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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뵤뵤리나 Feb 07. 2025

블랙잭사이트 F면 넌 나의 T가 돼줘

찾았다, 블랙잭사이트을 위한 세레나데

쮸르릅, 쮸릅, 쮸르릅......

저기요, 지금 뭘 마시는 건가요?

아까부터 얼음만 남은 빈 컵을 휘휘 젓고 계신데, 마실 물방울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요.

목이 많이 마르신가 봐요. 아유, 안 되겠다. 잠시만요.


-띵동-

"저기요, 여기 남자분께 물 한잔만 더 가져다주세요."


근데요,

아까부터 궁금했는데요.

왜 제 얼굴을 안 보고 눈동자를 오갈 데 없이 두리번거리는 거죠?

얼굴은 왜 빨개지시고요? 말도 좀 더듬으시는 것 같기도 하고......

흠... 제가요, 촉이 좀 좋은 편이거든요.

혹시... 저한테 반하셨어요?



오빠야, 니 내한테 반했나?




여보, 혹시나가 역시나였어. 첫 소개팅 장소가 있던 선릉역 10번 출구에서 막 나오던 나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했던 거 기억나? 뭐? 언제 그랬냐고? 크흠, 어우 민망해라. 진짜로 그랬었다니까. 블랙잭사이트의 추억이 나만의 추억인건 아니지? 그때 여보는 참 부담스러울 정도로 불도저 같았어. 직진 본능만 남은 사람처럼 말이야.


그래도 기억 안 난다고? 아니, 이 사람이 증말. 블랙잭사이트 하나하나 다 말해줄게.


첫 번째 만남에서, 부모님 얘기와 성장 과정, 친가와 외가 얘기는 왜 하시는 건데요? 나 그때 대기업 면접관 된 줄 알았잖아. 수줍고도 성실한 태도로 자소서에 나올 법한 자기 어필을 듣느라 나는 몇 마디 입도 못 떼었다고. 호구 조사까지 할 마음은 없었는데, 상견례 프리패스 상으로 단정한 오빠가 송아지 같이 맑고 깊은 눈망울로 하는 이야기를 귀 기울이지 않곤 배겨낼 재간이 없더라니까.


자, 기억이 좀 어렴풋하게 나지? 이제 또 들어봐. 더 기억나게 해 줄라니까.


두 번째 만남에서, 나한테 목걸이 주면서 사귀자고 고백한 거 기억나? 갑자기 퇴근하고 한강에 같이 가자더니 밤하늘 아래에서 느닷없이 목걸이를 목에 걸어줬잖아. 솔직히 고백할게. 그때 당신 얼굴보다 달빛 아래 영롱한 목걸이에 잠깐 시선을 빼앗겼던 거 인정. 그치만, 이건 내가 받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거처럼 너무 불편했어. 이제 겨우 두 번 봤을 뿐인데, 시속 100킬로미터로 브레이크 없이 전력질주하는 당신 마음과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한 발짝씩 걸어가는 내 마음이 같을 리가 없잖아.


세 번째 만남에서, 나는 우리의 속도가 너무 다르다고, 부담스럽다며 목걸이를 돌려줬었어. 그리고 거리를 좀 두려 했지. 사실은 덜컥 겁이 났어. 그때 나는 인생 최저 자존감을 찍을 때였거든. 게다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서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었던 때이기도 해. 당신은 그런 내 두 손을 꼭 붙잡고 얘기했었지.

"그럼 네 마음이준비될 때까지 기다릴게. 나랑 딱 세 번만 더 만나보고 결정해."

그러고선 오빠는 작전을 바꿨어. 영리한 사람이라니까. 세상에, 내가 타고난 먹순이란 걸 간파하고 먹자 투어를 다닌 거야. 과천에 '어울더울'이었나. 한우 고기 굽기에 1차 매력 어필, 화로에 구운 고구마를 호호불어 열무김치말이 국수에 얹어주기로 2차 매력 어필.

아, 어떡해. 맛있는 음식이 입에 들어갈 때 어깨춤을 추는 걸 괜히 들켰나 봐.



우리 밀당은 하지 말자.
밀당은 싫어.



자기가 곰이라서 여우보단 곰이 좋다던 당신. 서로에게 솔직하자던 당신은 늘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지. 알면 알수록 사골 곰국 같은 사람말이야. 그에 비해 나는 얕은 밑천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했지. 100점 만점에서 시작한 내 첫인상 점수가 깎일 일만 있을까 봐 말야. 서로가 미숙한 연애였지만 당신은 항상 흔들리지 않았어.


여보의 행동이 미운거지,
여보란 사람이 미운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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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잭사이트 F면, 넌 나의 T가 돼줘.

이거다.

당신을 위한 블랙잭사이트 세레나데.


블랙잭사이트은 MBTI를 믿지 않잖아.

전 인류를 16가지 유형으로 범주화한다는 발상자체를 불신하기 때문에 테스트조차

시도하지 않는고집 센 양반.

그런데 확신할 수 있어. 내향형인 I 빼고는 나와 모두 상극이란 걸.


INFP 여자와 ISTJ 남자가 만났어.

만약에, 혹시나, 가정법에 익숙한 상상력 만렙인 인간이라 불안도가 높고 예민한 나.

당장 눈앞의 당면한 과제만 해결하면 만사가 편안한 극 현실주의자 블랙잭사이트.


살게 없어서 걱정을 사냐.

블랙잭사이트 하는 걱정의 반은 대수롭지 않은 거라고,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공감 주머니가 커서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에도 게 젖어드는 나.

니는 니고 내는 내다, 타인의 감정에 영향받을 확률 제로에 수렴하는 블랙잭사이트.


타인과 나를 분리하고 블랙잭사이트의 행복에만 집중하자고 말해줘서 고마워.




간혹 당신과 블랙잭사이트 서로 다른 시공간에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자기 시점에서도 블랙잭사이트 온통 신기한 종족일 거야.

이해할 수 없고 납득이 안되지만 그래서 흥미로운 존재?라고 감히 우기고 싶네.

나는 '성장'이라고 부르는 변화들을, 블랙잭사이트은 '변덕'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잖아.

때로는 서운하기도 하지만 괜찮아.

100세 시대 검은 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함께 하기로 약속한 우리는 앞으로도 서로의 우주를 설명해 줄 시간이 많으니까.

그때까지 대화 많이 많이 하자.


신비로운 유전자의 결합으로

블랙잭사이트 사이에 ENFP 아이가 태어났어.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는 T인 아빠의 흔들림 없는 편안함 시몬* 침대 같은 육아 덕분에엄마의예민함은 닮지 않은 거 같아.

"아빠는 T라 미숙해~. 아빠는 T라 미숙해~."

티라미수 케이크 노래로 놀려도 흐허허 웃다가 새침하게 째려보기도 하는 블랙잭사이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사랑스럽다.



이쯤되면, 이 말이 나와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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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ㄹ ㅏㅎ......휴,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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