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해진 마음을 슬퍼하며
많은 세월을 살아오니 나에 대해 스스로 많이 안다고 자부한다.
어떤 분야를 잘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가를 안다.
반면에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다는 것과, 가능성보다는 한계가 많다는 것도 안다.
젊을 때라면 모르는 분야를 배우려 노력했을 텐데 이제는 현재 상태를 잘 바꾸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요즘은 서비스업에서 사람들 대신에 로봇을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능하면 도움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집에서 천천히 폰이나 컴퓨터로 해결할 경우는 속도가 느려도 상관없지만, 나가서 키오스크 뒤에 줄이 긴 경우 미리 당황해서 실수를 더 많이 한다.
얼마 전 은행에 직접 가서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겨서 오랜만에 은행에 갔었다. 직원들도 줄고 안내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앱으로 해결을 하라며옆에서 조언을 하는데, 그 말대로 하다가 몇 번 실수를 하게 되니 진땀이 흘렀다. 나는 원래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인데 당황하거나 쫓기면 땀이 폭포처럼 흐른다.(거짓말 탐지기를 연결하면 매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정될 것이다. 하하)
일은 해결했으나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과거였다면 앱을 빨리 다룰 수 있도록 연습을 했을 텐데 이렇게 무능하게 살다니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요즘 세대가 쇼츠 콘텐츠만 본다고 비판하지만 남녀노소가 폰에서 손을 떼지 않는 시대니 나이 든 사람들도 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터넷에서 관심 분야를 검색해서 그중 마음에 가는 것을 시청하면 그다음은 알고리듬에 의해 일사천리로 비슷한 내용이 뜬다.
나는 주로 영화 검색을 많이 하니 좋아하는 평론가의 콘텐츠가 자동으로 뜰 때가 많다.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 결정할 때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는 요리에 관심이 많으니 요리 검색을 많이 했고, 자동으로 요리 동영상도 많이 나온다. 실제로 새로운 요리를 시도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에게 일어난 가장 최악의 사례를 꼽자면, 어느 날 우연히 나온 여드름 짜는 동영상을 클릭했던 적이 있었다. 바늘로 여드름 난 곳을 찔러 구멍을 낸 후 피지를 짜는 장면이었는데 내 사춘기 시절에 여드름 짜던 기억을 불러왔다. 그 뒤로 줄줄이 여드름 짜는 동영상이 소개되고 갈수록 끔찍한 악성 종기의 끔찍한 영상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얼른 손절하고 다시는 보지 않았더니 사라졌다.
이 경험은 나에게 레슨을 주었다. 최근의 양극화된 정치 상황에서 사람들이 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지를 알려 주었다. 내가 어떤 성향의 의견을 담은 내용을 청취하기 시작하면 알고리듬이 그 방향으로 더 극단의 심한 견해로 나를 안내하게 되는 것이다.
1인 미디어 시대에 나의 취향에 꼭 맞는 내용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좋기도 하지만, 검증되지도 않고 건강하지도 않은 극단의 내용으로 나를 몰고갈 수 있다는 위험을 늘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스미디어가 우리를 세뇌하고 조종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소한 매스미디어는 완벽하지는 않아도 검증 절차가 있고 반대쪽의 의견을 같이 개진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개인 미디어는 사적인 의견인 경우가 많아서 결국은 시청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유튜버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확증편향으로 점점 의견이 공고해져서 자기편끼리 결속하게 만드는경우가 많은 것이다.
과거에는 지인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면 각자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유튜버가 안전한 바카라 사이트 이야기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자주보아서 슬프다.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에서 사는 인생에서, 매번 정해진 것만 보고 믿고 제한된 시야로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을 극복하려면 역사나 철학이나 문학을 많이 읽어야 하고, 지역을 극복하려면 다른 지역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좁은 내 관심사에만 갇히지 말고 존 롤스의 말대로 ‘무지의 베일’ 뒤에서 내 이웃들에게 어떤 것이 더 인간다운 결정인가를 숙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나에게 아직 체력과 지력이 허락하는 한, 마음을 열고 새로운 기술도 습득하고 말랑한 마음으로 다양한 지식도 섭렵하고 싶다. 운동과 글쓰는 일에 우선 순위가 밀렸던 독서를 다시 시작해야 겠다.
그것이 한계 투성이의 짧고 좁은 인생을 확장안전한 바카라 사이트 길이다.