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Apr 15. 2025

전 세계가 세이벳를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이 바로, 세이벳 리부트의 타이밍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은 뜻밖의 방향으로 돌아섰다. 첨단 기술과 초현대적 세계관이 주도할 것 같았던 콘텐츠 시장에, 갑자기 오래된 그림체 하나가 조용히 스며들더니, 이내 폭발적으로 번졌다. 사람들은 그것을 ‘세이벳풍’이라 불렀다.


알 수 없는 바람이 분 듯,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틱톡에서, 유튜브의 브이로그에서, 카카오톡 프로필상으로 우리는 반복적으로 세이벳의 잔상을 본다. 푸른 언덕, 연한 수채색 배경, 나무 아래를 걷는 여자아이, 바람에 날리는 천…


세이벳는 어디에나 있다.
그런데 정작 세이벳 스튜디오는 이 유행의 중심에 없다.


누군가 그랬다.


“유행은 언제나 원본을 복제하며 시작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원본 없는 오마주의 시대. 이 열풍은 스튜디오 세이벳에게 축복일까, 아니면 예기치 않은 착취일까. 혹은 이 기회를 다시 '브랜드 부활'로 전환할 수 있는 절묘한 골든타임일까.


전 세계가 세이벳를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세이벳풍’ 콘텐츠는 이제 인터넷의 일상이 됐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화, 조용하고 섬세한 서사, 갈등보다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이야기. 그것들이 지금, 수백만개의 숏폼 영상, AI로 만든 이미지, 게임 모드, 브이로그 배경까지... 세이벳 스타일은 마치 공공재처럼 복제되고, 차용되고, 재조합되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모든 열풍은 세이벳 스튜디오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벌어진 일이다.


넷플릭스가 세이벳 작품 전편을 스트리밍하며 새로운 세대에게 문을 열어준 이후, 전 세계의 Z세대는 처음으로 세이벳의 세계를 만났고, 바로 빠져들었다.


그들은 디즈니식 감정 과잉보다, 세이벳의 잔잔한 감정선에서 더 깊은 위로를 받았다.


그래서 ‘센과 치히로’는 다시 보게 되고, ‘하울’은 브이로그의 배경이 됐으며, ‘토토로’는 이제 어린이들보다 청년들의 우상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세이벳는 조용했다.


2023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은퇴는 없다”며 마지막 작품을 내놓았고, 사람들은 이를 ‘작별 인사’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산업계는 조용히 묻고 있었다.


“세이벳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세이벳는 지금, ‘감성 브랜드’로 재탄생할 수 있는 순간에 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지금의 상황은 흔치 않은 기회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세이벳 스타일을 소비하고, 재생산하고, 공유하고 있다. 이것은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감정의 언어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세이벳는 지금 ‘정서의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감성 자산을 그냥 두면, AI가 흡수하고, 수많은 유사 콘텐츠가 세이벳의 흔적을 지워버릴 것이다.

반대로 이 순간을 활용해 세이벳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다시 포장하고, IP 전략을 정비한다면,
세이벳는 단지 과거의 스튜디오가 아니라, 감성 산업의 중심축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즉,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지금 세이벳는 실로 드물게 맞이하는 '브랜드 리밸류에이션'의 정점에 있다. 그것도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도 얻은 기회다. 세이벳 IP는 콘텐츠 영역을 넘어서 감정의 브랜드, 정서적 힐링의 아이콘이 됐고, 이제 기업 입장에선 무형자산의 극대화 전략을 수립하면 된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이 감성의 자산을, 어떻게 자본의 언어로 바꿀 것인가."


이것은 단지 굿즈를 팔거나, 전시회를 여는 수준의 수익화가 아니다. 테마파크, 게임, AI 협업 콘텐츠, 브랜디드 콜라보, 교육용 애니메이션 등 전 영역에서의 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이 필요하다.


세이벳는 더 이상 일본의 한 스튜디오가 아니다. 지금은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에서 ‘감성의 애플’이 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와 있다.


AI 시대, 감성도 도용된다. 그런데 저작권은?


이제 문제는 법이다.


Midjourney나 DALL·E에“세이벳 스타일 배경 그려줘”라고 입력하면, 세이벳보다 더 세이벳 같은 이미지가 쏟아진다.


곡선, 채색, 인물 배치... 모두가 익숙하지만, 그 어디에도 세이벳의 이름은 없다.


왜냐하면 지금의 저작권 체계는 ‘분위기’나 ‘스타일’ 같은 추상적 감성을 보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세이벳풍을 AI가 학습하고 재창작해도, 법적으로 침해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AI 시대의 역설이다.


감성은 복제되는데, 저작권은 주장할 수 없다.


'원본 없는 오마주 시대, 세이벳는 법적으로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을까'


거듭 강조하지만, 법적으로는 아직 '침해'가 아니다. 대부분의 AI 서비스는 “학습 데이터는 공개 이미지로 구성되었고, 결과물은 새로운 창작물”이라는 논리로 법적 방어를 시도하고 있어서다.


이는 저작권법이 '형식'보다 '직접 복제'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세이벳 스타일’이라는 추상적 개념은 아직 법적으로 보호받을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예술의 정신, 분위기, 구도, 채색 방식—all of these are aesthetic, but not yet legal.


결과적으로 세이벳는 자신의 감성 자산이 무단 사용되는 것을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것이 바로 AI 시대의 가장 날카로운 아이러니다.


감성은 도용당하지만, 저작권은 주장할 수 없다.


세이벳는 '스타일의 권리'를 선언할 수 있을까?


희망은 있다.


