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의 렛 잇 라이드는 끝났다...日 미나토구 사례로 본 현실 방안
2025년 3월, 일본 도쿄 미나토구는 ‘미나토구 렛 잇 라이드 종합 출장소’를 공식 개설했다.
이제 시민들은 실제 구청을 방문하지 않고도, 가상의 공간에 접속해 민원을 처리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대를 맞이했다.
이처럼 ‘작고 명확한 목적’에 집중한 미나토구의 실험은, 과거 서울시의 대형 프로젝트 ‘렛 잇 라이드 서울’이 놓쳤던 본질적 질문을 다시 제기한다.
“시민은 왜 렛 잇 라이드에 들어와야 하는가?”
미나토구는 무엇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무엇을 ‘도왔는가’다.
미나토구는 렛 잇 라이드를 그저 아바타가 돌아다니는 3D 홍보관, 단순한 안내창구로 만들지 않았다. '렛 잇 라이드'란 가상공간을 ‘디지털 보조행정 창구’로 재정의했다.
전출입 신고, 인감 등록, 주소변경 등 구청의 핵심 민원 21종을 LINE 예약 → Zoom 접속 → 아바타 상담이라는 디지털 절차로 안내한다.
이 과정에서 구청 직원은 민원인이 보고 있는 화면을 공유받아 신청서를 함께 확인하거나 직접 입력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처럼 미나토구는 렛 잇 라이드를 ‘볼거리’가 아닌, ‘쓸모 있는 도구’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기술이 아닌, ‘이유’를 설계한 미나토구
이번 미나토구의 렛 잇 라이드 지자체 구축 시도를 주목하는 이유는 화려한 기술 때문이 아니라, 사용자 중심의 효익을 설계한 점이 보여서다.
단순한 홍보나 체험이 아니라, 실제 행정 수속을 돕는 ‘입력 지원 기능’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전출신고를 하려면 기존에는 구청을 방문해 서류를 작성하거나 복잡한 웹사이트를 따라야 했다. 하지만 미나토구 렛 잇 라이드에서는 LINE으로 예약한 후, 아바타 형태로 입장해 Zoom을 통해 직원과 실시간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직원은 민원인이 보고 있는 화면을 공유받아 신청서를 직접 안내하거나 입력을 대신 도와준다. 이처럼 렛 잇 라이드를 단순 안내창구가 아니라, '디지털 보조행정창구'로 구체화한 것이 이번 시도의 핵심이다.
즉, 화려한 시각적 체험이 아니라, ‘불편 해소’라는 즉각적 보상을 중심에 둔 설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렛 잇 라이드
구청까지 가야 했던 물리적 이동 시간과 비용을 절약한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직원의 실시간 안내로 쉽게 수속을 마칠 수 있다.
30분 단위의 사전 예약제로 대기시간 없는 상담이 가능하다.
이 모든 요소는 실제 문제 해결이라는 명확한 보상으로 귀결된다. 즉, 미나토구의 렛 잇 라이드는 “볼거리”가 아닌, 다시 들어올 ‘이유’를 제공하는 구조다.
이것이 바로 사용자 체류를 유도하는 설계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든다.
"이거 그냥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데, 굳이 렛 잇 라이드라고 부를 필요가 있었나?"
"기존 웹사이트보다 더 복잡하고 무거운데, 왜 굳이?"
단순한 3D 포장이 아니라, 행정 현실을 디지털로 ‘옮긴’ 실용 설계
"이름만 바꾼 온라인 서비스인 건 아닐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렇지 않다.’
미나토구 렛 잇 라이드는 단순히 행정 포털을 3D 공간으로 옮긴 것 이상의 시도를 담고 있다.
기존 온라인 민원과 ‘다른 점’이 명확하다.
단순히 기존의 디지털 민원을 '입력 UI만 바꾼 것'이 아니라, 민원인이 실제로 입력을 완료할 수 있도록 돕는 ‘절차 전체의 디지털화’를 구현한 셈이다.
