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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Jan 03. 2025

카지노 바카라면 이렇게 됩니다

강남 건물주 마 여사는 직설적인 성격이었다. 그래서 때로는 마 여사의 말이 듣기 불편한 때도 있었지만, 구구절절 옳은 말이어서 딱히 뭐라고 반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마 여사가 다니는 강남 수영장에는 일반인들이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부잣집 사모님들이 많았다. 개중에는 소위 벼락부자들도 있었는데, 재개발 지역 여러 채를 투자해 백억 자산가가 된 C아주머니도 그러했다.



하루는 수영장 탈의실에서 C아주머니가 재개발 지역에 고급아파트가 들어서게 되어 집 한채 당 수십억에 달하게 되었다며 돈자랑을 늘어놓았다. 다들 듣기 싫어도 내색을 못하고 꾹 참고 듣고 있는데, 마 여사가 일침을 가했다.


(마 카지노 바카라) 너 지금 아프다가 오랜만에 나온 나한테 돈 카지노 바카라 하는거야? 돈 있으면 뭘 해? 친구들한테 밥 한끼를 사줘봤어, 어디 좋은 데 구경을 가봤어? 여기 너보다 못한 사람이 어딨다고 카지노 바카라질이야?


C아주머니는 순간 할말을 잃었고, 탈의실 여기저기서 쿡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지노 바카라질이 통하지 않는 만만하지 않은 여자, 바로 마 여사님이었다. 이 모든 광경을 현장에서 목격한 나는 속이 통쾌해 죽을 지경이었다. 내가 하고 싶었으나 차마 못하는 말을 시원하게 대신 해주시는 고마운 마 여사님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언뜻 들으면, 마 카지노 바카라님, 말씀이 너무 심한거 아냐? 생각이 들 수도 하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틀린 데가 하나 없다.


1. 아프다가 오랜만에 나온 나한테 카지노 바카라는거야?

- '카지노 바카라'을 할 때에는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려가며해야 한다.

2. 돈 있으면 뭘 해? 친구들한테 밥 한끼를 사줘봤어, 어디 좋은 데 구경을 가봤어?

- '카지노 바카라'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 돈이 있어도 쓸 때에는 가치있게 쓸 줄 알아야부자다.


3. 여기 너보다 못한 사람이 어디있다고 카지노 바카라질이야?

- 물론 돈이 더 적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인생이 돈만 있다고 되는 건 아니다. <아비투스 책에 따르면, 재산 외에도심리, 문화, 지식, 신체, 언어,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자본이 우리 삶을 종합적으로 결정한다.




지난 연말, 진작에 강남 아파트로 갈아탔다는 동창의 이야기를 듣고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나) 와, 너 진짜 재테크 잘했구나...나도 거기로 가고 싶다ㅜㅜ

(동창)응? 지금은 쫌...(웃음) 지금은 내가봐도 아니야. 너무 많이 올라서.


그 웃음소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나의 울분을 하늘도 아셨는지, 얼마 지나지않아 그 아파트에 엄청난 악재가 보도되었다. (정말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울분이 조금 가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 자신도 어디가서 '카지노 바카라질' 하는 걸 조심해야 겠다, 생각이 들었다. 물론 더욱 필요한 것은 마 여사님과 같은 단단한 멘탈일 것이다.


여기서 너보다 못한 사람이 어딨다고 카지노 바카라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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