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비둘기의 귀환
토요일 오후. 마트에 가려다 놀라운 광경을 마주했다. 앞집 문 앞에 대량의 나뭇가지들이 떨어져 있었다. 작년의 나 같으면 누가 이야가라세 (嫌がらせ, 남이 싫어할 짓을 일부러 하는 것)를 하러 왔다고, 그런 음습하고 부도덕한 인간이 아파트 복도에서 서성거렸을 걸 상상하며 소름 돋은 팔을 벅벅 긁었을 것이다.
하지만 놀라움은 오래카지노사이트 않았다.
누구의 소행인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멧비둘기다.
며칠 전부터 '구-구-구구', 듣는 이를 불안스럽게 하는 멜로디가 들려오기 시작할 때부터 이 사태를 예상했다. 작년에도 그랬다. 문 앞이라고 해도 계단으로 이어지는 복도에 떨어진 나뭇카지노사이트들을 남편과 둘이 열심히 주웠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이리 균일한 길이로 잘라왔을까 놀라기도 하면서, 행여 새 침이 내 손에 묻을까 목장갑 위에 비닐봉지까지 덧씌우고.
혹시나 올해도? 싶은 불안감에계량기 위의 방어도구를 다시 손봤다. 롯데 카스타드 과자상자에 포일을 두른 것인데, 1년 동안 많이 헐었길래 다시 포일과테이프를 발라 단단히 고정시켰다. 나이스한 판단이었다. 며칠 뒤, 앞집 계량기에 앉아있는 멧비둘기를 볼 수 있었다.그리고얼마 지나지 않아 나뭇카지노사이트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작년과는 기분이사뭇 다르다. 똑같이 공용복도에서 일어난 일인데완전히 남의 일 같달까. 복도가 더러워지든 말든, 나는 즐겁게 멧비둘기를 관찰하고 있다.
공용 부분에서 벌어진 일에는 책임소재를 정하기가 힘들다. 실수로 계란을 떨어뜨려 복도를 노른자 범벅으로 만들었다면 행위의 주체가 청소를 하는 카지노사이트 당연하나,대자연의 산물이 갑자기 찾아와 벌이는 말썽을 인간이 처리해야 할 때는 약간 미묘해진다.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는, 공용부라 해도 우리 집과 앞집, 모두가 사용하는 것이니, 야생조류의 소행이 '우리'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면, 너 나따질 것 없이 힘을 합쳐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카지노사이트관계라고 생각해 왔다.
때문에 작년에 계단참까지 나뭇가지가 쌓였을 때도, 나보다 먼저 그걸 보아놓고도 그저 폴짝 뛰어넘어 자기 집으로 쏙 들어가고, 제비가 복도등에 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 자기 집 쪽에 제비가 진흙을 바르고 있었는데도 우리가 진흙 털어내는 걸 나 몰라라 하던 앞집 아줌마가 꽤나 카지노사이트웠다.
하지만 방관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앞집 아줌마의 그 심정도 이해가 간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저러는 거라고 분개했지만, 내 일도 아니라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아줌마에게 뻔뻔함을 느꼈지만, 아줌마에겐 자기 일이 아니었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또한 자기 일이라면 움직일 생각은 가지고 있으니 지금 돕지 않았다 해서 죄책감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이번에는 말끔하게 치워진 나뭇가지가 그 가설의 증거다.
그리고 어쩌면 카지노사이트는 지금 나를 얄밉다 생각할 수도 있고.
만약 그때, 내가앞집 카지노사이트를 끼워 넣어 조류 퇴치단을 만들고 싶었다면 나는 제비집을 완전히 치워버리지 말고 아줌마에게 '끼어들 여지'를 남겨두었어야 했다.아줌마네 쪽에 둥지가 완공되었다고 해도, 나의 생활에 직접적인 위해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방관을 했어야 아줌마도 당사자가 되어 함께 움직였을 것이다. 내가 다 나서서 해버리는 바람에, 아줌마는 완전히 그걸 '자신의 일'이 아닌 '저 사람의 일'로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멧비둘기에게는 귀소본능, 그리고 번식기에 둥지를 지을 때 나뭇가지를 물어오는 본능이 있다. 그리고 한국인에게는 오지랖을 부리고 싶은 본능, 일본인에게는 내 일 아닌 일엔 신경을 끊고 싶은 본능이 있다.
멧비둘기의 본능 때문에 인간세계의 평화가 무너지는 일들도 있지만 아무도 그 본능 자체를 나쁜 것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오지랖도, 무신경도, 다 본능이라고 한다면 꼭어느 카지노사이트 좋다 나쁘다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 아닐까.
도덕적 흠결이나 공동체 의식을 따지기 전에 나도 좀'그건 저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 내 일도 아닌데 뭘' 하는 스탠스를 장착할 필요도 있었다고 느낀다. 그카지노사이트 결과적으로는 내가 이루어내고자 하는 바를 성사시키는 길로도 이어질 카지노사이트다.이 일본사회에서 더불어 살아나가려면 역설적이게도 더불어 살아나카지노사이트 않는 법을 배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멧비둘기가 물어온 나뭇카지노사이트가 있던 풍경을 떠올리며 새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그러니까 새가 또 나뭇카지노사이트를 물어오면 그때도 치우는 건 앞집이 하는 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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