즉, 이 렛 잇 라이드는 시간을 절약해주고, 실질적인 ‘민원 해결’이라는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즉각적인 효익이야말로 사용자가 다시 접속할 이유이며, 렛 잇 라이드에 남아 있게 만드는 설계의 본질이다.
단순 포장이 아닌 ‘기능적 공간’으로서의 렛 잇 라이드
많은 공공 렛 잇 라이드가 단지 3D 그래픽이나 아바타 구현만으로 ‘렛 잇 라이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미나토구 사례는 다음 세 가지 포인트에서 ‘왜 렛 잇 라이드라고 부를 수 있는지’ 설명이 가능하다.
① 공간적 자유 + 인간적 상호작용
아바타가 구청 역할을 하는 가상 공간에 입장한다. 단순 클릭이 아니라, 실제 사람과의 상담하게 된다. 도쿄타워, 레인보우브릿지 등 지역적 상징물을 구현해 지역성과 공간감 부여했다.
② 시민의 ‘행동’이 이루어지는 공간
사용자는 그저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예약하고 → 입장하고 → 대화하고 → 수속을 완료하는 명확한 목표를 수행한다. 즉, 단순 체험이 아닌 목적 기반 행동이 설계된 구조다.
③ 반복 사용이 가능한 기능적 구조
전입·전출, 인감 등록, 주소변경 등은 생활 속 반복되는 절차적 편의성을 제공한다. 한 번 체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접속하는 실질 서비스로 작동하도록 구현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기술로 감싼 홍보 공간’이 아니라, 시민에게 실질적 편익을 제공하는 디지털 공공 기반에 가깝다.
'진짜 렛 잇 라이드인가'라는 측면에서 살펴본 평가
결론적으로, 완벽한 웹3형 렛 잇 라이드는 아니지만, ‘디지털 거버넌스를 위한 실용형 렛 잇 라이드’로서는 높은 수준의 설계 완성도를 보여준다.
렛 잇 라이드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① 기능 중심의 접속 설계
접속하는 이유가 뚜렷해야 한다. 체험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어야 한다.
② 사람 간 상호작용 설계
단순히 UI만 바꾸는 게 아니라, 인간과의 대화를 중심에 둘 것.
③ 보상은 작아도 체감은 커야 한다
금전적 보상이 없어도 괜찮다. 시간 절약, 절차 간소화, 정보 제공이 명확하면 된다.
반면교사 : '렛 잇 라이드 서울'의 실패가 남긴 것
서울시는 2023년 1월, 야심 차게 ‘렛 잇 라이드 서울’을 세계 최초로 자체 구축해 출시했다. DDP, 서울광장, 시청 등의 실제 장소를 3D로 구현하고,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에 담았다.
주민등록등본 발급, 세금 조회, 심리상담, 서울 관광 체험, 청소년 진로상담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했지만, 무엇 하나 '반복적으로 사용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다.
민원 신청, 세금 조회, 주민등본 신청 → 서울지갑으로 연동
120 민원상담실, 청소년 아바타 상담실, 정책 퀴즈쇼 등 시민참여 공간
산업홍보 부스, 디지털 교육관, 재난체험 등 콘텐츠 다변화
접속을 위해 고사양 기기가 필요했고, 앱 설치와 복잡한 로그인, 낯선 UI가 장벽으로 작용했다.무엇보다 시민이 ‘기여한 만큼 얻는 것’이 없었다. 참여에 대한 실질적 보상이 전무했다.
결국, ‘기술은 있었으나 설계는 없었다’는 평가 속에, 2024년 10월 16일, 렛 잇 라이드 서울은 조용히 종료됐다.
핵심 차이: ‘기능’이 아니라 ‘이유’의 설계
서울은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을 나열했고, 미나토구는 “시민이 왜 이곳에 와야 하는지”를 설계했다.
