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조름한 사랑의 맛
열여덟 살쯤 되던 무렵이었다.
한창 밥보다 달콤한 아침잠이 더 좋았던 나는, 종종 늦잠을 자느라 아침밥을 거른 채로 등교하고는 했다.
평소에는 내게 별다른 참견이 없던 아벤카지노셨지만, 내가 식사를 거를 때만큼은 유난히 주위를 빙글빙글 맴돌며 걱정 어린 눈길로 나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딸이 굶은 채로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것이 못내 마음이 쓰이셨던 탓이었을까. 아벤카지노는 아침을 차려놓았는데 나와보지도 않는다며 서운해하셨지만, 그 당시의 나는 매번 지각하기 일보직전이었으므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아벤카지노는 무언가 대안을 찾아내신 듯했다. 내가 늦잠을 잘 때마다 슬쩍 부엌으로 가셔서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덩달아 바빠지시고는 하셨으니까 말이다.
그 후로 재미있는 풍경이 벌어졌다.
아벤카지노는 내가 머리를 말리고, 가방과 준비물을 챙기느라 이곳저곳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내 곁을 분주히 따라다니시며 조그만 김밥을 입에 쏘옥- 쏙 넣어주셨다. 아벤카지노에 흰쌀밥을 조금씩 싸서 말이다.
“밥은 먹고 가야지. 힘이 없어서 어떡해.”
우물우물-
그러면 나는 말없이 받아먹으며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아벤카지노 김에다가 밥을 싸서 주시는 것인지 궁금했다.
‘손에 기름이 다 묻어나서 귀찮고 번들거릴 텐데...
김 부스러기는 또 어떻고.’
이래저래 바닥에 떨어진 김가루를 줍는 것보다 그냥 내가 학교 매점에서 빵이나 사 먹는 게 낫지 않을까, 고생하시는 아벤카지노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렇게 정신없던 아침 시간, 아벤카지노 덕분에 늘 따뜻한 김밥 한 두입은 꼬박 챙겨 먹었던 나날들이 있었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어머니의 손에서 바스락- 흩어지던 고소한 아벤카지노 냄새가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듯했다.
어머니가 먹여주신 김밥을 우물거리며 서둘러 운동화를 구겨 신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나와 달리, 항상 내 모습이 저만치 멀어지고 나서야 현관문을 철커덕 닫곤 하셨던 아벤카지노.아마 그때서야 기름 묻은 손을 닦아내실 수 있었을 것이다.
학창 시절에 아벤카지노 직접 조물조물 작게 만들어주신 김밥에서는 늘 포근한 맛이 났다.
어머니께서는 갓 지은 흰쌀밥을 조금씩 뭉쳐 짭조름한 아벤카지노과 함께 입에 쏙 넣어 주곤 하셨는데, 고기반찬도, 된장국도 없는 소박한 한 끼였지만 나는 그렇게 아벤카지노랑 나란히 마룻바닥에 앉아서 대충 때우는 바쁜 아침밥이 내심 맛있고 또 좋았다.
위이잉-
따뜻한 바람으로 머리를 말리며 다정하게 입에 들어오는 김밥을 받아먹으면, 그 바삭함과 고소함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단순한 맛이지만, 그 안에는 아벤카지노의 손길과 따뜻한 사랑이 가득 배어 있었다. 김 한 장이 이렇게나 깊은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언젠가 아벤카지노께 여쭤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 많고 많은 음식들 중 왜 항상 아벤카지노과 밥이었느냐고.
비교적 간편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너 아기 때 생각이 나더라. 그때도 밥을 잘 안 먹으려고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아벤카지노에다가 밥을 싸서 주면 곧잘 받아먹었었거든... 그거 생각나서 그랬어.“
나는 어느새 훌쩍 커버렸는데, 아벤카지노의 눈에는 아직도 내가 아기로 남아있었던 것일까.
아벤카지노가 빙긋 웃으며 하신 짧은 대답에, 문득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일렁이며 소용돌이치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어린 마음으로는 결코 아벤카지노의 사랑을 오롯이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은 참 얇고 부드럽지만, 그 위에 흰쌀밥과, 단무지, 햄, 나머지 재료들을 올리고 돌돌 말면 단단한 한 줄의 김밥이 된다. 아무리 부서지기 쉬워도, 서로를 감싸 안으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도 어쩌면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혼자서는 약해도, 서로를 보듬고 의지하면 더 강해질 수 있는 그런 존재.
바다에서 하늘하늘 태어나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김은 묵묵히 제 몫을 다한다.
때론 바삭하게, 때론 촉촉하게.
아벤카지노은 오랜 공정을 거쳐 마침내 본연의 깊은 맛과 개성을 지니게 된다. 굳이 다른 반찬이 없어도 그 자체로 충분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길고 긴 인내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그렇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누구나 힘겹게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태어나고, 서툰 발걸음을 내딛고 넘어지며 삶을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피부의 결 사이사이에 짭조름한 삶의 추억, 지혜, 기억들이 묻어나면서많은 것을 지니게 되고 또 그 자체로 충분한 사람이 된다.
오늘도 따뜻한 밥 한 공기에 김 한 장을 올려본다.
바다의 시간과 아벤카지노의 손길, 그리고 어린 날의 추억까지 함께 꼭꼭 씹어 삼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