜 찍고 무엇을 담을지, 어떤 감정을 표현할지를 찍기 전부터 찍는 동안, 그리고 찍고 나서도 계속 고민하고 생각한다는 것. 이러한 과정이 매 셔터를 누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미슐랭토토을 찍고 있을 것이라고 저는 장담해요.
글쓰기 실력을 기르는 방법 중에 가장 기본은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표현이 있었지요. 저는 고등학교 때 이런 표현을 들었던 것 같은데 글의 서두에 미슐랭토토은 결국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한 거였다는 저의 고백 기억나시나요? 많이 찍고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해 보기. 그게 바로 미슐랭토토의 실력을 기르는 기본 중에 기본이었던 것이에요.
어떤가요, 24화의 연재된 글들을 통해서 이러한 저의 철학과 방식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전달이 되었을까요. 앞으로도 저는 끊임없이 이러한 내용을 고민하며 미슐랭토토을 찍고, 이것을 여러분에게 전달하기 위해 글을 적어나갈 거거든요. 언젠가 시간이 흘러 이러한 미슐랭토토과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기대해 봐도 될까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통해서 미슐랭토토에 대한 접근과 생각할 거리를 이야기 나눠보았어요. 제 방식이 정답은 아닐 수 있어요.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막막한 굴에서 나올 수 있는 작은 빛줄기가 될 수도 있겠지요.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오늘의 도보방랑기록을 마칩니다.
참, 이 미슐랭토토들을 보고도 방금 시간에 다뤘던 주제와 이야기에 대해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제가 어떤 마음을 전하고자 이 미슐랭토토을 찍었을지. 여러분의 상상을 자극해볼까 봐요!
김주원작가님 유튜브
이 유튜브에서는 작가님의 다양한 미슐랭토토에 관한 정보와 강의등을 볼 수 있어요.
미슐랭토토 한 장의 비밀: 구성, 색온도, 그리고 후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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