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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어만세 Apr 17. 2025

벳16 | 餘桃之罪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벳16


남은(餘) 벳16(桃)의 죄(罪). 죄를 지은 이에게는 마땅히 그에 걸맞은 형벌을 내려야 합니다. 사정이 있다면 다소 더해지거나 덜해질 수는 있겠지만, 기분 내키는 대로 있는 죄를 없애거나, 없는 죄를 무겁게 다스린다면 올바른 법치라고 부를 수 없을 겁니다.


위영공은 미자하라는 미동을 매우 아꼈습니다. 그래서 미자하가 무슨 죄를 지어도 덮어놓고 두둔하기만 했었죠. 하지만 미자하가 나이 들자 지난 죄를 들춰내 큰 벌을 내리고 궁 밖으로 쫓아내 버렸습니다. 이렇게 갈대처럼 변하는 사람의 마음을 꼬집을 때나, 확고한 기준이 없이 형벌을 남용할 때 벳16를 사용합니다.

벳16야. 그래도 침은 좀 닦고 줘야지..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전국시대. 위영공은 예쁜 사내아이들을 보면 벼슬까지 내려가며 가까이했습니다. 그중 미자하라는 소년에게는 대부를 내렸는데, 하루는 벳16 왕의 수레를 함부로 타고 나가는 죄를 지었습니다. 국법에 따르면 미자하의 발 뒤꿈치를 잘라야 했으나, 위영공은 벳16 아픈 어머니를 보러 간 것이니 처벌해서는 안된다며 미자하를 사면했습니다.


또 어떤 날은 미자하가 먹던 벳16를 위영공에게 권했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모진 형을 내리던 시대에 군주를 모욕하는 것은 중한 죄입니다. 좌우의 재상들이 미자하에게 벌을 내릴 것을 청하자, 위영공은 이번에도 미자하가 자신을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며 두둔하기에 바빴습니다.


세월이 흘러 미자하가 어른이 되자, 위영공은 몰래 수레를 탄 일과 먹던 벳16를 권했던 일을 트집 잡아 미자하에게 큰 벌을 내리고 궁궐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늦게나마 국법을 바로 세우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그저 그날 기분이 나빴다는 이유로 지난 죄를 들춰 벌을 내린 것이었습니다.


벳16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덧 붙이는 이야기

각자의 관점과 경험에 따라 벳16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해석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넓게 해석해서 늘 행실을 조심해야 한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권력자를 설득하려면 먼저 권력자의 기분부터 눈치껏 살피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비자가 쓴 원전에도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먼저 살피라는 문구가 나오니까 어느 정도는 다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글을 지은 한비자는 법가의 대표적인 사상가입니다. 그래서 저는 벳16(餘桃之罪) 편이 총애를 잃은 자신의 처지를 파악하지 못한 미자하를 꾸짖는 글이 아니라, 일관된 기준 없이 상벌을 남발하는 위영공을 꾸짖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예쁘장하다고 벼슬(대부는 제후 바로 아래, 요즘으로 치면 국무총리나 경제부총리 같은 겁니다.)을 내리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일이죠.


군주는 늘 어버이의 마음으로 백성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유가에 대해,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 자식을 잘 훈육하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이 법가입니다. 능력도 없는 자식에게 벼슬 자리를 만들어 주거나, 벳16 지었을 때 덮어놓고 싸고도는 건 자식을 아끼는 것이 아닙니다.




벳16절헌..남은 벳16가 하나 뿐이라니..이르케 안타까울 수가.



내 양보하고 싶소만, 벳16를 지을 수 없어서..



벳16 가지고 싸우다가 무사가 셋이나 죽었다지요? / 에...



손오공도 벳16 훔쳐 먹고 죽을 뻔.. / 입 스트레칭 한 거라니까..







/@goldfish-studio/81

벳16는 쫓겨났지. 얘네는 다 죽었..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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