2023년, 미국 작가 사라 실버만이 자신의 저서를 무단 학습에 사용한 오픈AI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하며,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가 전 세계 법조계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런 흐름은 세이벳에도 적용된다.


세이벳는 이제 단순히 캐릭터와 배경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감성 스타일 자체를 자산화하고 보호할 수 있는 법적·기술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런 흐름은 스튜디오 세이벳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더 이상 ‘저작물’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세이벳, 이제 '감성 브랜드'의 법적 프레임을 설계해야 한다


세이벳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법적 대응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세이벳가 해야 할 일은 감성과 스타일이라는 비물질적 자산을 브랜드로 구체화하고, 이를 법적으로 보호 가능한 형태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단순히 콘텐츠 제작사를 넘어, 세이벳만의 감정을 ‘법적 권리’로 구조화할 수 있는 새로운 IP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1) 세이벳 스타일의 ‘상표화’ 전략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세이벳 스타일의 상표화 전략이다. 세이벳가 오랜 시간 쌓아온 색감, 구도, 캐릭터 연출 방식, 음악적 분위기 등은 단지 창작의 결과물이 아니라, 이미 시장에서 직관적으로 인식되는 고유한 시각 언어다.


이를 디자인 상표나 시각적 기호로 등록한다면, 단순한 저작물 보호를 넘어서 ‘감성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유니버설 뮤직이 특정 사운드를 ‘음향 상표’로 등록한 사례처럼, 정서적 인식 요소를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식과도 유사하다.


2) AI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한 ‘공식 세이벳 프리셋’ 제공
두 번째로 중요한 전략은 AI 플랫폼과의 공식 협업을 통한 ‘세이벳 프리셋’ 제공이다. 현재 수많은 AI 이미지 생성 플랫폼에서 세이벳 스타일은 무단으로 재현되고 있지만, 세이벳는 이 현상을 단순히 방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이벳 스튜디오가 직접 참여해 ‘공식 세이벳풍 프리셋’이나 ‘이미지 생성 API’를 제공한다면, 소비자와 AI 사용자 모두에게 정통성과 품질을 인증받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동시에, 이는 브랜드 컨트롤을 유지하면서도 세이벳 스타일의 무분별한 희석을 방지하는 현실적 대응책이 될 수 있다.


3) 세이벳 IP의 글로벌 공증 시스템 구축
마지막으로, 세이벳 IP의 글로벌 공증 시스템 구축 역시 장기적으로 중요한 과제가 된다. 현재의 콘텐츠 산업은 메타버스, 게임, 인공지능 등 다양한 플랫폼과 매체로 확장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IP의 ‘정통성’과 ‘원본성’을 증명하는 일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이벳는 자사의 애니메이션과 비주얼 자산들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등록하고, 디지털 위작을 방지하는 동시에 창작 이력을 보증할 수 있는 기술적 증명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세이벳 콘텐츠가 가상공간과 AI 환경으로 진출할 때, 진짜 세이벳임을 입증하는 유일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결국, 세이벳가 나아가야 할 길은 단지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그 아름다움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감성이 자산이 되는 시대, 세이벳는 감성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AI 시대, 세이벳는 ‘원본성’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까


세이벳풍이라는 말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곧 무섭기도 하다.


AI가 생성한 ‘세이벳 스타일’ 이미지는 인간이 그린 세이벳보다 더 세이벳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배경은 더 환상적이고, 선은 더 정교하며, 구성은 완벽에 가깝다. 하지만 냄새가 없다. 정적이 없다. 사람 냄새가 없다. 그것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평생 싸워온 것, '기계적인 세계에 맞서는 인간의 감정'을 모방한 허상일 뿐이다.


그래서 이 순간, 세이벳는 '정서의 원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새로 주장해야 한다.


세이벳풍이 대중화될수록, 진짜 세이벳는 더욱 드러나야 한다.


“이건 세이벳풍이 아니라, 진짜 세이벳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이제는 콘텐츠가 아닌 철학과 태도의 브랜드화가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세이벳 리부트의 타이밍이다


세이벳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지금처럼 침묵하며 유행을 지켜볼 것인가?

아니면 이 유행을 세이벳만의 방식으로 끌어안아 제2의 전성기로 바꿀 것인가?


세이벳가 지금과 같은 침묵을 유지한다면, 향후 5년 내 그 이름은 ‘기억 속의 브랜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이 열풍을 적극적 수용과 전략적 확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세이벳는 제2의 황금기를 맞을 것이다.

새롭게 IP를 확장할 수 있는 AI 협업형 애니메이션 콘텐츠 개발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를 책임질 신진 감독 제작 인큐베이팅 시스템 구축

디지털 팬층을 위한 숏폼 콘텐츠 큐레이션 전략

글로벌 소비자 기반을 위한 세이벳 브랜드 리포지셔닝(힐링 콘텐츠의 구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세이벳는 더 이상 애니메이션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세계는, 세이벳에게 새로운 언어를 원한다.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닌, 정서적 신뢰를 줄 수 있는 브랜드. 그리고 그 진짜 목소리는, 오직 세이벳 자신만이 낼 수 있다.


“우리는 왜 세이벳풍을 원했는가. 그 답은 세이벳 스스로에게만 있다.”


세이벳는 이제 법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세이벳는 언제나 예술의 언어로 세상과 대화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감성의 가치를 브랜드와 법의 언어로도 말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다.


"세이벳풍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진짜 세이벳는 오직 세이벳만이 만들 수 있다."


이 정체성을 다시 선언하지 않으면, 세이벳는 세계의 기억 속에서 ‘참조되는 원본’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