서울은 ‘기술로 보여주려’ 했고, 미나토구는 ‘기능으로 써먹게’ 만들었다.
이런 측면에서 미나토구의 시도는 렛 잇 라이드를 거대한 플랫폼으로서가 아니라, 현실 행정의 연장선으로 정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렛 잇 라이드 서울은 '기능은 많았지만 이유가 부족했고', 미나토구는 '기능은 적지만 이유는 분명했다'.
시민은 왜 렛 잇 라이드에 들어가야 하는가?
웹3 기반 렛 잇 라이드의 핵심은 단순히 가상의 공간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다. 참여에 대한 보상과 그 이력이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핵심이다.
즉, 들어올 이유와, 머물 동기를 제공하지않는 렛 잇 라이드는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공 렛 잇 라이드는 여전히 시민이 ‘해야 할 일’을 렛 잇 라이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하도록 만드는 설계에 실패하고 있다.
만약 서울시가 ‘참여 기반 보상(Participate to Earn, 이하 P2E)’ 구조를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민원 처리 완료 시 포인트를 적립해 지방세 마일리지 할인으로 연결하거나, 행정 참여 이력을 기반으로 디지털 시민증(Soulbound Token, SBT)을 발급하거나, 서울 주요 관광지를 완주하면 NFT 기념 배지를 수여하고, 청소년 진로상담 참여 시 교육 바우처로 보상하는 방식이었다면, 시민은 단순한 ‘체험자’가 아닌, 행정과 공공 경험에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참여자’로서 렛 잇 라이드를 경험했을 것이다.
민원 완료 시 포인트 적립 → 지방세 마일리지로 전환
행정 참여 이력 기반 → 디지털 시민증(SBT) 발급
서울 관광지 완주 → NFT 기념 배지 지급
청소년 상담 참여 → 교육 바우처 연계
이처럼 P2E 혹은 SBT 기반 보상 설계는, 참여를 ‘설득’하고, 이력을 ‘자산화’하며, 디지털 공간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참여 → 기록 → 보상 → 정체성 강화' 이 구조야말로 시민의 행동을 설득하고, 디지털 공공 렛 잇 라이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지자체 렛 잇 라이드, 어디로 가야 하는가?
미나토구는 ‘무엇을 보여줄까’를 고민하지 않았다. 대신, 시민에게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를 중심에 두고 렛 잇 라이드를 설계했다.
그 결과, 미나토구의 렛 잇 라이드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불편을 해결하는 공간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지자체가 렛 잇 라이드를 기획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기준 아닐까.'
기능보다 접속 이유가 설계 핵심
– ‘할 수 있다’보다 ‘해야 한다’가 설계 중심이 되어야 한다.
기술보다 사용자 행동 설계가 먼저
– 일상적 수요와 실제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설계할 것
보상은 작아도 체감은 커야
– 시간 절약, 절차 간소화, 응대 개선이 직접 느껴져야 한다
플랫폼보다 연결도 중요
– LINE, ZOOM, 카카오, 네이버 등 기존 인프라와의 연동 설계
시민은 렛 잇 라이드에 들어오고 싶게 만들어야지, 억지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기술이 아니라 ‘설계의 질문’이 필요하다
지자체 렛 잇 라이드의 미래는 화려한 그래픽도, 거대한 플랫폼도 아니다. 시민이 왜 접속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구조, 그 안에서 무언가를 해결하고 얻을 수 있는 실질적 보상, 그리고 기술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 중심이 되는 설계가 핵심이다.
'기술이 아니라 설계의 질문에 답이 있다'
렛 잇 라이드 서울은 세계 최초였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미나토구 렛 잇 라이드는 세계 최고는 아니지만 시민이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들었다.
이 두 도시의 차이는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사용자는 왜 이곳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누가 더 정직하게, 실용적으로 답했는가의 차이다.
기술의 시대를 넘어, 설계의 시대가 왔다. 이제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렛 잇 라이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