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노트
일 년 전만 해도 마카오카지노 작가를 막연히 동경하던 독자였습니다.
그랬던 제가 마카오카지노스토리의 작가가 되고, 드디어 첫 번째 마카오카지노북을 완결 지었어요.
초면인 제 글에 무심히 발길 돌리지 않고, 라이킷과 따스한 댓글로 발자국 꾹 남겨주신 분들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아니었다면 매주 글을 쓰고 내보일 엄두가 안 났을 거예요.
식상할지 모르지만, 정말 아름다운 밤이에요!
여배우의 시상 소감 못지않은 후기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다소 오버일지도요.
저는 만 단위의 조회수를 기록한 적도 없고, 천 단위의 구독자 수를 넘기는작가도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혼자만 보는 일기가 아닌 공적인 글을 썼고, 제 글을 읽고 공감해 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그야말로쾌재를 부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실은요...
글 한 편을 발행할 때마다 일주일 내내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탔더랬습니다.
발행한 금요일과 토요일까지는 마드레날린(마감+아드레날린)의 효과로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었어요. 라이킷과 댓글을 확인하며 다른 작가님들과 소통하는 재미가 어디에서도 얻지 못한 기쁨이었죠. 일요일도 나름 나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월요병보다 더 무서운 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작가의 서랍 속 흰 여백에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면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지는 병이요.
흡사 모니터 앞의 제 모습이에요.미간의 주름이 영락없이 저네요.
키보드 위에 올려둔 손은 오갈 데 없이 헤매기 바빴습니다. 아무 말 대잔치가 초고의 시작이라길래 정말 말도 안 되는 말로 빈칸을 채웠지만, 모아이 석상을 조각해서 비너스상으로 탈바꿈시키는 것만큼이나 퇴고의 과정은 막막하기만 했으니까요. 뻑뻑하고 따끔거리는 눈과 욱신거리는 허리 통증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쯤 하는 수 없이 모니터를 끕니다. 참을 수 없는 글솜씨의 부족함을 탓하면서요.
나는 왜 진작에 책을 많이 읽지 않았나, 유튜브 보고 깔깔댈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볼 걸, 무수히 걸었던 산책길에 떠오르는 단상을 기록하지 않고 뭐 했나, 나태했던 순간을 떠올리자 자책거리는 수만 가지로 차고도 넘쳤습니다. 이러다 자신감이 지구 내핵에 닿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떨어졌을 때, 금요일 발행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는 약속이 저를 꾸역꾸역 컴퓨터 앞에 앉혔어요. 발행일을 어겼다고 마카오카지노는 저를 혼내지 않지만, 누구보다 제 자신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마흔이 넘는 일생동안 포기하지 않도록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어르고 달랜 적은 없었습니다. 글쓰기가 대체 뭐길래요. 저한테 어떤 의미였을까요.
제목 짓기: 순한 맛 vs 마라 맛
제목을 지을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순한 맛과 마라 맛 사이에서 갈팡질팡이었죠. 이은경 선생님은 마카오카지노 하는 것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하셨지만, 어쩔 수 없이 나라는 인간을 뼛속까지 잘 아는 동생과 남편에게 물었습니다.다음과 같이 고심한 제목들에 대해서 냉철한 평가를 기대했죠.
제주살이 워킹맘 마음 성장기
: 순한 맛이라 탈락. 인상적이지 않다.
제주살이 워킹맘 생마카오카지노
: 뭐니 뭐니 해도 시선 끌기는 생존이지. 생마카오카지노가 극한 내용을 암시하는 것 같아서 궁금증을 유발한다.
멘털 사수 생마카오카지노 (feat. 제주살이 워킹맘)
: 요즘 chill 해 보이는 (feat. 블라블라) 형식을 써볼까 했지만 제목 칸의 글자수 제한으로 탈락.
