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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Mar 31. 2025

'우리'와 '슈퍼스타 토토'을 나누는 슈퍼스타 토토

책 <슈퍼스타 토토과 폭력 by 아마티아 센

슈퍼스타 토토

과거에 티브이 오락 프로그램에서 ‘손병호 게임’이라는 것을 재미있게 보았었다.

술자리에서 흔히 벌주를 마시는 슈퍼스타 토토을 정하는 일종의 손가락 접기 게임인데, 연기자 손병호 씨가 더 재미있게 만들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다섯 손가락을 펴고 어떤 기준에 속하면 손가락을 하나씩 접는 것이다. 모두 접으면 탈락이다.

최후에 남는 사람이 승자일 수도 패자일 수도 있어서 목적에 따라 기준을 정하면 된다.

“여자(또는 남자)는 접어, 반지 낀 사람은 접어, 결혼한 사람 접어, 빨간 옷 입은 사람 접어.” 등등, 기준은 무궁무진하고 유머일 수도 있고 공격일 수도 있다.

이렇게 게임으로만 즐기고 웃고 지나가면 좋지만, 실제 사회에서도 이런 일들은 숱하게 일어난다. 종교가 무엇이냐, 어느 지역 출신이냐, 몇 살이냐, 성별이 뭐냐, 학교는 어디를 나왔냐, 정치성향은 무엇이냐, 어디에 사냐, 어떤 스포츠를 즐기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수많은 편 가르기를 한다.

역사를 살펴보면 인종이나 종교 때문에 수많은 대량학살이 자행된 것을 알 수 있고,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느끼는 슈퍼스타 토토과 폭력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도 출신의 경제학자 아마티아 센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학장 시절, 어떤 공항을 통과하다가 그의 외모만 본 공항 직원에게 엄격한 심사를 당했고그가 교수 신분증을 보여주자 학장과 어떤 관계인지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는 자기 자신과 무슨 관계냐는 이 우습지만 철학적인 질문을 받고 자신의 슈퍼스타 토토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남자이고, 인도인이고, 벵골 선조를 가지며, 미국과 영국의 영주권자이고,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이자 작가이며, 민주주의 신봉자이고, 이성애자이지만 페미니즘과 게이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이다.


그는 11살 때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벵골 폭동지역을 지나다가 무슬림이며 가난한 실직 노동자인 카데르 미아라는 사람이 길에서 알지도 못하는 힌두인들에게 습격당해 쓰러졌을 때 그를 병원으로 후송해 주었었다.(그는 결국 죽었다.)소년이었던 센은 힌두인들이 가족의 식량을 벌기 위해 그 지역에 간, 처음 본 무슬림을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한 이 행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의문을 학자가 되어 풀어낸 책이 ‘슈퍼스타 토토과 폭력’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어떤 기준으로 슈퍼스타 토토을 양분할 수 있다. 이것을 다른 기준으로 다시 실시하면, 같이 있었던 사람들이 다른 편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다른 지역 슈퍼스타 토토이어서'슈퍼스타 토토'로 구분되었던 슈퍼스타 토토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슈퍼스타 토토으로 '우리'편에 서기도 한다. 같은 종교로 한편이었던 사람이 정치적인 견해로 갈라서기도 한다. 같은 내향인도 사고형과 감정형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수많은 기준으로 이쪽저쪽으로 이합집산해본 사람들은 한 가지 기준만으로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를 느끼게 된다.

작은 기준으로 자신의 슈퍼스타 토토을 규정한다는 것은 환영일 뿐이고 세상을 끔찍하게 만들고 인생을 초라하게 하는 일이다. 모든 사람들은 다원적인 슈퍼스타 토토을 가지고 있으며 그 어떠한 단일한 기준도 포괄적인 ‘인간성’을 넘어설 수 없다. 사유할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고자연이나 환경이 지속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이웃을 사랑하며 살아야 할 인간이, 좁은 슈퍼스타 토토을 증명하느라 긍정적인 에너지를 다 써버린다.

단일한 슈퍼스타 토토은 쉽게 선동되고 폭력에 노출된다. 이것은 편 가르기에 동원되고 환원주의로 귀결된다. 외계인이 침입하여 지구인이 모두 같은 편으로 싸우는 경우에만 사람들끼리의 편가르기는 끝날것이다.

그래서 센은 인간을 단일한 기준으로 축소하려는 모든 시도에 저항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단순하지 않으며 다른 점들보다는 공통점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꺼내든 것은 요즘 우리나라의 분열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이 양편으로 나뉘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있다. 누군가는 이상황을 부추기기도 한다. 자주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던 친구들과도 정치 문제로 소원해지기도 했다.

다른 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은 친구들을 편 가르기 하는 이 편협한 슈퍼스타 토토을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정치적인 성향으로 돌리고 서로를 적대하게 만드는 요즘의 상태에서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혼란한상황을 빨리 끝내고 옛날처럼 서로 좋아하는 공통된 이야기를 슈퍼스타 토토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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