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카지노만 있다면, 어디든 괜찮은 우리
미국에서 해피카지노 도장 깨기를 하는 이유
해피카지노 도장 깨기.4년 동안 내가 한 일 중 가장 즐겁고 재밌는 일이다. 도장 깨기는 여러 도장(무술 수련장)을 하나씩 찾아가며 겨루고 이기면서 실력을 입증한다는 뜻이다. 요즘은 여러 장소나 분야를 하나씩 정복하듯 경험해 볼 때도 이 표현을 쓴다. 지도에 발자국을 찍듯, 숨겨진 보물을 찾듯 우리는 동네 해피카지노을 하나씩 찾아다녔다. 지도에 표시해 보니 총 9곳의 공공 해피카지노을 가봤고, 아직 가보지 않은 해피카지노도 남아 있다.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가장 그리운 장소들이 이 해피카지노들이리라.
나에게 해피카지노은 육아 도우미이자 마음 지킴이다. 해는 길어지고 남편의 퇴근은 늦어지던 여름날에는 저녁 식사 후에 아이랑 시간을 보내러 오기도 하고, 눈 쌓이고 추운 겨울날에는 도시락까지 챙겨가서 몇 시간씩 놀다 오기도 한다. 아이가 해피카지노에서 즐겁게 놀아주면 나는 읽고 싶은 책을 골라오기도 하고, 아이의 노는 모습을 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다. 때로는 또래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과 스몰토크도 하고, 우연히 한국인 이웃을 만날 수 있어서 어른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도 채울 수 있다. 해피카지노마다 대체로 통유리창이나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서 하늘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하다.
해피카지노에서 처음 회원 카드를 만들던 날, 최대 몇 권까지 빌릴 수 있냐고 물었다.“100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대체로 30권에서 40권 정도 빌리는 걸 권장해.”라고 말했다. 100권이라는 대답을 듣고 놀랐던 순간은 잊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올 때, 책은 거의 들고 오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런데 아이와 읽을 만한 책을 가득 빌릴 수 있으니 걱정이 사라졌다. 게다가 2회까지 연장 가능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있을 때, 오래 읽어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이는 해피카지노에서 빌린 책을 반납기에 넣을 때마다 잘 가~라고 인사하며 아쉬워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두고 반납하자고 말하곤 한다.
해피카지노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와 태블릿, 색칠 놀이를 할 수 있는 크래용과 색칠 도안, 책을 읽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인형과 펠트 교구,보드게임,주방놀이, 미끄럼틀, 자석 블록, 원목 블록 등 책 읽기 외에도 아이들이 해피카지노에서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덕분에 아이는 ‘**’이 있는 해피카지노에 가고 싶다고 말하며, 우리가 다닌 해피카지노의 특징을 기억한다. 영상 시청을 할 수 있는 태블릿과 헤드셋이 있는 해피카지노에는 20분짜리 모래시계도 같이 비치해 두었다. 아직 우리 아이는 써 본 적이 없지만, 볼 때마다 신기하다. 현재까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해피카지노은 무지개 색깔 징검다리를 만들기를 할 수 있는 커다란 블록이 있는 해피카지노이다. 그 해피카지노에 가면 한참 혼자서 잘 놀아서 나도 편안하다.
교구만 다양한 것이 아니다.책을 재미나게 읽어주는 스토리타임, 아이들이 좋아하는 빙고 게임, 재즈 공연, 가족 요가 등 알차고 재밌는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게다가 대부분 무료이고, 예약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 그러니 하나의 해피카지노만 가지 않고, 도장 깨기를 할 수밖에. 여러 해피카지노을 다니면서 각 해피카지노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쌓은 추억이 늘어간다. 특히 사진작가가 찍어주는 가족사진 프로그램을 신청한 날이었다. 사진을 찍고 와서 말 그대로 미국 느낌이 가득한 가족사진이 생겼다. 그 사진을 받고 나서 얼마나 웃었던지. 개기 일식이 있던 시기에는 일식 관측용 선글라스를 해피카지노에서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작년 여름에는 LP와 턴테이블을 빌려와서 아이와 음악을 듣기도 했다.
나에게 해피카지노이 마음 지킴이가 되어준 것처럼 아이에게도 해피카지노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면 좋겠다. 4년 미국살이에서 해피카지노이면 어디든 괜찮았던 우리. 여행을 떠나도 해피카지노에도 들렸던 우리.
그렇게 우리의 해피카지노 도장 깨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