합체와 진화를 거듭해 기어이 완성된 제목이 <마카오카지노살이 워킹맘 멘탈사수 생마카오카지노입니다. 전하고 싶은 주제와 흥미를 유발하려는 욕심,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욕망이 가득하게 길어졌네요. 마치 '김수한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터 워리워리 세브리깡......'도 아니고 말이죠.
(만약 멜로디를 붙여 부른다면 당신은 저와 같거나 윗 세대이십니다.)
쓰고 싶은 글 vs 읽고 싶은 글
인터넷 쇼핑몰을 한 적이 있어요. 망한 장사를 접으면서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내가 팔고 싶은 게 아니라, 사람들이 사고 싶은 것을 팔아야 한다. 이 공식은 글쓰기에서도 유효했습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냐, 남이 읽고 싶은 글이냐. 어느 쪽에 초점을 두고 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반응을 라이킷과 댓글, 조회수를 통해 체감합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남이 봐도 재미있는 글이 되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한라산 등반하듯이 오르는 중입니다. 아마도 글을 쓰는 한, 영원한 숙제일 것 같습니다.
효자 글 vs 아픈 손가락
제목은 제주살이지만,제주라는 지역과 토박이들에 대해 색안경 구실을 마카오카지노 글이 되고 싶진 않았습니다. 출신 지역과 별개로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직장에서 조우하면서 일어나는 내면의 변화와 생각들을 담고 싶었는데요. 개인적인 감상과 의견을 편파적인 입장으로 썼다간 지역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거나 고착하는 데 일조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지나친 자의식인가요? 사실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시는 댓글들을 발견했거든요. 제가 뭐 그리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구글과 다음에서 "괸당"이라는 키워드를검색하고 들어온 유입이 꽤 있다는 걸 확인하고선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지금까지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도 05화 직장에서 경험한 마카오카지노 괸당 문화이니까요.
직장에서 겪은 에피소드 외에 괸당의 장점 역시 일상에서 종종 경험합니다. 이에 대해서 오해할 뻔했지만 오해를 멈추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글도 썼습니다. 04화 괸당이 뭔데예?인데요. 유감스럽게도 두 편의 글을 연이어 읽어주는 분들은 극히 드물거니와, 제목이 더 끌리는지 05화 직장에서 경험한 마카오카지노 괸당 문화조회수가 월등히 높아요.
'괸당 시리즈' 두 편은 꾸준한 유입과 조회수 상승에 일등공신이자 효자 글 입니다만, 온전한 의도가 전달되지 못해서 아쉬운필력을 자꾸만 돌아보게 마카오카지노 아픈 손가락입니다.
진지함 vs 가벼움
마카오카지노 애독자로서 '내가 마카오카지노북을 연재한다면 이렇게 하고 싶어'라는 추구미가 있었어요. 그 추구미를 쫓다 보니 어깨에 올려둔 부담과 진지함이 과했습니다. 마카오카지노 입문 작가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이 없을진대, 대체 누구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부담을 느꼈던 걸까요? 부담감이 손 끝에 모래주머니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글 쓰는 속도를 늦추게 한단걸 알면서도 왜 쉬이 가벼워지지 못한 걸까요?
17화까지 발행을 하면서 깨닫습니다. 스스로 성에 차지 않으면 발행 취소를 누르고 싶어서 안달복달 불안에 떠는 유난함이 제 안에 있었구나 하고 말이에요.
저는 매사 진지합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꽤나 진심을 다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거웠어요. 심각했습니다. 애초에 기획했던 마카오카지노북의 전체 흐름을 끊임없이 의식했고, 글 한 편마다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고민했어요. 고작 이제 시작이면서, 아직 처음이면서, 제 추구미에 못 미칠까 봐 전전긍긍하며 글을 썼습니다.
6화부터 10화까지 시종일관 진지하고 암울한 무드로 글이 전개될 때, 심각함을 한시라도 빨리 내려놓고 싶었어요. 괜히 어려운 주제를 선택했나 후회했습니다.
저한테는 깨발랄한 딸내미와 MBTI가 반대인 남편과 지지고 볶는 일상이 있습니다. 다소 나이에 맞지 않는 엉뚱한 관심사와 재미난 경험담도 있어요. 글로 옮기고 싶은 소소한 글감들이 나날이 태어납니다. <마카오카지노살이 워킹맘 멘탈사수 생마카오카지노 연재를 잠정 중단하고, 가볍고 밝은 주제로 새 연재를 시작하고 싶다는 유혹이 스멀스멀 올라왔어요. 그럴 때마다 처음을 떠올렸습니다. 슬초 마카오카지노 3기로서 제출했던 과제들 중에 이은경 선생님께서 하필 이 주제를 추천해 주신 이유에 대해서 말이에요.
첨삭을 받고 워킹맘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민과 일터에서 겪는 자존감의 상처를 깊이 공감하게 만들 거라는 확신과 포부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는 모르지만 시작은 대게 용감무쌍한 편이라서요. 그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여실히 느꼈지만요. 매주 확신을현실로 만들려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글을 썼습니다. 시작을 했으니, 결단코 끝을 봐야 한다는 마음으로요.
지금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진심을 담는 법을 가장 고민합니다. 직접 대면할 때만큼이나, 글에서조차 진심이 넘치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걸 배우는 중이에요.
역시 적정한 선을 유지마카오카지노 게 가장 어렵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는 독서와 냉전 중이던 사람이었습니다. 자격증 시험공부와 업무용 매뉴얼을 숙지할 때 말고는 활자 보기를 돌 같이 했죠. 육아 퇴근 후의 고단함을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달래던 사람이었습니다.
<마카오카지노살이 워킹맘 멘탈사수 생마카오카지노를 쓰는 동안, 당시의 감정을 떠올리며 후회했습니다. 책을 읽었다면 가스라이팅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단단하게 마음을 다스리지 않았을까 하는, 지금에 와서 부질없는 생각에 사로잡혔죠. 문제의 본질과 해결에 다가갈 엄두를 못 내고 가슴속에 물음표만 가득 남겨둔 채, 숙제처럼 답을 미뤘어요. 그 답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찾는 중입니다.
기억 창고 깊숙한 곳에 눈에 띄지 말라고 꽁꽁 숨겨뒀던 기억을 끄집어내니 좀이 슬었더라고요. 글쓰기는 회색빛 기억에 먼지를 털고, 햇빛을 쪼이고 다시 색을 입히는 과정이었습니다. 타인에게 내보이기에 그럴듯한 글을 쓰려고 애쓰는 동안, 얼떨결에 치유와 성찰이라는 혜택도 누릴 수 있었어요. 매듭짓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를 걸러내고 정제된 기억만 종류별로 파일에 담아 철제 캐비닛에 차곡차곡 정리하는 느낌이랄까요.
마카오카지노북을 클릭해서 읽어 보는 일은
캐비닛을 열고
기억을 열람하는 것과 같아요.
이 좋은 걸 왜 진작에
시작하지 못했죠?
만약 내상을 입고 힘들었던 시기에 글을 남겼다면 지금보다 울분, 분노, 짜증, 예민함 등의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나서 원초적인 글이 됐을 거예요. 지금에야 쓰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지나간 아쉬움과 후회를 지워봅니다.
이렇게 <마카오카지노살이워킹맘 멘탈사수 생마카오카지노는 상흔으로만 기억될 회색 빛 시간들이 오랜 사유의 옷을 입고총천연색으로 생동마카오카지노 성장일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쯤에서 수미상관의 미덕을 발휘해보고자 합니다.
아무도 안 물었고 안 궁금해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자칫 나만 보는 일기장으로 남을 뻔한 이야기를,
시간 내서 스크롤을 내리며
읽고 공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